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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구름을 잡는 방법 / 김현아

 

아이는 계산대를 흘낏 보더니 샐러드를 집어 가방에 두 개를 넣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 옆으로 돌아왔다.
먹지도 않은 라면을 쓰레기통에 통째로 넣고 편의점을 나갔다.

“나도 비행기 타보고 싶다. 기념으로 구름 한 줌 가져오고 싶어.”
아이의 눈빛이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를 것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구름을 어떻게 가져오냐. 비행기에서 창문을 열 수도 없는데.”


“딸랑”

오늘도 그 아이가 들어왔다. 나는 컵라면을 감싼 비닐을 뜯지 않고 손톱으로 긁기만 했다.


아이는 컵라면을 골라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 주인아주머니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았다. 핸드폰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가 값을 치르고 온수기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와 함께 나도 비닐을 벗겼다.

아이가 먼저 뜨거운 물을 부었다. 아이가 비키자마자 나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일, 이, 삼, 사….”

아이가 숫자를 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물이 컵라면에 표시된 선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얼른 테이블 위에 컵라면을 올려놓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백팔십 초는 몹시 길었다. 아이를 흘끗흘끗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아이는 눈길을 주지 않고 숫자만 셌다.

“백팔십.”

아이도 나도 컵라면 덮개를 뜯었다. 그때 주인아주머니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컵라면 같은 슈퍼 가공식품을 매일 먹는 사람은 웰빙 식단으로 먹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십 년 이상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발을 빨아먹었을 아이가 가만히 있었다.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시금치, 케일, 상추와 같은 녹색 채소와 블루베리, 사과와 같은 과일이 효과적….”

배가 고팠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젓가락으로 꼬불꼬불한 면을 집어 후후 불었다. 면을 입속으로 넣으려는 찰나에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린 일찍 죽을 거야.”

젓가락으로 잡고 있던 면발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럼 어떡해.”

아이는 냉장 진열대로 갔다. 샐러드를 집어 들었다.

“돈 있어?”

나는 샐러드의 가격표를 가리키며 물었다. 라면보다 훨씬 비쌌다. 아이는 샐러드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우리는 다시 컵라면 앞으로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라면을 바라만 봤다.

꼬르륵 소리는 내가 아닌 아이의 배에서 났다. 아이는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입맛이 돌아왔다. 나도 다시 젓가락을 집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둘러 마신 컵라면을 내려놨다. 아이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 눈 밑이 어두워진 것 같아.”

아이의 컵라면도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넌 얼굴이 더 까매진 것 같아.”

아이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쓰레기통에 빈 용기를 버렸다.

“딸랑”

인사도 없이 아이는 편의점을 나갔다. 학원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정말 눈 밑이 새까맸다.

문제집에는 군데군데 답을 적어 넣는 빈 공간이 있어서 낙서할 수 있었다. 상어 입안에 뾰족한 이빨을 빼곡하게 그려 넣었다.

“또 낙서하지!”

선생님이 다가오고 있었다. 상어를 그린 종이를 찢었다.

“맨날 문제집에 낙서하고 찢고….”

선생님이 한숨을 쉰 것 같았다. 곧 엄마처럼 내게 소리칠 것 같았다.

“그렇게 비좁은 공간에 낙서하면 답답하지 않아? 수업 집중해서 들으면 낙서 마음껏 할 수 있는 종이 줄게.”

선생님이 하얀 종이를 들고 말했다.

웬일로 아이가 가방을 메고 먼저 편의점 앞에 와 있었다. 나를 보고서는 성큼성큼 다가와 물었다.

“일찍 죽고 싶어?”

“일찍 죽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럼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무슨 말이야?”

아이는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렸다.

“딸랑”

오늘도 아주머니는 핸드폰에 빠져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컵라면을 골랐다. 내가 멀뚱히 쳐다보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대로 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랐지만 나도 컵라면을 고르고 계산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라면에 물을 부었다. 아이는 숫자를 백팔십까지 셌다.

라면을 먹으려는데 아이가 컵라면을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살금살금 냉장 진열대 앞으로 갔다. 까만 가방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는 계산대를 흘낏 보더니 샐러드를 집어 가방에 두 개를 넣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 옆으로 돌아왔다. 먹지도 않은 라면을 쓰레기통에 통째로 넣고 편의점을 나갔다.

나는 가만히 멈춰 있었다. 아주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여전히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면발이 가득한 라면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종종걸음으로 편의점을 나왔다.

아이가 내 손목을 잡아챘다. 우리는 뛰기 시작했다.

앞만 바라봤다. 아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지구 바깥까지 뛰어가고 싶었다. 뛸수록 발은 점점 느려졌지만 두근대는 심장 소리는 그대로였다.

편의점에서 한참 떨어진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도둑질은 나빠.”

“알아. 그래도 일찍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도둑이 되는 것보다는 빨리 죽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아이는 가방에서 샐러드를 꺼냈다. 채소 위에 드레싱을 뿌리고 내게 건넸다. 받지 않자 제 입으로 가져갔다.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니 군침이 돌았다.

아이가 다시 샐러드를 건넸을 때는 망설임 없이 받았다. 솔직히 라면이 더 맛있었다. 하지만 라면은 조금 지겨웠다.

방울토마토가 입안에서 톡 터질 때 수명이 일 년은 늘어난 것 같았다. 입안이 시원하고 상쾌했다. 그늘을 만들어 준 나무는 우리의 비밀을 지켜줄 것 같았다.

아이와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편의점을 바꿔가며 만났다. 가장 싼 컵라면을 사고 샐러드나 샌드위치, 도시락을 훔쳤다.

공원 벤치에 도시락과 샐러드를 펼쳐 놓았다. 아이는 제육볶음 양념을 입가에 묻히며 먹다가 물었다.

“너도 급식카드 마음대로 못 써?”

우리가 맨날 가는 편의점 문에도 급식카드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있었다.

“급식카드가 뭔데?”

“급식카드 몰라? 어린이가 밥 사 먹을 수 있는 카드. 급식카드 있으면 햄버거랑 떡볶이 사 먹을 수 있어.”

“완전 좋다! 어떻게 구해?”

“어른이 대신 신청해 줘야 해. 엄마나 아빠, 없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될걸?”

머릿속에 떠다니던 떡볶이랑 햄버거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우리 엄마는 절대 해줄 리 없어. 맨날 카드에 겨우 라면 사 먹을 돈만 넣어 주는걸.”

아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말했다.

“우리 아빠도 급식카드에 라면 사 먹을 돈만 남겨줘.”

“급식카드는 어린이가 밥 사 먹는 카드라며?”

“맞아. 그래서 아침마다 아빠가 먹을 햄버거랑 간식 사러 같이 가.”

“넌 안 먹고?”

“응. 난 아빠랑 같이 있을 땐 투명 인간이거든.”

아이가 양상추를 아삭아삭 씹어 먹었다. 도시락은 데우지 않아서 차가웠다. 제육볶음은 몇 번 씹으니 조금 따뜻해졌다.

원래는 점심만 먹고 헤어졌는데 웬일로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자고 했다.

“안 돼. 학원가야 해.”

“안 가면 안 돼?”

“응. 그럼 컵라면 사 먹을 돈도 안 줄지 몰라.”

“학원이랑 컵라면이랑 무슨 상관이야?”

“엄마가 난 밥 먹을 자격 없다고 했어. 공부 못해서 엄마네 학원에서 가르치기도 창피하대. 그래서 방학하자마자 다른 동네 학원으로 보내버렸어. 학원 빠지면 아무도 날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릴지도 몰라.”

“엄마가 학원 선생님이야?”

“원장 선생님.”

“그럼 부자 아니야?”

“반짝이는 물건이 많은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해.”

“부자면서 너한테는 컵라면값만 주다니 너희 엄마 진짜 나쁘다.”

“너희 아빠도 나빠. 급식카드를 다 써버리잖아.”

아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이가 학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여기서 백일 번 버스를 타고 여덟 정거장 가면 우리 집이야.”

아이가 물었다.

“버스 혼자 타고 다녀?”

“응.”

“대단해. 난 아직 한 번도 혼자 버스 타본 적 없어.”

학원에 거의 다 왔을 때 아이가 새삼스럽게 물었다.

“너 돈 없지?”

“당연히 없지. 아까 편의점에서 썼잖아. 왜 그러는데?”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내일 먹자. 편의점에 조각 케이크 팔잖아. 대신 훔칠 거 하나 빼야 해. 한꺼번에 많이 사라지면 의심할 수도 있어.”

“오늘 먹어야 하는데…….”

아이는 발로 바닥을 비볐다. 오늘따라 이상해서 가만히 쳐다보는데 아이가 말했다.

“오늘 내 생일이란 말이야.”

“왜 그걸 지금 말해! 아까 편의점 가기 전에 말했어야지.”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케이크를 훔쳐서 나오면 걸릴 것 같았다. 돈을 구해야 했다. 우리는 놀이터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학원에서 애들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모두 카드를 사용해서 현금은 없다고 했다. 남은 사람은 선생님뿐이었다. 선생님한테 솔직하게 말했다. 친구 생일인데 케이크 살 돈이 없다고.

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쳐다봤다. 엄마는 화를 내기 전에 나를 째려보곤 했다. 교실을 나가려는데 선생님이 나를 붙잡았다.

“빌려주는 거 아니고 그냥 주는 거야. 친구랑 생일 파티 즐겁게 해.”

가만히 있자 선생님이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

놀이터로 달려갔다. 아이는 땡볕 아래에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가도 아이는 고개를 내리지 않았다. 아이의 팔을 쳤는데도 그대로였다.

“나도 비행기 타보고 싶다. 기념으로 구름 한 줌 가져오고 싶어.”

아이의 눈빛이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를 것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구름을 어떻게 가져오냐. 비행기에서 창문을 열 수도 없는데.”

비눗방울 터지듯 아이의 눈빛이 금세 흐려졌다. 그제야 아이는 케이크를 들고 있는 나를 봤다. 눈이 다시 반짝였다.

“와아!”

종이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망고가 올라간 케이크를 보고 아이의 콧구멍이 커졌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내내 아이는 케이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빵집에서 받은 숟가락을 건네주며 말했다.

“떠먹는 케이크래.”

아이는 케이크를 듬뿍 퍼먹었다.

“으으음!”

아이는 온몸을 흔들었다.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뜨다 말고 물었다.

“넌 왜 안 먹어?”

애초에 숟가락을 하나만 챙겼다. 케이크는 아이에게 주는 내 선물이었으니까.

“네 생일이잖아.”

아이는 케이크를 뜬 숟가락을 내게 내밀었다.

“그러니까 같이 먹어야지. 너 아니었으면 내 생일은 없었어.”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망고 케이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한 조각 케이크는 별똥별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이는 고개를 들고 다시 하늘을 봤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갖고 싶은 구름이 벌써 저만큼 멀어졌어.”

“많고 많은 구름 중에 왜 저 구름이야?”

“음….”

아이는 한참 생각했다.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사이에 구름은 더 멀어졌다. 아이는 양손을 입술 사이에 모으고 하늘에 대고 말했다.

“곱슬곱슬해서!”

꼭 구름에게 말하는 작별 인사 같았다. 구름을 쫓는 아이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파마머리도 아니고 곱슬곱슬이 뭐야.”


“왜요! 왜 감옥에 가요! 도둑은 내 친구 아빠예요.

급식카드를 훔쳤다고요!

감옥에 갈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니라 그 애 아빠예요!”

 

“비행기 말고 버스 타고 왔는데 구름 한 줌을 잡았어.”

“그걸 어떻게 하려고?”

아이는 빗물을 꿀꺽꿀꺽 삼켰다.

나는 놀이터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왔다. 흙 위에 생긴 아이의 그림자 위에 낙서를 했다. 구름머리를 그려주고 손에는 구름이 달린 요술봉을 쥐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발아래에 구름을 그려주었다. 아주 복슬복슬한 구름을. 아이가 두 발을 굴렀다.

“대단해! 넌 마법사야.”

“마법사는 무슨, 그냥 낙서야.”

아이는 구름을 볼 때보다 들뜬 얼굴로 말했다.

“너한테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

“케이크가 선물이 될 수는 없어?”

“응, 같이 먹었잖아.”

아이는 벌써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도둑질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고 난 안 먹겠다고 했잖아!”

“네가 그린 그림이 갖고 싶어.”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방에서 선생님에게 받은 종이를 꺼냈다.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종이였다. 아이는 우리 둘을 그려달라고 했다.

“어떻게 그려줄까?”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빈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자꾸 입꼬리를 높이 올렸다.

하늘로 고개를 들어 구름을 봤다.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한 구름은 더 멀어져 있었다. 고개를 내리자 아이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아이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마 구름을 보고 있을 거다.

바다 같은 하늘을 그렸다. 우리는 각자 구름으로 만든 튜브를 끼고 헤엄을 쳤다. 우리의 튜브는 구불구불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웃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아이의 입술이 서서히 벌어졌다.

“너무… 너무 마음에 들어. 최고의 생일 선물이야.”

아이가 그림을 가슴에 포개었다.

“아직 안 끝났어. 집에 가서 색칠해서 줄게.”

아이는 두 손으로 그림을 내밀었다.

“내일 꼭 줘야 해.”

집에 가자마자 방문을 잠그고 색칠을 했다. 색연필을 놓고 완성한 그림을 봤다. 아이가 완성된 그림을 보고 뭐라고 할지 기대가 됐다.

아이는 보자마자 그림을 달라고 했다.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며 말했다.

“밥 먹고 줄게.”

도시락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너희, 딱 걸렸어.”

뒤를 돌아보니 주인아주머니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한두 번 아니지? 지난주에도 도시락 없어졌는데 너희 짓이지?”

아주머니는 부모님 전화번호를 대라고 했다. 우리는 번호를 부르고 꼼짝없이 아주머니 옆에 서 있었다. 아이가 덜덜 떠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한 시간 뒤에 엄마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나를 흘겨보고는 아주머니에게 흰 봉투를 건넸다.

“죄송해서 두둑하게 넣었어요. 아이가 어려서 뭘 모르고 한 일이니까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아주머니는 봉투를 들여다보고는 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애 아빠 알아요? 아빠랑 둘이 산다는데 전화해서 제 새끼가 도둑질했다는데 툭 끊어버리데요. 다시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모르는 애예요. 저희 집은 이 동네 아니거든요. 우리 애는 도둑질할 애가 아닌데 아무래도 저 애가 부추겼나 봐요.”

엄마는 내 손을 잡고 편의점을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여전히 편의점 안에 서 있었다. 아이와 멀어질수록 아이가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발 학원에서 얌전히 공부 좀 해. 너 때문에 내가 무슨 망신이니!”

엄마에게 잡힌 손이 아팠다.

“동네 창피해서 옆 동네로 보냈더니 도둑질을 해?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손이 부서질 것 같았다.

“아까 걔가 너한테 도둑질하자고 했지? 어린애가 어디서 못된 짓을 배워와서 다른 애까지 끌어들여.”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목이 따끔거렸다.

“애초에 왜 저런 애랑 어울려서 이 사달을 내니? 저러다가는 감옥에 갇히는 거야.”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멈춰 서서 엄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왜요! 왜 감옥에 가요! 도둑은 내 친구 아빠예요. 급식카드를 훔쳤다고요! 감옥에 갈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니라 그 애 아빠예요!”

뒤를 돌아 뛰었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같은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를 끌고 편의점을 나왔다.

앞만 보고 뛰었다. 멈추지 않고 뛰었다.

“숨이 너무 차.”

아이가 말했을 때 멈춰 섰고 함께 숨을 골랐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든 상관없어.”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몰라서 앞으로 걷기만 했다.

꽤 긴 시간을 걷고 또 걸어서 멀리 온 줄 알았는데 엄마가 경찰차를 타고 나타났다. 아이와 함께 도망가려고 했지만 금세 잡혔다.

경찰차를 탄 아이의 몸이 떨렸다. 나는 경찰관에게 말했다. 아이의 아빠가 아이의 급식카드를 뺏었다고. 엄마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네가 사라져서 찾으러 온 것뿐이야.”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갔다. 경찰관은 엄마가 진짜 우리 엄마가 맞는지 간단히 확인했다. 다른 경찰관은 아이에게 급식카드에 관해 물었다.

엄마는 확인이 끝나자마자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집에 가야지! 자꾸 고집 피우면 혼날 줄 알아.”

엄마가 우악스럽게 내 어깨를 잡고 말했다. 경찰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내게 귓속말했다.

“다음에는 내가 너희 동네로 갈게. 백일 번 버스 타고 여덟 정거장.”

나는 힘을 뺐다. 엄마는 나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부터는 다시 엄마의 학원에 다녔다. 점심은 엄마와 함께 학원에서 배달 음식을 먹었다. 엄마는 나를 하루 종일 학원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엄마가 수업하러 들어가면 나는 빈 교실에 혼자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만 종일 쳐다봤다.

비가 가늘게 떨어지고 있었다. 백일 번 버스가 멈춰 섰다. 한 아이가 내렸다. 턱을 괴고 있다가 와락 일어섰다. 교실을 박차고 뛰어갔다. 엄마한테 혼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아이는 양손을 모아 빗물을 모으고 있었다. 날 보고도 손을 내리지 않았다.

“책에서 봤는데 구름은 비가 된대.”

오랜만에 보는데도 아이는 계속 함께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비행기 말고 버스 타고 왔는데 구름 한 줌을 잡았어.”

“그걸 어떻게 하려고?”

아이는 빗물을 꿀꺽꿀꺽 삼켰다.

“이제 내 몸 안에 구름이 있어. 나도 둥둥 떠오르면 어떡하지?”

“그럼 나도 널 잡고 하늘로 떠오를래.”

우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아이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서 보여줬다.

“급식카드 이제 나만 써.”

“경찰관이 아빠를 데려갔어?”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대신 집으로 찾아와서 아빠를 혼냈어. 그 뒤로 급식카드는 나만 써.”

“아빠한테 혼나지는 않았어?”

“안 혼났어. 투명 인간이잖아.”

아이는 급식카드로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급식카드 사용 표시가 붙어있는 분식집을 들어갔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떡볶이를 먹고 가겠다고 빠르게 말하고 끊었다.

떡볶이는 생각보다 매웠다. 둘 다 습습거리면서 먹었다. 아이는 국물까지 긁어먹고는 물을 연속으로 세 컵이나 마셨다. 아이가 컵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내가 생일 밥 샀으니까 이제 선물 줘.”

“내가 그림 가지고 다니는 줄 어떻게 알았어?”

“몰랐어. 진짜 있어?”

나는 가방에서 그림을 꺼냈다. 아이는 입을 활짝 벌렸다. 벌린 채로 다물지 않았다.

“넌 진짜 마법사야.”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 구름을 탄 표정으로 아이가 말했다. 아이가 연필을 꺼내더니 그림을 뒤집었다.

“뭐해?”

“제목 적으려고.”

나는 아이 옆에 가까이 다가가 아이가 쓰는 글씨를 봤다.







아이는 멈추지 않고 내 이름 옆에 나란히 글씨를 더 썼다.

이 윤

래 희

원 성

아이가 종이에서 손을 뗐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씩 웃었다. 내가 그린 그림도 아이가 지은 제목도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백일 번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아이에게 손을 백일 번쯤 흔들어주었다.

 

 

  <당선소감>

 

   당선까지 날 이끌어준 작품 속 두 아이에 감사

뛸 듯이 기쁘다는 말이 나를 위해 준비된 말 같았다. 당선 전화를 받고 길에서 방방 뛰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내 모습을 꽤 자주 상상했다. 상상 속 나는 운다. 울어서 대답을 잘 못한다. 끊고 나서도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현실의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웃음이 새어 나온다는 말이 나를 보고 만든 말 같았다. 계속 웃음이 나왔다. 입꼬리가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즐거운 고민이 이어졌다. 인터뷰 때는 어떤 옷을 입고, 시상식에는 누구를 부르고, 제출할 사진은 어디에서 찍고, 당선 소감을 어떻게 쓸지.

전화로, 메시지로, 당선 소감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나를 깨뜨려준 동무이자 스승님이신 힘동 식구들, 지금은 멀리 있지만 처음을 함께한 동문서답 선생님들, 따뜻하고 든든하게 격려해 주시는 임어진 선생님, 내 작품을 믿어주신 김지은, 최나미 심사위원님,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과 사랑을 주는 돌고래군,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많은 사람이 떠올랐고 기쁜 소식을 전했다. 벅찬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쯤 두 아이가 떠올랐다. 작품 속에서 두 아이가 나를 이끌어줬기 때문에 이 지면을 빌릴 수 있었다.

잠시 잊고 있던 마음이 부끄러웠지만, 덕분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계간 창비어린이에 실린 박숙경 평론가님의 진정한 일꾼은 상과 박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모르는 시간 속에서 되어가는 것이라는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동안 글을 쓰며 빨리 등단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매해 낙선을 맞이할 때마다 늦어지는 등단에 애달파했다.

당선이 된 지금은, 일찍 등단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많이 부서졌으면 좋겠다. 다시 세워진 나는 키가 커서 더욱 멀리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이 알아서 더 다정한 글을 쓰고 싶다.

이 글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다. 언젠가 길을 잃었을 때 꺼내 읽기를 바란다.

언제나 동화 쓰는 나를 가장 사랑했다. 잠이 들기 직전까지 작품을 구상하는 순간도 황홀했다. 앞으로는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온 힘을 다해 어린이를 믿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어린이를 존경한다.

1996년 광주 출생  석유 관련 기업에 재직 중이다.


 

  <심사평>

  

  안전해 보이는 편의점 공간 너머… 어린이의 고통 이끌어내

어린이가 사는 세상은 어른이 사는 세상과 같은 곳이다. 추우면 똑같이 춥고 어두워지면 거리가 캄캄해지는 것도 같다. 어린이도 아픔을 감추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애쓰면서 충실하게 하루를 산다. 그러나 아직 서투르기 때문에 그 행동이 어긋난 곳을 향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저지른 잘못의 파장에 놀라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어지럽게 조각나버린 어른들의 문제가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화는 이런 정황을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결심으로 담는 문학이다.

전년보다 SF 또는 판타지 응모작이 줄었다. 다소 거칠지만 어린이의 손을 꼭 잡고 같이 걷는 현실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들은 그중에서 세 편을 두고 최종적인 의견을 나누었다. ‘숲의 정령’은 제주 곶자왈이 배경인 모험 이야기다. 숭고한 죽음과 보은에 대한 서사이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어린이의 용기를 응원하는 크고 작은 생명들을 밀도 높게 그려낸 것에 있다. 안정적인 문장으로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간다. 아쉬움이 있다면 메시지로 정리하는 결말이다. 지금까지의 두근거림이 딱딱한 말에 부딪혀 떨어진다. 모험은 모험으로 두었을 때 여운이 길다. ‘고민 해결 기계’는 사건 전개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밝은 동화다. 세계가 짐작보다 허술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편안한 웃음으로 이끈다. 친구 관계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의외의 풀이법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안 보이는 점이 아쉬웠다. 인물들이 웃고 있어도 깊게 갈등할 수 있다.

‘구름을 잡는 방법’은 어린이의 도벽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다룬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편의점이 배경이다. 급식카드 사용이나 편의점의 우정을 다룬 동화들이 여러 편 있지만 이 작품은 매끈하고 안전해 보이는 편의점 공간 너머까지 나아가 어린이들의 고통을 끌어내는 점이 인상 깊었다. 건강하게 늙겠다는 어른들의 욕망이 어린이에게도 똑같이 노출되고 탄생과 성장이 아니라 노화와 죽음을 염려하게 되는 현실, 성적이 낮아서 엄마의 학원 영업에 방해가 될까 봐 일부러 옆 동네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아이의 외로움, 아이 몫의 복지 혜택을 강탈하는 아버지 등 어린이를 둘러싼 난폭한 세계가 촘촘히 재현되어 있다. 두 아이의 우정은 범죄로 이어지지만 내용적으로는 연대에 가깝다. 독자에게 겹겹의 윤리적 갈등을 남기는 작품이다. 읽고 나면 등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어린이가 자신들의 삶에서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칼바람이기도 하다.

구름을 붙잡고 싶었던 아이가 손에 빗물을 받아 마시면서 구름을 몸 안에 간직하려고 하는 장면은 어린이의 기원이 얼마나 간절한지 보여준다. 작가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데 그 희망의 주문은 또박또박 적어 넣은 두 아이의 이름이다. 작가는 어린이의 현실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준다. 따라서 이 작품을 올해의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최나미 동화작가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구름을 잡는 방법〉 촘촘 해석: “구름(가능성)”을 ‘손’이 아니라 ‘몸’과 ‘이름’으로 붙잡는 이야기

이 동화는 편의점이라는 “안전해 보이는 공간”을 무대로, 아이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거칠고 차가운 세계를 건너는지 보여줍니다. 핵심은 도덕 교훈(도둑질은 나쁘다)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나쁜 짓’ 쪽으로 미끄러지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어떻게 서로를 살리는지(연대)입니다.


1) 서사의 엔진: “180초”의 반복이 빈곤의 리듬이 된다

초반부터 이야기는 리듬으로 박힙니다.

  • 편의점 입장 “딸랑”
  • 컵라면 뜯기
  • 뜨거운 물 붓기
  • 1,2,3… 180초 세기
  • 덮개 열기, 먹기

이 반복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가난이 만들어내는 하루의 규칙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180초가 “몹시 길다”는 문장처럼, 아이들은 늘 기다립니다.

  • 돈이 생기길
  • 배가 덜 고프길
  • 어른이 봐주길

그래서 편의점은 휴식처 같지만, 사실은 ‘생존 루틴’이 실행되는 현장입니다.


2) 도둑질의 출발점: “수명이 10년 줄어든다”는 말이 아이들의 세계를 뒤집는다

주인아주머니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건강 정보는 어른 세계의 상식인데, 아이들에게는 공포로 떨어집니다.

“우린 일찍 죽을 거야.”

이 한 문장이 전환점이에요. 여기서부터 동화는 “배고픔”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끌고 갑니다.

  • 가난 → 컵라면 → 건강 정보 → “일찍 죽음”
    이 연결은 어린이에게 너무 잔인하죠. 아이들은 아직 “노화와 죽음”을 주제로 살 나이가 아닌데, 이미 그 언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샐러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수명을 사는 물건이 됩니다.

3) 두 아이의 관계: 우정이 아니라 ‘연대’로 설계되어 있다

이 작품의 두 아이는 다정하지만, 그 다정함이 “예쁜” 방식으로만 나오지 않습니다.

  • 라면 vs 샐러드
  • 도둑질에 대한 윤리적 갈등
  • 서로의 얼굴이 까매졌다고 말하는 불편한 진실
  • 생일 케이크를 위해 돈을 구하려는 필사

이 관계는 “같이 놀자”가 아니라 “같이 살자”에 가까워요.
그래서 심사평에서 말하듯, 두 아이의 우정은 범죄로 이어지지만 내용적으로는 연대입니다.


4) 어른들의 폭력은 ‘때리기’가 아니라 ‘제도/말/무관심’으로 온다

이 동화가 서늘한 이유는, 폭력이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① 편의점 주인: 무관심

핸드폰에 빠져 아이들의 위험 신호를 못 봅니다.
아이들은 그 틈에서 살아남지만, 동시에 그 틈 때문에 더 위험해집니다.

② ‘나’의 엄마: 체면과 통제

  • “두둑하게 넣었어요” (돈으로 사건을 덮기)
  • “모르는 애예요” (친구를 단번에 ‘나쁜 애’로 만들기)
  • “동네 창피해서 옆 동네로 보냈더니” (아이의 삶을 관리 대상으로만 보기)

엄마는 아이를 보호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고립시킵니다.

③ 아이의 아빠: 약탈

급식카드는 아이를 위한 복지인데, 아빠가 가져갑니다.
“난 아빠랑 같이 있을 땐 투명 인간”이라는 문장은 너무 아프죠.
존재를 지워야만 폭력이 덜해지는 상황.

즉, 이 동화의 어른들은 악당이라기보다 아이를 지우는 구조의 일부로 등장합니다.


5) “구름”의 상징: 갖고 싶은 건 ‘물질’이 아니라 ‘가벼움’

아이가 말하는 구름은 단순한 로망이 아니에요.

  • 비행기 타보기(이동, 탈출)
  • 구름 한 줌(가볍게 떠오르는 힘, 숨 쉴 공간)
  • “곱슬곱슬한 구름”(이유를 설명 못 하는 욕망—어린이 욕망의 진짜 얼굴)

아이들은 현실에서 너무 무겁습니다.
학원, 돈, 카드, 생존, 경찰서, 도덕…
그래서 구름은 **“가벼워질 권리”**의 상징이에요.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아이가 말하죠.

“책에서 봤는데 구름은 비가 된대.”
“비행기 말고 버스 타고 왔는데 구름 한 줌을 잡았어.”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비(현실)**로 내려와 몸 안에 들어옵니다.
아이의 방식은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삼켜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에요.


6) 낙서/그림의 의미: “마법”은 도둑질이 아니라 ‘상상’에서 나온다

중요한 게 있어요. 아이들은 훔쳐서 샐러드를 먹지만, 작품이 끝내 붙잡는 희망은 ‘절도’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 선생님이 “비좁은 공간에 낙서하면 답답하지 않아?”라며 하얀 종이를 줍니다.
    → 여기서 처음으로 어른이 아이를 ‘통제’ 대신 ‘숨 쉴 공간’으로 도와줍니다.
  • 그 종이에 아이 둘이 구름 튜브를 끼고 헤엄치는 장면을 그려요.
    → 현실을 떠나는 게 아니라, 현실을 건너는 새로운 방식(튜브=부력)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선물은 케이크도 샐러드도 아니라

“네가 그린 그림이 갖고 싶어.”

이 대목이 작품의 심장입니다.
아이에게 ‘구름’은 결국 그림=기억=관계로 잡힙니다.


7) 가장 강한 장면: “도둑은 내 친구 아빠예요”라는 고발

이 장면은 윤리의 방향을 뒤집습니다.

“감옥에 갈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니라 그 애 아빠예요!”

아이의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고, 정확한 계급적/구조적 직감입니다.

  • 아이들은 훔치고,
  • 어른은 제도를 훔칩니다(급식카드 강탈).
    작품은 “누가 더 큰 도둑인가”를 묻습니다.

8) 결말의 주문: “이/윤/래/희/원” — 이름을 나란히 적는 일

끝에서 아이가 그림 뒤에 제목처럼 두 사람 이름을 나란히 씁니다.

  • 이름을 쓰는 건 “우리가 있었다”는 기록이고,
  • 서로가 서로를 투명 인간이 아니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구름을 붙잡는 방법은 결국

  1. 비(현실)를 몸 안에 넣고
  2. 그림(상상)으로 숨 쉴 공간을 만들고
  3. 이름(관계)으로 사라지지 않게 붙잡는 것

이 3단 콤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