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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외출을 벗다 / 장요원

 

한낮의 외출에서 돌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어둑하다

탄력에서 벋어난 하반신이 의자에 걸쳐 있고

허공 한쪽을 돌리면

촘촘했던 어둠들, 제 몸쪽으로 달라붙는다

의자의 각을 입고 있는 외출

올올이 角의 면을 베꼈을 것이다

이 헐렁한 停留의 한 때와 푹신함이 나는 좋다

실수를 엎질렀던 재킷과

몇 방울 얼룩이 튄 블라우스의 시간을 벗을 수 있는 헐렁한 집


여전히 외출들은 걸려 있거나 접혀져 있다

그러고 보면 문 밖의 세상은

모든 외출로 건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빛도 식욕도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도 모두 외출에서 돌아와 있는,

텅 빈 건너편이 조용히 앉아있는 의자

침묵의 소요들이 모두 돌아간

세간들에 달라붙는 귀가한 소음들

왜 집안엔 깨어지기 쉬운 소리들만 있는 것인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저녁

오늘의 바깥은 다행히도 한 올의 올도 나가지 않았다

눅눅한 각을 입고 있는 스타킹과

긴 팔을 뻗어 아카시아 이파리를 헹구는 바람의 시간

잠든 몸을 조용히 돌아다니는 숨소리

괄호를 열고 몸을 구부리는 잠이 깊다.




  <당선소감>


   "공허한 마음들 포만에 닿길"


  당선소식이 오던 오후를 눈송이가 촘촘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시를 쓰는 일 또한 허공을 메우는 일입니다. 각을 세워 허공 한 채를 짓고 또 한 채를 짓고 나면 다시 허공이 들어서지요. 제가 건축하는 詩로 인하야 빽빽한 오늘을 살아가는 공허한 마음들이 포만에 닿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정보다 시를 더 사랑하는 아내를, 엄마를 묵묵히 지켜주는 남편과 아들 딸에게 영광 돌립니다. 늘 힘이 되어준 명린 언니, 정애 언니, 현웅 시인께 감사드리며, 배 아파도 당선됐으면 좋겠다던 친구 황정숙, 서화 시인님, 기홍 시인, 현주 언니, 명희 언니 그리고 시마패, 큐브 님들을 겸연쩍은 마음으로 불러봅니다.

  부족한 저를 세워주신 무등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순천 출생
  ● 동신대 졸업
  ● 중앙대 예술대학원 수료
 


  <심사평>


  시의 새벽을 여는 신생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20년 역사의 신춘무등문예는 가히 전국적인 위상을 구가하는 듯 보였다. 풋풋함의 기척들이 채 가시지 않은 십대들의 투고작에서부터 멀리 해외 이민자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이 걸어온 주소지는 경향각지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천 여편에 이르는 투고작들에게서 아직은 기척같은 시의 유용성을 감지하는 일만으로 선자는 잠시 기꺼워지기로 하였다. 그리고 곧 '한 편의 시'를 찾아나서는 고통의 축제는 시작된다.

  순간마다의 갸우뚱거림과 안타까움과 아쉬움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6명의 작품이 남았다. 어쩌면 그렇게 줄여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민달팽이'외 4편을 투고한 정순의 작품에서는 타자들에 비해 튼실한 시적 문장의 안정감이 짚혀졌다. 그러나 문제는 5작품 모두가 동어반복으로 읽힌다는 점이다. 좀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은 시안(詩眼)과 보폭으로 그의 시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험을 주저하고 있었다.

  '화장터 가는 길'외 3편을 낸 박다영은 표제시의 수준을 다른 작품들이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막의 오후 세 시는 당신이 가루가 되기 적당한 온도" 등에서 보이는 고투의 언어를 통해 미지의 그의 시의 기미가 짐작됐다.

  '거울을 마주한 이상'외 2편의 서경에게서도 지난한 습작기를 거쳐온 노회한 문장들이 읽힌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에게서도 "시의 새벽을 여는 신생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발자국에 빠지다'외 3편을 낸 유시은의 시는 한편으로 기성에 가까웠다. 여기 '풀밭'인 경연장에서 그의 시는 자연히 불리했다.

  '전어'외 3편을 응모한 김정애와 '바람의 고삐'외 2편을 낸 장요원의 작품이 남겨졌다.

  김정애의, '전어'가 올려진 아버지의 밥상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양철밥상'이다. "젓가락 끝을 맞추려는지" "탕 탕" 양철북 소리를 낸다는 바라봄만으로, 실상(實想)이 시가 되는 지점을 간파한 듯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시 역시 '그늘'을 거느린 완성된 시력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음이 아쉬웠다.

  세 편의 투고작이 고른 수준에 올라 있는 장요원의 시 '외출을 벗다'를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오늘의 바깥은 다행히도 한 올의 올도 나가지 않았다" 는 '스타킹'의 환치는 비교적 젊고 튼튼하게 읽혔다. 한 편으로 어딘지 수사와 외피에 조율하는 듯 여겨지는 그의 시업의 미래는, 현재의 바탕 위에서 '깊이'의 모서리를 체득하는 일에 한동안 복무해야할 것으로 비쳐졌다.

당선자의 장도가 보다 원대하고도 높이 있는 영토에 거뜬히 안착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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