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고양이 무늬로 웃는 연습하기 / 손연후
고양이 무늬로 웃는 연습하기 / 손연후 노란색 상자 안에 털실 뭉치 좋아하는 고양이를 기르는 일 누구나 동그란 노란색으로 웅크려본 날들 있었지 쉼표 모양 씨앗처럼 고요히 꿈꾸는 연습 감자야, 하고 부르면 눈이 동그래져서 딸꾹 하고 딸기향 나는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당신 넥타이에도 딸꾹거리는 딸기가 묻었어, 우리는 서로의 코를 쿡 찌르며 웃어버렸지 커튼을 열면 우리도 고양이 꼬리처럼 기다랗게 기대어 보고 노란 고양이 무늬 닮은 햇빛이 머리 위로 얼룩덜룩 흘러내렸지 반짝이는 유리잔마다 함께 이름을 붙이던 날 사람은 이름대로 사는 거래, 여기저기 우리 이름을 붙이자 우리는 감자 눈동자 속에 살고 유리잔과 식탁보 넥타이 구두에도 살고 사람들 와르르 모였다 흩어지는 보도블록 횡단보도에도 길쭉하게 누워 있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