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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청국장 / 김미정

 

할머니방 아랫목

이불을 두 개나 뒤집어쓰고

쿨 쿨


며칠째 씻지도 않았는지

고약한 냄새가

폴 폴


누구일까?

꼼짝 않고 잠만 자는 녀석


혹?

겨울잠 자러 온 곰!




  <당선소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고마움 느껴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팝콘처럼 튀겨져 꽃이 되고 눈송이가 되어 날아다녔습니다. 그러곤 곧 부끄럽고 수줍어졌습니다. 아직은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엔 부족한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를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소박한 마음을 귀하게 여겨주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바라볼 때, 말없이 이 땅을 지켜주는 경이로운 자연을 대할 때, 한없이 착하고 순박한 부모의 숭고한 사랑을 만날 때, 선함과 진정성이 깃든 모든 것을 만날 때, 가슴이 벅차오르고 행복해집니다. 그럴 때 저는 기분이 좋아서 어린아이처럼 서투르게 글을 씁니다.

  어쩜 글을 써 낸다기보다는 , 세상 곳곳에 놓인 보물들을 발견해 제 생각 주머니에 몰래 담아 오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제 그 고마운 존재들에게 제 자신이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어 받은 만큼 진지하게 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게으른 씨앗에게 늘 단비를 뿌려 문학을 꿈꾸게 해준 김재원 선생님과 박일 선생님, 그리고 문우들에게 감사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뜻있게 봐준 심사위원 선생님과 강원일보사에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독서·논술 지도교사 및 동화구연가로 활동
 



  <심사평>


  전통음식 소재 살려 상상력 불러일으켜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의 수준이 대체로 고르고 높은 편이었다. 끝까지 남았던 작품들은 한광일 씨의 `까치집' 이수경 씨의 `젖소의 구름' 곽영미 씨의 `밥그릇' 김미정 씨의 `청국장' 등이었다.

  한광일 씨의 작품은 메시지가 담겨 있고 이미지를 형상화한 솜씨도 뛰어나나 시적 발상과 언어 감각 면에서 보다 참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곽영미 씨의 `밥그릇' 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안은 높이 샀으나 이미지의 압축에 아쉬움이 있었다. 이수경 씨의 `젖소의 구름'은 간결하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시를 뛰어넘는 참신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윗자리에서 내려놓았다.

  당선작 김미정씨의 `청국장'은 요즘 어린이들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는 전통음식을 소재로 살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명쾌한 언어로 어린이들 동시 식탁에 올려주었다. 할머니방 아랫목 냄새나는 청국장을 겨울잠 자러온 곰으로 상상하는 재미와 엉뚱함이 돋보인다. 단단한 상상력과 함께 우리말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언어 감각도 좋았다. 길고 무거운 것보다 짧고 밝은 시를 좋아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동시의 특질을 잘 살려냈다. 당선작 외 작품들도 오랜 수련을 쌓은 솜씨가 엿보여 김미정 씨의 작품을 망설임 없이 당선작으로 올렸다.

심사위원 : 이창건, 이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