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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무급휴직 / 이도윤

 


뒷머리에 까치집을 짓고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데

문득, 이 아침이 아프다




  <당선소감>


   "해학의 정신으로 너털웃음 속에 깊은 울림 담는 디카시 쓸 것"


살면서 이게 정말 꿈은 아니겠지 하며 볼을 꼬집는 일은 드문 경험입니다. 더구나 크리스마스에 너무나 멋진 전화를 받으니 자꾸 꿈인가 싶어 확인을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열심히 달리던 삶이 강제적인 멈춤을 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비상상황에 많은 것들이 강제적인 멈춤을 당했고 많은 아픔들이 있습니다.

저의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의 아픔들을 읽어낸 ⸀무급 휴직」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건 지금의 아픔도 언젠가 빛이 되리라는 희망입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몇 시간이고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새벽 산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에 에세이를 덧붙이기도 하고 여러 장의 사진시를 엮어 연작시를 쓰기도 하면서 봐주는 이 없이도 꾸준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5~6 년 이상 지속되던 열정도 생활에 치여 정체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디카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야!”하고 무릎을 칠 정도의 현대인에게, 특히 사진만으로 뭔가 부족함을 느꼈던 저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아서 열심히 시적 대상을 찾아 다녔고 어떤 시적 느낌이 오면 글을 써서 사진과 1:1로 서로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껴서 응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주신 당선의 영예는 그런 시간들에 대한 살가운 격려라고 생각됩니다.

찰나의 영상미학과 순간의 언술을 담아내는 ‘디카시인’으로 첫 발을 내 딛습니다. 그 새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을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나가겠습니다.

부족한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과 <뉴스N제주>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대가 어두울수록 해학의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너털웃음 속에 깊은 울림을 담는 디카시를 쓰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성실하고 올곧게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출생지 전북 군산
  ● 1969년생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 김포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 강의

 

  <심사평>


  시적 의미+감동 빚어내는 디카시, 본격 표현예술 한 장르로 자리매김


작자의 이름이 가려진 채 본심에 도착한 디카시 원고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사진과 언어표현이 서로 융합하여 시적 의미와 감동을 빚어내는 디카시가 본격적인 표현예술의 한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카시가 일반화되면서 우수한 작품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에서 집중적으로 그 열기와 가능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최종 당선작을 뽑는 데 고심하게 한 작품은 <무급휴직>(78번), <눈뜬 잠>(241번), <쉼표>(337번), <꽃>(293), <나는 나>(811번), <부부>(234번) 등의 작품들이었다. 이 모두가 나름의 일정 수준에 이르러있어서 우열을 가리기에 어려움이 컸다.

한 작품이 뛰어나더라도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의 전체적 수준을 고려하여 작자의 기량을 가늠하기로 하였다. 신춘문예는 이후 양질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낼 역량을 가진 시인을 배출하는 관문이라서, 당선작이라 할 작품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 투고한 작품 전체에서 고르게 내재해 되어있는 역량을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쉼표>, <눈뜬 잠>과 <무급휴직>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수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이었다.

<쉼표>와 함께 투고한 작품에서 작자가 사물에서 시적인 모티프를 포착하는데 매우 세련된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눈뜬 잠>은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공동체의 애환이 수족관 속의 장어로 잘 그려져 있다. <쉼표> 외 응모작 그리고 <눈뜬 잠> 외 응모작 들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적 상상의 폭은 놀랄 만큼은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당선작을 포함해서 디카시의 사진이, 대상이 주는 시적 메시지에 충실하다보니 피사체가 화면에 너무 부각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움직이는 피사체일 경우 의도대로 사진이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의 어려움이라 하겠다.

당선작으로 <무급휴직>을 민다. 활짝 날아야 할 까치가 엉거주춤 허둥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무급 휴직자의 심적 풍경을 알레고리한 작품이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두 대상을 연결하여 시적으로 의미화해내는 그 기량이 미덥다. 그것은 체험의 핍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시의성에도 주목하였다.

우연찮게 포착된 까치에게 투사하여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 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인류적 난제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아픔을 잘 드러내었다. 함께 응모한 나머지 작품도 흠잡을 데 없어 시인으로서의 충분한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시의 새로운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풍요롭게 경작하기에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 복효근, 이어산,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