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0. 나는 너를, 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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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시장에서 박스에 담긴 새끼강아지를 보았다. 나는 새끼강아지를, 새끼강아지는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강아지 주인은 나에게 저렴하게 팔겠다고 했다. 나는 새끼강아지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새끼강아지의 시선을 피하고 자리를 옮겼다.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사람으로 너는 강아지로 태어났다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로 태어났으면, 아마 우리는 비슷한 공간에서 마주쳤을 것이다. 너는 나의 생각을 그대로 읊을 테고, 너는 먼저 자리를 떠날 것이다.
길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너무 작아 차마 마주치지 못했거나 괜히 나는 너를 피해, 너는 나를 피해 무감각해진 공간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같은 동물이고, 시선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를 떠올린다. 정확히 열 번 정도 울더니, 식당 주인이 건넨 음식을 잘도 받아먹는다. 받아먹는 거에 익숙해진 고양이는 또 다시 열 번 정도 울고, 식당 주인이 건넨 맛있는 음식을 받아먹을 것이다. 나와 너의 차이가 단지 음식에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2012. 바라보다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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