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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DMZ, 흰 저 흰 목덜미 / 송병호

 

이름 없는 봉분이 잊힌 사차의 결을 채록한다 비스듬히 기운 비목은 장식용이 아니다 돌아오지 않은 12만 3천여, 임들은 어디에 주소를 쓸까? 솔가지 바늘로 귓속을 후비는 올빼미, 잣나무가지에 발톱을 세우고 저녁 마실 나온 청설모에 레이저빔을 꽂는다 햇볕의 처방은 언제나 긴급수혈, 혈관의 입구가 좁은 항아리의 병목에서 얽히고설킨 너 따로 나 따로, 이번에는 싶다가도 너무 먼 우리들의 이야기, 행낭을 풀기도 전에 한쪽 팔을 잃어버린 인형이 된다


늘 그랬다 수국꽃빛깔 경계등이 지시하는 미로에 파란불을 켤 때마다 예측은 가정假定의 문턱에서 허리를 낮추지만, 백마 탄 어린 왕자를 흉내 내 까부는 모노드라마의 광대와는 달리 시한이 설정되지 않아 그렇지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은 길들여지지 않은 들짐승 같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이끗 다툼의 선긋기, 여전하다


문득, 어둠의 진혼곡이 문설주를 배회하는 낯선 그림자

유월절 동트기 전 선민選民의 마지막 선택은 자유였다

하얀 거즈를 허리에 두른 히브리 노예와 리더십의 유순한 발현

봉분의 묘혈을 밟고 건넜을 홍해의 푸른 깃발을 보아라


봄꽃은 바람시린 통증에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 마는 것처럼

사로射路의 DMZ, 칭칭 감긴 저 검푸른 목덜미

세모의 가늠키가 소용없을, 위계의 경계가 따로 없을 그 언제

눈은 눈을 손은 손을 맞잡고 새로 쓸 통일선언문


흰 저 흰 DMZ, 프리존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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