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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응 / 강복영

엄마 하고 부르면
응! 하신다

엄마 하고 부르면
또 응! 하신다

왜! 하는 것 보다
응! 하는 게 나는 더 좋다

응! 하면
엄마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니까

응! 하고
엄마가 대답을 하면
나는 왠지 엄마와 한 뼘은 더 가까워진 것만 같고
더 다정해진 것만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엄마 하고 불러 놓고
응! 소리를 또 기다린다


  <당선소감>

   "-"



  전통의 매일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 되어 우선 무척 기쁘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다지만….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이야 당선의 한 자리를 내어 주신 매일신문에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학수고대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다 형언키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는 바다.

  시를 써 오면서 동시로는 자연스럽게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하지만 한 편 한 편의 좋은 동시를 써 내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되었다. 시(詩)로써 동(童)으로써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한 편의 동시가 된다는 걸... 그래서 동시는 한참이나 더 어려워져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호흡을 익히고 보법을 익히며 동시와 친해졌다.

  이제 당선은 시작일 뿐 결코 완성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동시의 길에 누가 되지 않는 나만의 발성으로 나의 동시의 길을 닦아나가고 싶다. 조금은 서투를 때도 있겠지만…. 질타보다는 격려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동안 수 없이 떠나보낸 밤들이 생각난다. 그 속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나를 본다. 이제 그곳에 있던 나를 만난다. 수고 했어….

  돌아가신 두 분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 오남매 가족들... 중대 쌤들, 제천문학식구들, kt&g식구들, 시협, 눈꽃, 영동, 선미, 재원…. 그들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매일신문 신춘문예담당자분들과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린다.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진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해피 뉴이어!


  ●  '시와비평' 시로 등단. 
  ● 충북시인협회 회원.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시창작전문가과정 수료. 
  ● 2020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심사평>

  "입말의 정서적 교감이 돋보인 동시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면서 동시의 장르적 특성에 대한 인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특히 지난날의 회억을 바탕으로 한 과거지향적 서정이 줄어들고, 오늘을 살고 있는 어린이의 삶에 시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시적 상상과 공상이 혼재되어 있고, 흔히 보이는 입말의 과도한 활용은 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산만함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김영욱 씨의 '물끄러미' 와 유연정 씨의 '흙새' 그리고 강복영 씨의 '응'이었다. 세 작품 모두 개성적이며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물끄러미'는 어린이가 이성에 눈뜨는 심리를 낚시에 빗대어 형상화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흙새'는 할머니가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는 것을 새의 부리가 곡식을 쪼는 것으로 포착한 은유적 감각이 새롭고 독특하였다. 그러나 시가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으로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이 두 작품은 새롭고 참신한 발상과 표현, 그 자체에 머물러 있어 시적 감동을 이끌어내지는 못하였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응'은 동시의 특질을 잘 살렸으며, 눈높이가 동심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자녀의 일상적 대화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낸 감성이 놀랍다.

  이 작품은 시적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참신한 표현도 없다. 그저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담하게 표현하였지만, 마음이 훈훈하고 여운이 남는다. 특히 자녀와 어머니의 정서적 교감을 입말을 활용하여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맛깔스럽게 형상화 한 점은 돋보였다.

  일상적인 말이 적절한 시의 옷을 입을 때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감동을 준다는 것을 작품 '응'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당선을 축하며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