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8. 멍하니.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11. 18. 07:00
728x90



  수평을 가리는 사물들에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져서 사방인 둘러싸인 방안에서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마주한다. 창밖에는 아파트들이 키를 재고 있고, 사람들은 기침 소리로 분주하다.

 

  겨울이 좋은 이유는 바다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분주하지 않은 바다는 고유의 음성으로 나를 안내한다. 그 소리를 따라가면, 어느새 겨울바다에 발을 담근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한겨울의 바다는 더욱 짜릿하게 신고식을 준비한다. 나는 바다의 짜릿한 특별함이 좋다.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에서 살아서인지 사방이 트인 바다는 이상향이었다. 푸른빛이 좋았고, 푸른 수평선이 좋았다. 손가락을 들어 수평선에 선을 그으며 바다와 하늘이 나눠지는 상상을 했다.

 

  이번 겨울에도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러 겨울바다를 찾을 생각이다. 아무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바다가 하늘과 자신을 나눈 것처럼, 나도 때로는 인간 세상에서 조금은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때론 얽히고 얽힌 사람들의 연결고리로 인해 조급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로 시작되는 연결고리에는 내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래서 겨울바다가 좋은 것 같다.

 

2014. 올해도 속삭이고 싶다.


'청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11. 20. 나는 너를, 너는 나를.  (0) 2014.11.20
2014. 11. 19. 소년의 꿈.  (0) 2014.11.19
2014. 11. 17. 파미르 하이웨이.  (0) 2014.11.17
2014. 11. 16. 별을 읽는 방법.  (0) 2014.11.16
2014. 11. 15. 퍼즐.  (0) 201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