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선작>

  선생님이 주신 선물 / 권영하

선생님이 벌 대신 수정테이프를 주셨어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수정테이프에는 하얀 길이 감겨있었어요
펜이 길을 잘못 가면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 나왔어요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길도
공책에 잘못 쓴 발자국도
뚜벅뚜벅 걸어 나와 덮어주었어요
참고 있다가 잘못을 살며시 덮어주었어요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새 길을 놓아주었어요

며칠 후, 친구와 또 말다툼을 했는데
선생님은 어깨만 토닥토닥 두드려 주셨어요
꾸중 대신 또 수정테이프를 주셨어요


  <당선소감>

   "모든 생명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 되겠다"



  주위의 모든 것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눈, 그것이 바로 동심이 아닐까. 길을 가다 가장자리의 새싹을 밟을까 팔짝 뛰는 아이, 집에 들어온 벌레를 휴지로 살살 쓸어담아 풀숲에 놓아 주는 아이…. 그 따뜻함이 동심일 것이다. 그렇다. 나도 그 순수한 마음이 좋아 동시를 계속 쓰는가 보다. 늘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다행히 이번 당선으로 컴퓨터 속에서, 서랍 안에서, 종이 위에서 쿨쿨 잠자는 동시들이 주위의 관심을 조금 받게 돼 부끄럽기도 하고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점촌중 선생님들, 학생들, 가족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대학 때부터 나를 믿어준 백승한 형님, 친형 같은 김사현, 최우창, 이상익 선생님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 -


  <심사평>

  "사물을 보는 눈 비범…남다른 내공·사유 빛나

  동시는 `어른에겐 어려운 시'다. 동심 없이는 쓸 수 없기에 그렇다. 어른 속 어린이가 느끼는 것을 받아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동시를 쓰는 시인은 다 안다. 좋은 동시는 동심과 시심이 서로 부르며 대답할 때 나타난다.

  당선작 `선생님이 주신 선물'은 동심과 시심의 호응이 여느 것보다 좋았다. 당선작과 끝까지 자리다툼을 한 작품은 `함박눈 오는 날'과 `빵모자', `안개'였다. 첫째 것은 동화적 상상력으로 동시의 신비함을 풀어줬고, 둘째 것은 앙증맞은 동심의 표출이 돋보였다. 마지막 것은 적확한 은유로 이미지를 선명히 드러냈으나 새롭지 못했다. 당선작은 내공과 사유가 깊어 보였다. 사물을 보는 눈이 평범한듯 비범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인 `수정테이프'는 사랑과 등가물이다. `수정테이프'에서 `하얀 길'과 `새길'을 발견한 심안을 높이 샀다.

심사위원 : 이화주, 이창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