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당선작] 꽃잎의 간청 / 박병원

<당선작>
꽃잎의 간청 / 박병원

급하게 밀어붙이다보면
큰 탈 나기 쉽지요
제 향 음미하며
숨 잠시 고른 뒤
서둘지만 않으면 살맛 나지요
<당선소감>
욕심을 버린 프레임 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시 쓰겠다
서울서 천안 귀촌…교육원서 시를 시작
시의 질 높이는 예술 디카시에 정진할 것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천안 태조산 골짜기로 귀촌한 지 십여 년,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농막에서 서예와 문인화도 간간이 즐기고 있습니다,
-신춘문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꿈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올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신춘문예에 디카시 부문의 장을 펼쳐주신 경남도민신문과 계간 <시와 비평>, 그리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시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신 스승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당선이라는 책임감을 무겁게 받아드리며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의 위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평소 즐겨 본 경남도민신문 수요 디카시 광장은 저의 디카시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간지로는 최초로 신춘문예에 디카시를 공모한다는 점에서 꿈을 갖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디카시 창작을 지도해주신 중앙대 이승하 교수님의 권유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당선작인 본인의 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랍니다
▲제 디카시 ‘꽃잎의 간청’은 천안 태조산 각원사의 수곽 물바가지에 떨어진 꽃잎을 보는 순간 고려 태조 왕건과 나주 완사천(우물)의 설화가 떠올랐습니다. 급히 마시면 체할 것을 염려한 처녀가 물바가지에 버들잎 한 줌을 띄워서 왕건에게 건넨 지혜로운 마음씨에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급하게 밀어붙이다가 큰 낭패를 당하는 빨리빨리 문화의 단점을 대비시켜 시적 진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매사 급하게 서둘면 탈이 나도 크게 나지요. 과욕에서 비롯된 과속이 재앙을 불러오는 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해서 조급증을 털어버리자는 간절한 염원을 떨어진 꽃잎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간청하고 싶었습니다. 즉 자연이 인간에게 호소하고 당부한 셈이지요,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니까요. 비록 조금 늦더라도 서둘지 않고 착실하게 다져나가면 우리 사회엔 분명 균형 잡힌 안전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시를 처음 쓴 게 언제였나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 전직은 강의와 강연하는 직종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말들을 쏟아냈지요. 행여 그 말 중에 우리 사회에 소음을 끼치는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수도 줄이고 글도 짧게 쓰면서 살고 싶던 차, 귀촌한 인근 단국대 사회교육원 시 창작 과정을 이수하면서부터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디카시를 쓰게 된 것은 중앙대 평생교육원 시 창작 과정을 수강하면서 디카시가 사진과 시적 진술(5행 이내)의 연리지, 그것도 화학적 융합으로 창작되는 시문학 예술이라는 점에 매료되어 쓰게 되었습니다. 마침 천안 상명대 포토아카데미에서 사진 공부를 상당 기간 한 바가 있기도 해서요.
-시를 쓸 때 주로 영감을 어디서 찾고 시상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삶의 순간순간 시를 짓게 하는 짜릿한 마력이 다가오고 있을 때겠지요. 대상 앞에 멈춰 서서 길게 바라보고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시상을 얻게 되지요.
-시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시는 발표되면 그때부터 시인의 품을 떠나 독자의 몫이 되므로 독자가 시를 감상하고 나서 무릎을 ‘탁’ 치며 “그래 맞아!”하며 공감을 하게 되면 그 시는 분명 좋은 시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시인은 독자가 마음껏 헤엄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여백이라는 독자 몫을 남겨두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는 제 삶을 이끄는 빛이요 마음을 정화해주는 치료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을 즐기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장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디카시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문학이라는 점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어 좋습니다. 거기에 시의 질까지 높인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디카시의 질을 높이는 예술 디카시 창작대열에 함께 하려 합니다. 서울 디카시 아카데미에서 익힌 예술 디카시 이론과 실제를 바탕으로 창작에 정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전경인 사진은 프레임 안에 이것저것 마구 담는 욕심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뺄셈의 미학을 즐길 것이며, 후경인 시적 진술은 지나친 해체나 비약을 경계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쉬운 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꼬인 삶이 풀리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빛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 -
<심사평>
돌확과 바가지의 꽃잎 눈길…언술과 조화
올해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에 총 257명이 1025편의 디카시를 응모해왔다. 그만큼 디카시가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라는 반증이다. 현재 한국에서 디카시의 확산력은 상당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재외동포나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디카시를 쓰고 있다.
외국인들이 고급 한국어를 익히기에 디카시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디카시는 서정시의 기초인 묘사를 공부하기에도 좋다는 평가다. 이는 모든 문학적 글쓰기를 디카시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디카시는 과거에 문청이나 문학소녀였던 중고령 문학지망생들도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다.
20여 년의 짧은 디카시 역사지만 디카시는 여전히 발전 중이다. 이번 응모작들을 살펴보면서 갈수록 사진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이 주는 미적 충동과 서정적 언술이 디카시를 더욱 매력 있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사진이 눈길을 끄는 박병원의 「꽃잎의 간청」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깨끗한 돌확에 담긴 물에 띄운 연분홍 꽃잎, 빨간 바가지에 담긴 꽃잎이 시선을 끌었다. 언술 또한 적실했다. 그러나 「벚꽃 얄미워」는 언술에서 ‘발정’이 걸렸고, 「시조詩鳥」는 언술에 시詩를 언급한 것이 걸렸다.
김홍유의 사진들도 좋았다. 특히 「사모할 수밖에」는 만나기 힘든 댓잎 그림자다. 다만 언술에 “난을 치는”이 걸렸다. 「서운암의 봄」은 사진에서 우러나는 그윽한 서정성이 좋았다. 언술도 적실했다. 다만 언술의 첫 줄 “안개 타고 온 봄”이나 “풍경소리”에 대한 묘사의 적실성에 고개를 갸웃했다. 현경미는 「실크로드」에서 산맥의 등성이들을 낙타의 행렬로 비유하고 있다. 묘사적 상상력이 좋았다. 다만 다른 사진들에 대한 언술들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시적 표현은 뛰어난데 사진의 품질이나 기본적인 구도, 색감 등을 무시한 작품과, 사진은 훌륭한데 시적 표현과 조화, 융화되지 않은 작품, 본문에 응모자의 이름을 밝힌 작품이 더러 있었다.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이런 점을 살펴봐야 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그리고 응모하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심사위원 : 본심-공광규(글), 최희강·예심-이어산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하면, 물 위에 떠 있는 꽃잎을 ‘말 없는 충고’로 세워 조급함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살아가야 한다는 당부를 전하는 디카시이다. 제목 ‘꽃잎의 간청’은 꽃잎이 실제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 장면 자체가 사람에게 “서두르지 말라”는 부탁처럼 다가온다는 인식을 담는다. 따라서 이 작품의 중심은 거창한 사건의 서사가 아니라, 한 번 멈춰 서게 만드는 장면이 불러오는 삶의 태도에 놓인다.
사진은 먼저 ‘멈춤’을 만들어낸다. 커다란 돌확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위에 연분홍 꽃잎들이 무리지어 떠 있다. 바닥에도 꽃잎이 흩어져 있어 방금 지나간 계절의 흔적이 고요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시선을 강하게 끄는 것은 빨간 바가지이다. 빨간색은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색이며, 바가지는 물을 ‘떠서’ 단숨에 마시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때 물은 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갈증과 닮아 있고, 바가지는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의 손짓과 닮아 있다. 그러나 물 위에 떠 있는 꽃잎은 그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꽃잎을 보는 순간 사람은 마시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그 한 번의 시선이 곧 멈춤이 된다. 사진은 이 멈춤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이미 절반쯤 말해 버린다.
시의 언술은 이 장면을 ‘삶의 조언’으로 정리한다. “급하게 밀어붙이다보면 / 큰 탈 나기 쉽지요”라고 시작하는데, 이는 조급함이 가져오는 결과를 먼저 경고하는 방식이다. 이어서 “제 향 음미하며 / 숨 잠시 고른 뒤”라고 말함으로써 해결책을 거창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향을 음미하고 숨을 고르는 작은 행동을 제시함으로써, 삶을 바꾸는 핵심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속도 조절’에 있음을 드러낸다. 마지막의 “서둘지만 않으면 살맛 나지요”는 결론을 ‘정답’이 아니라 ‘살맛’으로 마무리한다. 빨리 도착하는 삶이 아니라, 맛이 살아 있는 삶을 선택하라는 제안이 된다.
이 작품이 쉽게 공감되는 이유는 말투와 구조가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는 “하지 마라”라고 명령하지 않고, “쉽지요”, “나지요” 같은 종결을 반복하여 조용히 옆에서 타이르는 어조를 만든다. 이 어조는 제목의 ‘간청’과 정확히 맞물린다. 간청은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며, 부탁은 상대의 마음을 열어 둔다. 따라서 독자는 교훈을 ‘주입’받기보다, 장면을 함께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디카시의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디카시는 사진이 만든 장면 위에 짧은 언술이 얹히며 의미가 완성되는 형식이다. 이 작품에서 사진은 ‘멈춤’과 ‘여백’을 제공하고, 시는 그 여백을 “서두르지 말라”는 문장으로 응축한다. 그 결과, 돌확의 물과 꽃잎이라는 작은 장면이 개인의 생활태도를 넘어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확장성을 갖게 된다. 자연이 인간에게 호소하고 당부한다는 작가의 말은 결국, 꽃잎의 정적이 사람의 조급함을 다독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정리하면, 「꽃잎의 간청」은 급하게 밀어붙이는 삶이 쉽게 탈을 만든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향을 음미하는 태도 속에서 삶의 균형과 살맛을 되찾자고 제안하는 작품이다. 꽃잎은 약하지만, 그 약함이 오히려 사람을 멈춰 세우고, 그 멈춤이 삶을 안전하고 깊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이 작품의 중심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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