728x90

<당선작>

 

겨울 할머니 방 / 남정률

 

겨울이 되면

시골 할머니 방에는 의좋게 같이 산다.

쌀 포대, 콩 자루, 고구마 자루, 호박덩이

콩나물시루가 옹기종기 의좋게 산다.

메주는 오래 매달리기 자랑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콩나물시루 콩나물을 사랑하신다.

콩나물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샤워를 시키신다.

호박덩이들도 탈이 없는지 가끔

엉덩이를 들여다보시며 쓰다듬어 주신다.

 

황토방 뜨끈히 달군 추운 날이면

마루 밑에 옹옹거리던 강아지도

방으로 들어오고

방문 밖의 시래기들도

방으로 들어오고 싶어 바스락거린다.

 

할머니께서 호박고구마 하나 잡수시면

콩나물시루의 콩나물들이

보자기를 들치고 내다보고

벽 위 사진의 할아버지께서도

말없이 내려다보신다.

 

겨울의 시골 할머니 방은

고구마 같은 구수한 황토냄새 맡으며

옹기종기 의좋게 산다.

할머니 품안에서 모두가 따뜻하다.



<당선소감>

 

동시 쓰는 것, 나를 다스리는 일

 

  TV에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한파 소식을 전하는 날. 경상일보에서 신춘문예 동시 당선의 따뜻한 소식을 전해 왔다. 이순(耳順)이 지나면 남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지 않아야 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대히 들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눈 시린 일이 많고, 귀에 거슬리는게 많다. 수양(修養)되지 않은 의식(意識) 탓이리라. 수신(修身) 되지 않은 의식(意識)은 자칫 남을 찌르는 가시가 되기 쉽다. 의식(意識) 속의 가시를 잘라내고 부드러워지기에 애써야 하겠다.

 

  동심은 티 없이 맑고 순수하다. 티 없이 맑은 동심을 살피노라면 내 마음도 조금은 부드럽게 순해지리라 생각한다. 동시를 쓰는 일은 나를 다스리는 일이며, 마음을 젊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연륜은 세상의 때가 끼게 마련이다. 때가 낀 눈으로는 순결한 동심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연륜의 때를 닦아가며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에 힘써야 하겠다.

 

  경상일보에서 상을 주시는 것은 어린 꿈나무들을 위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라는 당부요, 격려라 생각한다. 예쁘지도 않은 작품을 곱게 보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작품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경상일보에 감사드린다. 글 쓰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글마당을 빌려 주신 <시마을>·<시하늘>·<농암사랑>과 가르침 주신 여러 문우님들께 절 올린다. 내 건강 때문에 늘 마음 졸이는 아내에게 고마움 전하며 기쁨 같이 나누고 싶다.

 

[약력-남정률]

-1949년 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서울 마포고등학교 근무·퇴직

-257회 아동문예 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회 소년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 동시 부문

 

 

<심사평>

 

안정된 기법·동심적 발상 훈훈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동심적인 발상과 안정된 시적 기법을 바탕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곱고 착한 동심의 세계와 따스한 사랑의 세계를 동심적 표현으로 담아내거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적 형상화로 그려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들의 삶과 밀착한 생생한 동심을 담은 작품이 드물었고 낡고 오래된 정서의 작품이 많아서 아쉬웠다.

 

  당선작으로 뽑은 겨울 할머니 방은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방의 정경을 섬세한 묘사와 참신한 시적 표현으로 따뜻하게 그려냈다. 할머니 방의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선명하게 묘사하고 형상화 낸 시적 역량이 미더웠다. 발상이 새롭지는 않지만, 안정된 기법과 동심적 발상으로 할머니 방의 훈훈한 정경을 인상적으로 그려낸 점이 돋보였다.

  

[약력-이준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대한민국 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수상

-동시집 <크레파스화> <씀바귀꽃>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아서>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출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