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꽃 / 김혜지
꽃 / 김혜지 "라이터 하나 주세요." 잠이 덜 깬 슈퍼 아줌마가 짓무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기계적으로 주황색 라이터를 건네던 손이 멈칫한다. 내 교복에 와 박히는 눈빛이 곱지 않다. 담배 피려는 거 아니에요. 준비했던 말이 목구멍 아래서 맴돈다. 다행히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 아줌마가 말없이 내게 라이터를 건넸으니까. 나는 잰걸음으로 슈퍼를 빠져 나온다. 사방이 어둡다. 바람이 매서워 옷깃을 여미다 문득 깨닫는다. 코트를 입지 않았네. 장롱 문을 열었을 때, 희미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교복 위에 앉았던 먼지가 날려 재채기를 했다. 그래서 까먹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사실은 오로지 교복을 입어야 한단 생각 밖에 없었다. 오늘은 교복을 입자, 일곱 달 만에 가는 학교니까. 오늘은 월요일, 운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