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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휠체어를 밀며 / 송부선

 

친구야,

무릎을 조금만 낮춰 주렴

가까이

더 가까이에서

너의 얼굴 마주보고 싶다


비눗방울처럼 날아오르는

꿈을 찾아가는 길

우리 함께 손잡고 가자


체육시간

모두들 떠나간 교실에서

나는 혼자 노는

아기 새가 된단다


그럴 때면

운동장 가득 퍼져나가는

함성을 따라

피아노 건반 위

톡톡 구르는 음표처럼

초록 잔디 위를

힘차게 달려 나가고 싶어


힘들 때마다

네가 건네준 따스한 손길

내 가슴에 물살처럼 밀려와

고여 있단다


별이 되어

빛나고 있단다




  <당선소감>


   -


  햇살이 익기 전까지 나는 바다를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물결에 무수한 길을 내었다

  나는 잠들 수 없는 파도를 이끌고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렸다

  덜 익은 언어, 더딘 걸음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햇살의 바다를 거니는 것이다

  오래도록 마음에 섬 하나 키우며 살아왔다

  섬과 섬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처럼 아이들의 가슴에 푸른 빛 바다를 심어주고 싶다


  그동안 내 젖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많은 분들, 흔들릴 때마다 따뜻한 가슴을 내준 가족들…. 참으로 고맙다. 10월 단풍이 물들어가던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와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 팔순의 어머니께 이 기쁨을 전해드리고 싶다. 길을 열어준 부산일보사와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울림이 있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이 따뜻한 격려는 앞으로 내가 찾아갈 길에 채찍으로 때로는 작은 등불이 될 것이다.




  ● 1955년 울산 출생
  ● 부산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 월간문학 시부문 신인상
 



  <심사평>


  진정한 배려와 사랑, 겸손 돋봬


  응모 편수가 1천 편이 넘는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어린이의 눈과 생각의 높이에 닿은 동시가 많았다. 모든 시가 그러하지만 특히 동시는 아름답고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시이다. 깜찍하고 엉뚱하며 새로운 상상의 세계가 때 묻지 않은 모습으로 들어 있는 따뜻한 시이다. 그 속에 놀라움과 감동이 꽃씨처럼 쌓여 있어 어린이가 읽으면 푸른 꿈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가 바로 동시이다.

  많은 응모작 가운데서 함영균의 '해바라기 젖통'과 정현주의 '거울', 최동혁의 '숲' 그리고 송부선의 '휠체어를 밀며'가 최종까지 남아 있었다. '해바라기 젖통'은 짧고 깜찍한 절창이다. 그런데 좀 더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뒷모습도 비추어주는 '거울'은 발상은 좋지만 뒷모습에서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숲'은 시로서는 훌륭하지만 어린이도 함께 읽는 동시로서는 난해한 편. 좀 더 쉬운 표현과 짧은 호흡, 동시로서의 길이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휠체어를 밀며'는 진정한 배려와 사랑, 겸손, 눈물과 웃음이 어떤 것인가를 잔잔하게 말해주고 있다. 자기만 잘되면 된다는 세상에서 '함께 가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시이다.

  삭막하고 무서운 세상에 이처럼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따뜻한 시 한편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소재도 발상도 참신하며 함께 보낸 동시도 모두 수준작이라 앞으로 기대가 된다.

심사위원 : 선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