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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설중매(雪中梅) -도산서원에서 / 성국희

 

어디서 시작되었나 저 깊은 설렘은,


어린 별과 손 맞잡고 귓속말로 건너왔나


선생의 잠든 붓 깨워 소리 없이 오는 새벽


때 이른 조바심을 수없이 비워내고


맨몸으로 일어나 찬 서리를 껴안으면


어느새 깊어진 향기 닫힌 문이 열린다


눈꽃, 그 하얀 무게 차라리 눈이 부셔


꼿꼿한 말씀 하나 안과 밖 경계를 넘자


행간 속 도산십이곡, 물소리가 차갑다




  <당선소감>


   "군말 줄일 줄 아는 절제미 본받고싶어"


  겨울나무가 되어 섰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앙상한 가지마다 눈꽃이 피었습니다. 이 하얀 무게, 차라리 눈이 부십니다. 지금 제 키는 한뼘 더 작아지고, 외려 뿌리가 한뼘 아래로 자랐습니다. 햇살을 읽고, 바람을 만나고, 비에 흠뻑 젖던 지난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입니다.

  뿌리 깊은 우리 시조의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군말을 줄일 줄 아는 절제미를 익혀 단아한 그 자태를 본받고 싶습니다. 끝없이 먼 길이란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어쩜 더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꽃도 열매도 잎도 스스로 버리고 맨몸으로 빗장을 건 겨울나무의 혹독한 가르침을 되새김질해 봅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저의 진심을 읽어 봐 주신 심사위원님들의 깊은 눈매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정성을 다해 열매를 맺을 줄 아는 시조 시인이 되어 오늘의 영광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러한 귀한 기회를 주신 농민신문사에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1977년 경북 김천 출생.
  ● 대구 남구 대명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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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눈속 매화에서 퇴계의 정신 잘 읽어내"


  올해 시조 부문의 경우 두가지의 커다란 특징을 보여 주었다. 우선 두드러지게 눈에 띈 점은 응모 작품의 숫자가 예년의 두배가 넘었다는 양적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의 질적인 향상이 곧 그것이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16명의 작품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현란한 수사나 표현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시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시의 표현은 전달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설중매〉 〈꽃살문 독후감〉 〈수수꽃다리 자전거〉 등 세편이 남았다. 이 가운데 〈수수꽃다리 자전거〉는 발상의 참신함에 비해 중복되는 표현의 부조화가 지적돼 제외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설중매〉와 〈꽃살문 독후감〉을 두고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꽃살문 독후감〉의 경우 ‘꽃살문’을 통한 사색의 깊이가 주목을 끌었으나 주제의 불확실성이 지적되어 눈 속에 핀 ‘매화’에서 퇴계의 정신을 읽어 낸 사유의 깊이가 돋보인 〈설중매〉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표현보다는 정신에 무게를 두기로 한 것이다.

 

심사위원 : 민병도, 백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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