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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나의 나침판 / 하미정

풀잎하고 부르면 화살표가 나옵니다 당신이라는 낭떠러지는
나를 늘 그런 곳으로 이끌어 세웁니다

잠시 방위를 빌려보기로 하자 방향에 굴하지 않고
유연하게 나아가는 선택의 길에서 나는 늘 진로를 망설였고
우리의 목표는 정말 높고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목표라면 그 안을 보는 일에
그는 늘 바깥 방향을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한번은 밀어내고 한번은 끌어당긴다
자성 강한 잡념들도 나의 몸이 끌어당긴다
누군가를 밀어내면서 누군가의 어둠을 끌어안는다
어둠의 강한 자성에 내 방은 결국 자력을 잃었고
나는 그의 자기장에서 일 년을 붙어살았다

기울어진 힘점이 있다
나는 하루에 한번 넘어지며 균형을 잃는다
힘점에서 나를 빼냈다 공평함이 사라졌다
힘점에서 기울어진다는 건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는 증거

복잡한 머리를 용서하면
나의 좌표는 간결해 질 수 있다
여행은 마음의 풍경을 향해 가는 것
저녁의 산책이 걸음을 이해 할 때
나침판은 내 가슴에 와 박힌다


  <당선소감>

   "끝없는 탐색·질문…앞으로의 길 모색"



  시를 쓴다는 것은 자발적 괴로움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타인에 의한 것이라면 차라리 덜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한없는 기다림과 초조함 속에서 당선통보를 받았습니다.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기뻐해줄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해 주고 행운을 빌어 주었던 분들이 있었기에 이런 행운이 온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무작정 책을 읽었고, 책속을 끝없이 방황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젠 이 길을 가야지 하고 다짐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소란과 어둠 속에서 외톨이가 되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였습니다. 이젠 더 이상 늦기 전에 이 길을 흔들리지 말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런 영감과 희망을 주었던 김영남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확실한 나침판을 찾았으니 더 많이 탐색하고 질문하며 가려던 길을 가겠습니다. 그간 나의 시야를 가렸던 안개는 사라질 것입니다.
  영원한 나의 반쪽, 시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용기를 주고 응원해준 상정씨!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시를 쓴다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해도 스스로 씩씩한 모습이 되어준 희주와 성현, 고맙고 사랑해.
  제 시를 뽑아주신 노철 선생님과 무등일보사에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충남 금산 출생
  ● 대전우송고교 도서관 재직 중


  <심사평>

  "내면 진술하면서 객관화 신진으로서 패기 엿보여

  전국 각지에서 응모한 1천여 편의 시를 읽어가면서 독자를 사로잡는 시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시의 발상과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어디서 읽은 발상과 소재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신진시인으로서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주목되는 현상은 내면의식을 서사화 하는 산문적 경향이다. 최근 유행을 따라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적확한 형식인지 찬찬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어를 끌고 가는 힘이 부쳐 호흡이 끊기거나 상상력이 빚어내는 언어의 탄력성을 갖춘 작품이 드물었다.

  그 가운데 하미정의 ‘나의 나침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자신의 내면을 진술하면서도 객관화 하는 힘이 주목됐으며, 언어가 수사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말을 과감하게 펼치는 점이 신진으로서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작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작품도 있었다. 한 작품은 언어가 정확하면서도 탄력적인 것이 돋보였으나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으며 신진다운 패기가 더 있었으면 싶었다. 또 다른 작품은 발상의 재미가 있었고 언어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했으나 가끔 수사가 우세해 상이 흐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당선작을 포함한 이들 작품들은 모두가 감수성과 더불어 시를 써온 내력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래의 시인으로서 능력을 갖추었다 할 만했다. 다만 꾸준히 시를 쓰다보면 시적 대상의 확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다 폭넓은 확장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 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