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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고무줄 놀이 / 김철순

 

고무줄을 길게 묶어서

고무줄놀이를 했어

 

친구 둘이 고무줄을 맞잡고

팽팽하게 당기면

눈앞에 펼쳐지는 수평선

 

나는

폴짝 폴짝

수평선을 뛰어넘는

파도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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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미꽃 / 김철순

 

봄이 오면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또 그 위의 할머니

 

하늘나라 가신 할머니들

모두 모두

지팡이 짚고

땅으로 내려 오신다




  <당선소감>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인으로


  거실 깊숙이 나를 찾아온 햇볕, 따스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무에게나 자꾸자꾸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꾸벅꾸벅 절하고 싶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나를 찾아오기 까지, 나는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안개의 늪에서 헤매었는지 모릅니다.

  영어 선생님이 꿈이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공부만 하면 꿈은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10여리의 등하교 길에 영어 단어를 쪽지에 적어 외우곤 했습니다. 소녀는 꿈이 있었기에. 가난은 소녀를 영어 선생님이 아닌 시인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가난에게 고맙다고 절해야 겠지요.

  나에게 결코 단한 번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부지런한 나의 외할머니.우리 식구들의 배경만 되어 주었던 엄마, 하늘나라에도 이 당선소식 전해져 기뻐들 하고 계신가요?

  소풍가는 나를 따라와 빨간 모자를 머리에 얹어 주고 가던 나의 오빠, 나의 동생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문학을 함께하는 문우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그리고 경상일보와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결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 1955년 충북 보은 출생
  ● 제26회 전국주부백일장
  ● 시부문 장원
  ● 시집 <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 등
 



  <심사평>


  동시 ‘할미꽃’ 등 활발한 상상력 눈길


  최근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 것을 반영하듯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고 고른 편이었다. 동화는 먼저 6편을 골랐는데, 모두 생활동화로 치매나 결손가정 이야기 등 흔한 소재였지만 기본기가 잘 닦여 있어 미더웠다. 그중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의 인정을 그린 ‘감나무’,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의 심리를 그린 ‘하마 하마 춤춰라’, 뚱뚱한 엄마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그린 ‘자전거를 삼킨 엄마’가 최종심에 올랐다. 세 작품 중 ‘감나무’와 ‘하마 하마 춤춰라’는 소재도 이미 많이 다루어진 것이고 문장도 평이해서 당선작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이에 비해, ‘자전거를 삼킨 엄마’는 소재도 신선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에 문장이 단정하면서도 재치가 있어 당선작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동시는 4명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는데, 각 응모자마다 확연히 구분되는 시적 개성을 지니고 있어 반가웠다. 일상과 자연의 대비가 흥미로운 ‘나비 선생님’, 동화적 상상력과 어법이 신선한 ‘별똥별을 찾아라’, 애틋한 사연을 진정성 있게 형상화 한 ‘못난이 봄’ 등은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고무줄놀이’와 ‘할미꽃’의 응모자가 지닌 풍부한 시적 감성,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는 활달한 상상력,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잘 응축된 표현 등이 한층 더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2편의 동화와 동시 중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뽑느냐는 문제는 심사위원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상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뽑아야 하는 규정 상 문학적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더 두드러지는 동시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선작에 대한 흡족함이 큰 만큼 밀려난 작품에 대한 아쉬움도 큰 선택이었다.

심사위원 : 강숙인, 신형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