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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플라멩코 / 최정희

 

플라멩코를 배우려고요

내 핏속의 역마살 자유를 꿈꾸어요

붉은빛 보헤미안의 꿈

우린 모두 집시였죠

영원한 안식이란 오직 죽음뿐인걸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오늘 그리고 내일

인생은 끝없는 여정

길 위의 삶이에요

희노와 애락들, 모든 것이 행복이듯

하루의 끝 석양이 아름다운 이유이죠

고독한 영혼의 언어

플라멩코를 춰 볼까요





  <당선소감>


   "정형의 틀 속에서 자유를 꿈꾼다"


먼저 부산일보와 이우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시가 좋아 시를 읽었습니다. 시는 지친 내 삶을 위로해 주었고, 공감해 주었으며, 다독다독 내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는 내 일기장이었고, 내 마음을 치유하는 심신 안정제였습니다. 시가 종종 내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나 아직 살아있구나' 내 시가 나를 위로합니다.

시를 사랑했습니다. 가슴 뛰는 사랑을 했습니다. 고독하고 쓸쓸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시를 향한 나의 짝사랑은 현실의 고통과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도록 나를 성숙시켜 주었고,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 바뀌는 햇살의 조도와 바람의 변화를 느끼며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시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좁혀나가 어느 날 내가 시가 되고 시가 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정형의 틀에 나를 가둘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자유로이 꿈꾸며 나를 찾고자 시의 길에 들어섰는데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우려와 다르게 내 날갯짓은 편안해졌고,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앞으로 이 길 위에서 자유로이 꿈꾸며 나를 찾아가겠습니다.



  ● 1967년 충남 당진 출생.
  ● 201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제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현재 수학 교습소 운영.


 

  <심사평>


  평범한 언어가 연주해 내는 노마드적 상상력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응모 시조작품들은 대체로 평이했다. 긍정적인 면은 소재 개척에 힘을 쏟고 있고 시절을 노래하는 시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그에 부응하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부정적인 면에서는 자수로만 해결될 수 없는 운율의 묘미를 경시하는 듯한 작품들이 적지 않고 실험적인 몸부림을 시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선자가 주의 깊게 읽었던 작품으로는 ‘수어 배우기’ ‘명태, 동안거 해제’ ‘비단왕거미의 건축학’ ‘햇빛 의자’ ‘코로나 블루’ ‘플라멩코’ 등 6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각각의 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언어미학을 보여주는 작품, 연시조의 구성능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주는 작품, 안정적인 작품, 어사 동원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 또 이색적인 소재를 노래하는 작품 등이 그 장기의 세목이다.

다시 당선작 한 편을 뽑기 위해 고심했다. 결국 그 영광은 ‘플라멩코’에게 돌아갔다. 가장 실험적이고 새롭게 읽힌다는 점에서였다. 이 작품은 종결어미 ‘요’의 반복이 빚어내는 운문적 묘미와 평범한 언어들이 연주해 내는 대화체의 노마드적 상상력이 매력적이다.

틀에 짜여있는 현실에서 자유의 갈구는 시대에 어울리고,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운 그 주제를 이 작품은 무겁지 않게 노래한다. 최정희 시인에게 축하와 아울러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이우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