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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머리 보자기 / 윤태원

 

  아줌마는 아직도 오지 않았어요.

  다들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시간이 30분이나 늦어지고 있어요. 기다리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바깥바람을 쐬기도 했어요. 45분이나 지나자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어요. 가이드 아저씨는 속이 타서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아줌마를 찾지는 못했어요. 아줌마를 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어요.

  이 아줌마는 독일에서 태어나서 자란 터키 아줌마예요. 독일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여행 동안 아줌마는 독일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낯선 터키의 예절이나 풍습 이야기에 모두들 재밌어했어요. 터키 아줌마와 커피도 정답게 마시고, 핸드폰으로 같이 셀카를 찍는 아저씨들도 있었어요. 아빠가 우수사원으로 뽑혀 가족과 함께 독일로 여행을 가게 된 영호도 이 아줌마와 금방 친해졌어요. 영호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머리에 보자기를 두르는지 아줌마에게 물어봤어요. 이 머리 보자기를 히잡이라고 한대요. 히잡은 하나님을 믿는 마음과 같아서 옷 벗듯이 벗을 수가 없는 거래요. 영호는 아줌마의 대답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그때 아줌마가 한국에서 히잡을 쓴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어요. 아줌마처럼 큰 눈망울을 가진 와띠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약속시간이 벌써 20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와띠는 오지 않았어요. 오늘은 영호집에서 와띠와 같이 놀기로 했었어요. 기다리던 영호는 와띠의 교실로 향했어요. 교실이 시끄러워 들여다보니 한 남자 아이가 와띠가 머리에 쓴 보자기를 뺏으려고 하고 있었어요. 와띠는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보자기를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 아이는 영호도 잘 아는 민수였어요. 작년에 영호가 독일에서 전학 왔을 때,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독일놈이라고 놀리던 아이였어요. 영호는 선뜻 와띠를 도와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민수는 학교에서 덩치도 최고 크고 힘도 제일 센 아이였거든요. 영호는 예전처럼 민수에게 맞을까봐 겁이 났어요. 마음은 앞서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영호는 한참동안 어찌하지도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와띠의 얼굴이 긁히고 머리 보자기가 찢어지자 영호는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어요.

  “민수야! 그만 해!”

  “얘는 또 뭐야! 아니, 독일놈이잖아!”

  “와띠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머리에 보자기를 쓰는 것이 어때서 그래!”

  “아니 이 외국놈들이 왜 우리나라에 와가지고 설치는 거야!”

  민수는 영호를 세차게 밀쳐버렸어요. 그리고는 잽싸게 와띠의 머리 보자기를 벗겨버렸어요. 영호는 마치 자신의 머리카락이 뽑혀나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둘만 남게 되자 영호는 와띠에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와띠야, 미안해!”

  “아니야, 영호야! 네가 왜 미안하니?”

  “반 친구가 또 괴롭혔구나. 지난번에도 그렇게 놀리더니······.”

  “놀리는 것은 괜찮지만 머리 보자기가 벗겨지는 것은 못 참겠어. 우리에게 이 보자기는 ······.”

  와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힘없이 땅만 보며 걸어갔어요. 그제야 머리 보자기 속에 숨겨졌던 와띠의 머리카락이 영호의 눈에 들어왔어요. 영호와 똑같이 새까만 머리카락이었어요. 영호는 앞서가고 있는 와띠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어요. 민호와 똑같은 손이라 여겨질까 무척 떨렸어요. 영호의 손을 꼬옥 잡은 와띠의 온기가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어요.

  집에 도착하니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모가 놀러왔어요. 오랜 만에 한국에 온 고모는 반갑다며 영호를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 올렸어요. 그리고는 영호에게 용돈을 오만원이나 주셨어요. 독일에 가게 되서 좋겠다며, 선물 사는데 쓰라고 하셨어요. 이 돈으로 무엇을 살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영호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고모는 나시고랭이라는 인도네시아 볶음밥을 만들어 주셨어요. 영호는 와띠의 고향에도 이런 볶음밥 음식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맛있게 먹는 영호의 모습을 본 와띠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쳐갔어요. 잠시 후 와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독일에 조심해서 잘 갔다 오라고 했어요. 아마도 외국인인 자신을 괴롭혔던 민수가 생각났나 봐요.

 

  “난 터키 여자의 짐과 같이 여행할 수가 없어요!”

  콧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께 큰 소리로 외쳤어요. 콧수염 할아버지는 그동안 터키 아줌마와 얘기도 많이 하고 일행 중에서 아줌마와 가장 친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에 영호네 가족은 무슨 말인지 통 알아듣지 못했어요. 가이드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그럼, 이 가방들을 길거리에 버리고 가자는 말입니까?”

  “그렇게 안 한다면 그 가방이나 열어봐요! 빨리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말에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가이드 아저씨도 버스 안의 험악한 분위기에 눌려 어쩔 수없이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아빠! 사람들이 왜 저러죠?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오지 못했다고 왜 남의 가방을 뒤져요?”

  “으음 ······. 그러게 말이다.”

  아빠는 무슨 일인지 아시는 것 같았지만 내색 하지는 않으셨어요. 엄마도 걱정스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때 갑자기 영호에게 와띠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영호는 이전처럼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어요.

  “아저씨! 그만하세요!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요?”

  가이드 아저씨는 영호의 말을 못 들은 척 계속 터키 아줌마의 짐을 뒤졌어요.

  “이상한 물건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의자 밑을 살펴봐요!”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몸을 낮추기 시작했어요. 의자 밑으로 몸을 숨기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엄마도 영호 몸을 감싸고 거의 엎드리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의자 밑에도 역시 이상한 물건은 없었어요. 영호 식구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벌써 뒷자리로 피했어요. 그때 버스의 가장 뒤에 앉은 아저씨가 짐칸에 실린 터키 아줌마의 가방도 열어봐야 한다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어떤 아저씨는 식구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멀찍이 떨어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 아저씨를 따라서 서로 먼저 내리려고 했어요. 갑자기 버스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어요. 마치 버스에 불이 나서 빨리 탈출하려고 서로 다투는 사람들 같았어요.

  “처음부터 히잡을 쓴 여자를 태우는 게 아니었어!”

  “그러게 말이야. 난 여행 시작할 때부터 뭔가 꺼림칙했었다구!”

  “생긴 것부터가 어쩐지 기분이 나빴어요.”

  “하여튼 우리와는 뭐가 달라도 다른 사람이었어.”

  “이러다가 우리가 쇼핑할 시간도 얼마 없겠어요.”

  “자기 나라에 가서 살지, 왜 우리나라에서 사는지 원······.”

  사람들은 한 마디씩 하면서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까까지도 터키 아줌마와 얘기하며 깔깔 같이 웃던 사람들이었어요.

  “가이드 양반! 빨리 짐칸의 가방도 뒤져봐요!”

  “여러분들이 다 원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제 버스에 남은 사람은 영호네 식구밖에 없었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우리도 피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아빠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빠는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으신지 별일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다행히 아줌마가 짐칸에 넣어둔 여행 가방 속에서도 이상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계면쩍은 얼굴로 하나둘 다시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터키 아줌마에 대해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 불평을 해댔어요.

  “아빠! 독일 사람들은 터키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난 터키 아줌마가 좋던데······.”

  “터키 사람들은 대개 알라신을 믿는 이슬람교 신자이거든. 이슬람교 신자 몇몇 사람들이 자기들을 괴롭힌다고 이슬람교 신자들을 다 미워하는 것 같아.”

  “그래도 터키 아줌마는 우리들에게 아무 일도 안 했었잖아요! 무슨 일이 있는지 버스 출발 시간에 늦었을 뿐인데요. 우리가 오히려 아줌마를 걱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다. 가난한 터키 사람들이 독일에 일하러 많이 와서 그런지 터키 사람들을 깔보는구나.”

  그때 영호는 한국 사람도 예전에 가난할 때 광부나 간호사로 독일로 많이 일하러 갔었다고 배운 것이 생각났어요. 한국에 살고 있는 와띠의 가족이 눈앞에 어른거렸어요.

  한 시간이나 지나서 터키 아줌마가 헐레벌떡 뛰어왔어요. 온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히잡도 젖어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싸늘한 눈총에 아줌마는 옳게 말도 못하고 더듬거렸어요. 그리고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그만 우리 일행을 놓쳐버렸다고 했어요. 아줌마도 우리를 찾으려고 엄청 헤매고 다녔대요. 가이드 아저씨는 터키 아줌마만 두고 출발할 수가 없어서 연락처라도 있나 싶어 아줌마의 짐들을 열어보았다고 말했어요. 다른 독일 사람들의 기세에 눌렸는지 터키 아줌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영호는 주저하지 않고 아줌마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드렸어요. 아줌마는 한참동안 영호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어요. 아줌마의 손이 와띠의 손처럼 따뜻했어요.

  “가이드 양반! 이러다간 나머지 구경도 못하겠고, 선물을 살 시간이 하나도 없겠어요.”

  “빨리 갑시다! 벌써 한 시간이나 늦었잖아요!”

  “알았습니다, 여러분! 온 세계의 기념품과 선물들을 살 수 있는 가게로 즉각 모시겠습니다.”

  버스는 예전부터 파리의 화가들이 모여 살았다는 몽마르트 언덕으로 갔어요. 다른 사람들은 버스에서 다 내렸는데, 터키 아줌마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런데 웬일인지 길거리 곳곳에서 기관총을 든 경찰 아저씨들이 무서운 눈초리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어요. 거리에는 희한한 복장을 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어요. 중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흑인 아저씨와 아줌마들도 많이 보였어요. 머리에 천을 두른 아저씨들도 있었고, 눈만 빼고 온 몸을 검은 색 긴 옷으로 감싼 아줌마들도 눈에 많이 띄었어요. 길거리 화가들의 그림들을 구경하던 영호네 가족은 선물 가게로 들어갔어요. 거기에는 프랑스 물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랍 등 온갖 나라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나란히 진열된 상품들이 마치 길거리의 온 세계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러 나라에서 온 갖가지 상품들을 보니 영호는 선물로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스러웠어요.

  “영호야! 고모에게서 받은 용돈으로 뭘 살 건지 결정했어?”

  “아뇨 ······. 뭘 사지?”

  가장 먼저 와띠가 떠올랐어요. 와띠에게 뭘 선물하면 좋을까? 반 친구들이 놀려서 영 시무룩해 있었는데 ······. 그때 어떻게 찾았는지 버스 안에 있던 터키 아줌마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영호는 아줌마에게 달려갔어요. 아줌마는 고모처럼 영호를 끌어안더니 번쩍 들어 올렸어요. 영호의 몸이 아줌마의 머리 위로 쑥 올라갔어요. 동시에 영호는 맞다!, 라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영호의 환호성에 엄마 아빠도 아줌마도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빠와 엄마와 아줌마는 선물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영호도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한쪽 구석에 있는 상품 진열대로 갔어요. 선물 가게를 나선 영호네 가족과 터키 아줌마의 손에는 포장된 물건들이 들려 있었어요. 모두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어요. 이렇게 나란히 같이 걸어가니 터키 아줌마도 한 식구 같았어요. 아줌마가 영호의 자그마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영호는 여기에 민수와 와띠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호야! 너 무슨 선물 샀니?”

  “비밀이에요.”

  “너! 와띠에게 주려고 하는 거 맞지? 무슨 선물이야?”

  영호는 엄마에게 마음속을 들킨 것 같아서 얼굴이 당근처럼 빨개졌어요. 영호는 버스로 가는 내내 터키 아줌마가 쓴 히잡을 바라보며 싱글 벙글 웃었어요. 그리고는 손에 든 선물 꾸러미를 보물처럼 꼭 쥐었어요. 와띠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여태 우중충했던 구름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영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어요.





  <당선소감>


  황사로 뒤덮인 세상, 동화로 치유했으면

 

  오십 중반이 넘어서야 글을 써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물며 동화를 써보겠다고 말입니다. 주위 사람들도 이 나이에 무슨 동화냐고 핀잔을 줬습니다.

  엉뚱하게도 동화를 써보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 것은 텔레비전 뉴스에서 황사 소식을 접할 때였습니다. 누런 모래 먼지가 몸속으로 들어가서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황사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은 산업시설에서 내뿜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각종 오염물질이라고 합니다.

  모래 바람이 싣고 오는 이러한 오염물질이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사고 및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답니다. 말하자면 황사는 자연재난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이 만든 재해라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황사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가난했지만 세상이 황사처럼 그렇게 탁한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공기가 맑았던 덕택인지 사람들의 마음도 요즘처럼 흐리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뿌리고 다니는 황사에 어린 아이들마저 시커멓게 염색될까 겁이 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청정기 같은 동화의 기운이 우리 마음속의 황사 피해를 막는 최고의 예방책이라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음악 같은 동화 한 편의 울림이 세상의 그 어떤 가르침보다 더 낫다고 믿습니다. 봄바람 같은 동화의 향기를 어른과 아이가 같이 느낀다면 이 세상은 조금은 더 맑아지리라 확신합니다.

  너무나 부족한 저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화를 통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저의 마음을 예쁘게 봐주셨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주는 것이 저의 자그마한 바람입니다. 오늘은 뽀얀 눈이 와서 세상의 먼지들을 다 덮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 1960년 대구 출생
  ●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독문학 석사
  ● 독일 보훔대 독문학 박사
  ● 현재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심사평>


  서사적 숨결·인간적 감각을 정서적으로

 

  좋은 동화란 어떤 것일까. 많은 작가들이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좋은 동화인지 딱부러지게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공통적인 정의를 찾는다면 어떤 형식, 어떤 등장인물, 어떤 스토리를 도입하든, 읽고 난 뒤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이번 동화심사는 즐거웠다. 작품마다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고, 동화를 쓰고자하는 분들의 따뜻한 감성들이 전해졌다. 다만 사회적 트렌드일까, 다문화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눈에 많이 띄어 동심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려는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윤태원씨의 ‘머리 보자기’는 국제 사회에 만연한 종교와 인종차별을 다룬 작품이었다. 독일에서 살다 가 전학 와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놀림을 받던 영호는 가족과 함께 독일로 여행을 가는데 버스에서 히잡 쓴 터키 아줌마가 여행객들로부터 차별받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반 친구 히잡을 쓴 와띠를 떠올리고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으로 메시지가 강했다. △김영인씨의 ‘지바시, 같이 가자’도 다문화가족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외국인노동자 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아빠를 둔 태호와 불법체류자 부모를 둔 지바시가 우정을 키워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밖에 △김이은씨의 ‘리모컨은 내 거야’ △최중녀씨의 ‘안녕, 대복아’ △최운정씨의 ‘악당 아파트’ △변선아씨의 ‘나무의자’가 마지막까지 당선작들과 겨뤘는데 작품마다 소재나 주제가 개성이 있고 동심을 잘 표현해서 손에서 내려놓기가 아까웠다.

  ‘리모컨은 내 거야’는 유아에 맞는 표현과 심리를 잘 묘사했고, ‘안녕, 대복아’는 하늘로 떠난 초록 복어에게 엄마를 잘 부탁한다며 성장통을 벗어나는 동화로, 또 ‘악당 아파트’ 는 위선에 찬 어른들에게 한방을 먹이는 경쾌한 결말이 인상적이었고, ‘나무의자’는 시골이발소에 놓였던 낡은 나무의자의 삶과 노인의 삶을 오버랩시키며 교훈을 준 동화였다. 그러나 주제가 너무 소소하거나 억지스럽다는 점 등 흠결들을 찾아내 위 작품들을 내려놓고 메시지와 감동이 강한 윤태원씨의 ‘머리 보자기’를 당선작으로 밀었다.

  새로운 작가의 등장을 축하하며 최종심에 오른 웅모자들도 더욱 정진해 동심이 살아있는 동화를 쓰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유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