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먹는 책 / 박청림
<당선작>
먹는 책 / 박청림
주의!
이 책에 나오는 음식을 잘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면 바깥으로 빼내서 먹을 수 있음!
하지만 한번 책 속의 음식을 빼먹으면 그 음식은 책 속에서 사라지니,
다른 음식으로 채워 넣으시오!
새리는 뽀얗게 찐 거북알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습니다.
“오늘도 정말 맛있었어!”
새리의 간식시간은 오늘도 성공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새리는 다리 사이에 끼고 있던 ‘먹는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먹는 책’은 지난 설날, 출판사에서 일하는 고모가 새리에게 세뱃돈 대신이라며 선물해준 책이었어요. 고모는 책을 새리의 품에 안겨주며 이렇게 말했지요.
“이건 아주, 아주 맛있는 선물이야. 고모네 출판사에서 이번에 신간으로 내는 책인데, 먼저 읽어보고 후기 좀 남겨주렴!”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새리는 돈 대신 재미없는 책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책을 줬으면서 뭐가 맛있는 선물이라는 건지 알 수 없었죠. 게다가 새리는 마트에 있는 시식코너에서 돈까스를 먹고 후기를 남기는 것에는 자신이 있지만, 먹지도 못하는 책의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책의 비밀에 대해 알고 난 후, ‘먹는 책’은 그 어떤 게임기나 만화책보다도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이 되었지요. 새리가 방금 먹어치운 거북알은 책의 128페이지, ‘로빈슨 크루소’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먹는 책’은 새리가 가장 즐겁게 읽는 책이 되었습니다. 책을 펼치고, 거기에 있는 음식이름을 큰 소리로 읊으면 책 속에 있는 음식이 새리의 앞에 나타나거든요. 새리는 예쁜 과자상자처럼 생긴 ‘먹는 책’의 표지를 넘겼습니다. 그러자 붉은색으로 커다랗게 쓰여진 경고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번 책을 펼칠 때마다 보게 되는 경고문이라 이제는 익숙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음식을 잘 떠올리며 음식의 이름을 부르면 책 속 음식을 꺼내올 수 있지만, 대신 그 음식은 책 속에서 사라진다’는 게 경고문에 적힌 내용이었지요. 새리가 처음 이 문구를 봤을 때에는 참 웃기는 말도 다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경고문에 적힌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거북알이 어디 나왔더라? 128페이지, 128페이지…. 앗, 여기 있다.”
새리는 자신이 꺼내온 거북알이 있던 페이지를 찾아 뒤적거렸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새리가 꺼내먹은 음식이 사라져있었습니다. 새리가 책 속에서 음식을 꺼내오면 책 속 음식이 있던 자리는 빈칸이 되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뜨거운 모래로 덮어둔 < >를 찾기 위해 나뭇가지로 모래를 뒤적거렸다.”
새리는 로빈슨 크루소의 한 부분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저 < >안에 ‘거북알’이라는 말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거북알’은 이제 새리의 뱃속에 있지요. 새리는 먹을 것이 사라진 문장에 흥미를 잃고 다른 페이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새리는 지금껏 한 번도 ‘먹는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맛있는 음식만 빼 가면 그 후에 남은 글자들은 내용물을 빼먹고 남은 사탕껍질이나 다름없었거든요. 새리는 입맛을 다셔가며 책을 넘기고 또 넘겼습니다.
모래알 속 거북알처럼 이야기 속 음식은 찾기 힘든 듯했지만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
“이건 처음 보는 이야기네. ‘용감한 경단맨’이라니, 제목부터 맛있을 것 같아!”
새리는 맛있는 느낌이 나는 제목을 보며 기대에 찬 채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먹는 책’에서 새리가 읽어왔던 이야기들은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나 ‘호두까기 인형’ 등 유명한 명작들뿐이었어요. 하지만 88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용감한 경단맨’은 지금껏 새리가 ‘먹는 책’에서 봐왔던 명작들과 달리, 생전 처음 보는 동화였습니다. 새리는 대충 책의 페이지를 휘리릭 넘겨보았지요. 아직 읽어보지 않아 정확힌 모르겠지만 <용감한 경단맨>은 작은 마을의 경단가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았어요. 새리는 <용감한 경단맨>의 첫줄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용감한 경단맨>은 꼬마를 지그시 노려보며 <초코맛 시럽이 든 물총>을 움켜쥐었다.”
첫줄부터 초코와 경단이 나온다니. 새리는 이번 이야기가 무척 좋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새리가 눈을 한 번 깜박, 감았다 뜨자 문장에서 ‘용감한 경단맨’과 ‘초코맛 시럽이 든 물총’이 있던 부분이 하얀 빈칸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대신 코끝에서 달콤한 경단냄새가 나기 시작했지요.
새리는 책 밖으로 나왔을 경단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새리의 목덜미에 찍, 뿌려졌습니다.
“으악! 이게 뭐야!”
손으로 목덜미를 훑자 손가락에 갈색의 끈적끈적하고 단내가 나는 것이 조금 묻어나왔습니다. 손가락을 쪽, 빨자 아주 친근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 입 안 가득 퍼졌습니다. 초콜릿 시럽이었어요.
고개를 돌려 방안을 살피던 새리는 침대 모서리 뒤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물총을 쥐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언뜻 보기에 경단 꼬치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팔과 눈, 코, 입이 달려있었어요. 다리는 보이지 않았지요. 아마 몸에 꽂혀있는 꼬치로 콩콩콩 뛰어다니는 게 아닌가, 새리는 추측했습니다.
“이 괴물아! 내 시럽을 받아라!”
경단 꼬치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물총을 쏘았어요. 이번엔 인중 위로 초콜릿 시럽이 찍, 뿌려졌습니다. 새리는 눈 부릅 뜬 채 혀로 낼름, 시럽을 닦아냈지요. 처음 보는 사이에 총을 쏜 것보다도 자신을 먹보라고 부른 것이 더 화가 났어요. 새리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어요. 새리가 화가 난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하는 경단 꼬치는 코 밑에 뿌려져있는 시루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웃어댔어요. 새리는 더욱 화가 났어요.
“넌 누군데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왜 날 보자마자 총을 쏘고 괴물이라고 부르는 거야?”
“으하하! 나는 용감한 경단맨이다! 왼쪽마을에 사는 과자마녀한테서 누가 자꾸만 귀한 미끼를 훔쳐 먹는다는 얘길 듣고 계속 너를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새리는 경단맨이 책 속의 ‘용감한 경단맨’에서 나온 녀석이란 걸 알아챘어요. 하지만 경단맨이 말하는 이야기들은 통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왼쪽마을? 과자마녀?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요? 새리는 곰곰이 생각하다 ‘용감한 경단맨’의 왼쪽, 그러니까 바로 전에 있는 동화가 ‘헨젤과 그레텔’이었던 걸 기억해냈어요. 그저께 그 동화에서 마녀의 과자집을 통째로 꺼내어 반 친구들을 잔뜩 불러서 먹어치웠던 것도요.
“그럼 너는 그 마녀랑 친구인거야?”
“그 녀석은 매번 내 친구 경단들을 납치해서 자기 화분을 장식하는 데에 쓰는 아주 나쁜 녀석이지만 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든 도와주는 경단이니까! 과자마녀가 집도 잃고 먹어치우려고 했던 남매도 놓쳐버렸다며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새리는 경단맨이 말하는 음식이 헨젤과 그레텔 남매인지 과자집인지 헷갈렸어요. 하지만 수다스런 경단맨이 말을 멈추지 않는 바람에 물어볼 틈을 놓쳐버렸죠.
“집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 줄 알아? 저번에 내가 사는 경단가게의 진열대를 어떤 꼬마가 발로 차서 깬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한동안 천장도 없는 냄비 속에서 잠을 자야했지. 과자마녀도 이제 집이 없어져서 나무 위에서 잠을 잔다더라! 얼른 네가 가져간 집을 마녀에게 돌려줘.”
경단맨의 말에 조금 미안해진 새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가 시작되는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경단맨의 말대로 ‘헨젤과 그레텔’은 더 이상 새리가 아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새리가 예전에 읽었던 문장인 ‘길을 헤매던 헨젤과 그레텔은 < >을 발견했다.’ 이후, 헨젤과 그레텔은 아무것도 없는 빈자리를 그냥 지나치곤 계속 숲을 떠돌며 열매를 주워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무사히 아빠를 다시 만나 집으로 되돌아갔거든요. 아마 마녀는 울상이 된 채 집이 사라진 공간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겠죠.
새리는 과자집이 사라진 문장의 빈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짝! 손뼉을 쳤어요. 언제나 책 속의 음식을 빼먹는 데에만 집중한 탓에 잊고 있었던, 경고문의 마지막 줄을 기억해냈거든요. 새리는 슬쩍 경단맨을 쳐다봤어요. 경단맨은 아까부터 계속 새리를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자신이 다른 경단친구들과 함께 경단가게에서 멋진 일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늘어놓고 있었어요. 새리는 혼자 떠들고 있는 경단맨을 가만히 둔 채 슬쩍 책의 제일 첫 번째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다른 음식으로 채워 넣으시오!’
새리는 언제나 보아왔지만 딱히 관심이 없었던 이 문구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나쁜 마녀가 가엾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집을 빼앗아간 것에 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설마 빈칸 안에 새로운 음식을 써넣으라는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새리는 서둘러 책상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연필이 바로 눈에 띄지 않았어요. 급한 마음에 새리는 경단가게 주인으로부터 어떻게 모든 친구들을 숨겨왔는지 설명하던 경단맨을 낚아챘습니다. 경단맨이 쥐고 있는 물총도 빼앗았어요. 그리고는 경단맨의 나무로 된 꼬치에 초콜릿 시럽을 찍, 찍 쏘아 묻혔어요.
‘못된 마녀에게 좋은 집을 돌려주기는 싫으니까…에잇! 비린 맛 좀 봐라!’
새리는 과자집이 들어가 있었던 빈칸에 <미역과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은 채 숨 쉬고 있는 집>이라고 써넣었습니다. 경단맨의 꼬치는 굉장히 뾰족해서 뭉툭한 새리의 연필보다 글씨가 잘 써졌어요. 처음엔 꽥꽥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던 경단맨도 새리가 글씨를 쓰기 시작하고부턴 얌전히 있었지요. 초코향이 나는 문장 밑으로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는 해산물 집을 발견하곤 도망치는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자, 이제 됐지? 마녀에겐 이제 다시 집이 생겼어.”
새리의 말에 경단맨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는 밝은 목소리로 외쳤지요.
“그럼 이제 나를 내가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놔줘!”
새리는 경단맨을 입을 벌리고 경단맨을 쳐다봤어요. 경단맨은 자신이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미안해 경단맨. 난 너를 다시 책 속으로 돌려놓을 수 없어. 내가 한번 불러서 꺼낸 음식은 다시는 책 속으로 넣을 수 없거든.”
“뭐라고? 그럼 이제 나는 영원히 내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거야?”
경단맨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찹쌀로 된 머리를 빙글빙글 돌렸습니다. 경단맨의 눈에서 콩고물이 섞인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나쁜 아이로 오해받았다는 사실에 화를 낼 틈도 없이, 새리는 경단맨에게 미안해졌어요. 경단맨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던 와중, 새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경단맨은 더 이상 수다를 떨지도 않고 가만히 책상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풀이 죽어 조용해진 경단맨은 꼭 그냥 평범한 경단처럼 보였습니다. 새리는 조심스럽게 경단맨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습니다.
“널 다시 경단가게로 보내줄 순 없지만, 내가 경단가게의 친구들을 모조리 이곳으로 부를 순 있어. 가게의 진열대 말고 내 책상에 붙어있는 서랍에서 지내는 거야. 내 서랍은 천장도 있고 세 칸이나 돼!”
“네가 보는 책에 내 친구들이 전부 등장할까?”
“당연하지! 네가 했던 모든 일들은 친구들과 함께 했던 것들이라면서? 그렇다면 분명 네가 사라진 지금 책 속의 경단가게는 발칵 뒤집어져서 모두들 너를 찾고 있을 거야. 넌 이 책의 주인공이니까!”
새리는 <용감한 경단맨>이 있던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용감한 경단맨>의 제목은 빈 자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새리는 첫 문장부터 완전히 바뀐 이야기를 처음부터 소리 내어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경단맨의 친구를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큰일이니까요. 제목이 사라진 이야기는 계속해서 바뀌고, 또 바뀌더니 마지막에는 텅 빈 진열대를 보곤 펄쩍펄쩍 뛰는 경단가게의 주인만이 남았습니다. 새리는 책을 덮고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방안에는 색색의 경단꼬치들이 여기저기에서 콩콩 뛰어다니고 있었지요.
활짝 미소를 지은 경단맨이 새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새리는 경단맨의 꼬치를 잡았습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거든요. 빈칸을 채워주지 못한 동화가 아직도 책에 많이 있었습니다.
‘빈칸들을 다 메우면 고모에게 이 책 덕분에 맛있는 걸 나눠먹을 좋은 친구들이 잔뜩 생겼다고 말해줘야지.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를 잔뜩 사달라고 할 거야!’
새리는 ‘먹는 책’의 첫 번째 동화의 제목을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선소감>
"아이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쓸 터"
당선 소식을 듣고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는데, 소감을 쓰는 지금에서야 실감이 납니다. 이 소식이 기쁘고 감읍하면서도, 부족한 이야기를 내보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아이들이 더,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아이가 책에 빠져드는 경로는 여러 가지이지만, 대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매개로 끌리곤 합니다. 저는 문 앞에 붙은 음식점 전단지를 시작으로 읽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활자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에서 그런 냄새가 나기를 바랍니다. 숲속에 숨겨진 과자집 같은 냄새가요. ‘먹는 책’은 그런 마음에서 쓰게 된 동화였습니다. 달콤한 냄새에 홀려 걸어간 곳에 좋은 결과만이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걸어온 글길을 독자들에게 갚아나갈 수 있기를, 이곳에 선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길을 걸으며 감사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문학이라는 과자집에 홀려 달려가는 저를 계속 지켜보고 쓰러지지 않게 도와주신 나의 부모님 김계화씨, 박재호씨,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고3이 될 내 동생 미강아, 네가 끓인 된장이랑 라면은 최고다. 너의 앞길을 응원한다. 우리 남매 건강하게 잘 길러주신 김판수 할머니, 언제나 멀리서 응원해주신 이명자 할머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히, 계속 지켜봐주세요. 매번 부족한 글을 읽고 조언해주셨던 교수님들과 합평해준 학우들께도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함께 마감을 달렸던 물회방의 경지, 단비, 송현, 지원, 예윤, 하은, 전화로 몇 시간이고 글에 대해 얘기하곤 했던 선화 언니에게도 함께 있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애쉴리와 올리비아, 너희와 이야기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환기시키곤 해. 덕분에 쾌활함의 멋짐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고마운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글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제 글을 읽은 아이들 또한 오래오래 읽고, 신나고, 즐겁기를!
● 경남 거제 출생
● 단국대 문예창작과 재학
● 경기도 안양시
<심사평>
엉뚱한 재미…소재 요리하는 솜씨 돋보였다
참신한 소재의 판타지동화나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 반영의 감동적인 사실동화를 기대하며 응모작 200편을 읽어 나갔다. 가난과 가족, 다문화, 치매, 환경, 애완동물, 한 부모 가정, 친구문제, 코로나19의 피해, 이성문제 등 사실동화가 대부분이었고 판타지동화는 십여 편에 불과했다. 꼼꼼한 비교과정을 거쳐 최종심에 올려놓은 동화는 4편이었다. 신춘문예는 신인을 뽑는 과정이므로 문화부 도움을 받아 등단 여부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1편이 탈락되고, ‘먹는 책’, ‘크리스털 행성’, ‘12살 엄마’ 3편의 동화가 남게 되었다.
최경선의 ‘12살 엄마’는 제목이 주는 상징에서 느끼듯 새 학기 첫날인데도 새벽부터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두 명의 동생을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보살피는 12살 ‘나’의 이야기다. “엄마 흉내 그만 좀 해. 네가 언니지 엄마냐?”라며 대드는 동생의 말에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엄마 노릇을 잘도 해내는 캐릭터의 당찬 하루하루가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사실동화에서 얻을 수 있는 진한 감동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은주의 ‘크리스털 행성’은 다가올 2053년 10월을 그려놓은 내용이다. 소재의 참신성과 구성까지도 탄탄한 동화였다. 그리고 눈여겨 볼 부분은 결혼보다는 아기만을 갖길 바라는 엄마, 아빠의 조건 란에 여러 질문이 있는데,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전송하면 전문병원에서 아빠를 선택해준다는 아주 파격적인 설정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빠의 선택과정이 긴 설명으로 서술되었다. 경쾌하게 보여주기 방법을 선택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박청림의 ‘먹는 책’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고모가 “이건 아주, 아주 맛있는 선물이야.…” 라며 건네준 책을 받고 시작되는 이야기다. ‘책에 나오는 음식을 잘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면 바깥으로 빼내서 먹을 수 있다는, 그 음식은 책 속에서 사라진다는, 다른 음식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주의 사항 등이 엉뚱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전개과정이 다소 거칠었지만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즐기고, 끝내는 책 속 음식까지도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등 소재를 조물조물 요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신춘문예는 신인들의 등용문인데 완전한 작품이 어디 있을까? 다소 거칠지만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건네는 감동과 신선함, 재미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문학성까지도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을 놓고 3편의 동화를 긴 시간 저울질 한 끝에 가능성을 내다보며 ‘먹는 책’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 이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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