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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열려라 바위! / 박영미

 

똑,
똑,
똑,
물방울 하나가 쉬지 않고 바위를 두드렸겠지

처음엔
작고 희미한
노크였을 거야

똑,
똑,
똑,
똑,
풀씨가 날아들고 이끼가 번지고부터

꿈쩍 않던 바위도
마음을 연 거야
알리바바의 동굴처럼

그렇지 않고서야
저 단단한 바위가
어떻게 풀꽃들을 피워낼 수 있겠니?


 

  <당선소감>

 

   -

오래 두드렸습니다.

매번 다녀가는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 걷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 발 뗀 아기의 걸음처럼 넘어질 듯 비틀거렸습니다.

그때마다 부단한 담금질로 내면을 다져주신 월벗 선생님과 문우님들

지도교수님이신 장철문 선생님, 순천문학관 이선애 선생님, 어린왕자선문학관 양인숙 선생님, 동시의 벗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그 누구보다 오랜세월 곁에서 응원해주고 감사한 삶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조운성 님과 가족 모두에게 이 영광된 기쁨을 함께합니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당선 소식을 접한 후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선언하며 보고 있으면서 사실은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갈등하고 헤집어놓은 흉터가 기도문처럼 울음 뒤편에 박혀있었습니다.

여전히 내 안에 웅크린 채 떨고있는 아이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잡아주신

강원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고개숙여 깊이 감사인사 올립니다.

힘을 실어주신 걸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동시의 길 야무지게 잘 걸어가겠습니다.


● 전남 목포 출신
예술인


 

  <심사평>

  

  -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작품을 뽑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응모작 한편 한편을 살폈다. 예년보다 응모 기간이 일렀음에도 응모작품 수는 예년과 비슷했다. 80주년을 맞는 강원일보의 신춘문예에 응모자의 관심과 반응은 올해도 뜨거웠다. 연령대는 10대에서 80대까지, 국적별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응모한 작품들이 있어 매우 고무적이었다. 당선작으로 박양미 시인의 「열려라 바위!」를 이견 없이 올렸다. 당선작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모티브로 하여 시인의 상상력을 풀어낸 수작이다. ‘똑,/똑,/똑,/ 물방울 하나가 쉬지 않고 바위를 두드’리는 반복적인 행위로 ‘꿈쩍 않던/ 바위’가 마음을 열어 풀꽃을 피운다는 문학성 높은 서정 동시다. ˂물방울의 연약함˃과 ˂바위의 단단함˃을 대비한 시인의 시적 능력 또한 탁월하다. 「열려라 바위!」에는 사랑이 있다. 신에게 사랑이 없으면 신도 설 자리를 잃듯이 동시도 사랑이 없으면 설 자리를 잃는다. 이밖에 허인자의 「제비꽃」, 류상희의 「꽃이 피어」, 오현희의 「쉼,」 이봄희의 「금붕어」도 심사위원의 마음을 동요시켰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 이창건·이화주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열려라 바위!」를 읽는 맛

이 동시는 “작고 약한 것”이 “단단한 것”을 바꾸는 과정을 아주 짧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물방울의 반복(똑, 똑, 똑)이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이 결국 바위의 마음을 연다. 그래서 이 시의 핵심은 힘이 아니라 지속이다.


제목이 여는 문

“열려라 바위!”는 주문이다. 동시에 부탁이자 선언이다.
알리바바 동굴이 “말”로 열리듯, 이 시의 바위는 “똑똑”이라는 작은 노크로 열린다. 말의 주문이 아니라 행동의 주문인 셈이다.


장면의 흐름

  1. 물방울의 노크
    “똑, 똑, 똑”은 소리이면서 리듬이다. 독자는 그 리듬을 따라가며 ‘오래’라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처음엔 “작고 희미한 노크”였다는 말이 그래서 중요하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거대한 한 방이 아니라, 눈에 잘 안 보이는 시작이다.
  2. 생명이 들어오는 순간
    “풀씨가 날아들고 이끼가 번지고부터”
    바위의 변화는 물방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방울이 만든 ‘틈’으로 씨앗과 이끼가 들어오며, 바위는 단단한 물체에서 살아 있는 자리가 된다. 변화가 ‘파괴’가 아니라 ‘생성’이라는 점이 동시다운 따뜻함이다.
  3. 결말의 질문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풀꽃들을 피워낼 수 있겠니?”
    마지막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이다. 독자에게 “네가 본 풀꽃은 그냥 핀 게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방식이다.

시어와 장치가 만드는 효과

  • 반복(똑, 똑, 똑): 시간을 압축해 보여준다. 아이가 읽어도 귀에 남는다.
  • 대비(물방울 vs 바위): 연약함과 단단함의 대비로 메시지가 또렷해진다.
  • 의인화(바위가 마음을 연다): 자연의 변화를 마음의 변화로 옮겨와 공감을 만든다.
  • 전환(풀씨·이끼): 변화의 결과가 ‘상처’가 아니라 ‘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동시가 말하는 ‘열림’

바위가 열린다는 것은 단순히 갈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틈이 생기고, 그 틈에 생명이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끈질기게 두드리면 이긴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끈질기게 두드리면, 그 자리에서 꽃이 난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