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북소리 / 이재영
북소리 / 이재영 "세 시에 시장 입구에서 만나, 시간 꼭 지켜." 지현이가 아이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알았어, 너나 늦지 마." 건우가 맞받아치고 교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소리야, 우린 같이 가. 두 시 오십 분에 교문 앞. 알았지?" 지현이는 내게 다시 약속을 걸었다. 나는 눈길을 피하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국어시간에 수행평가로 '우리 고장 기사쓰기'가 주어졌다. 우리 모둠은 시장의 모습을 조사하기로 했는데 오늘 마침 오일장이 열린다. 터덜거리며 집에 온 나는 가방을 던져두고 마루에 걸터앉았다. '애들이 시장에 가면….' 생각만 해도 한 숨이 나왔다. 나는 애먼 신발코로 바닥만 콕콕 찧었다. "짠짜라짜잔, 짜잔짜 짠짠." 입구부터 음악소리가 신나게 흥을 돋우었다. 건우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