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생일 축하해 - 안지은
생일 축하해 / 안지은 걷던 길에서 방향을 조금 틀었을 뿐인데, 신기하지낯선 골목에 당신의 얼굴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니네게선 물이 자란다, 언제 내게서 그런 표정을 거둘거니누군가가 대신 읽어준 편지는 예언서에 가까웠지막다른 골목길에서 나의 감정을 선언하니벽이 조금씩 자라나고, 그 때에당신은 살아있구나, 눈치 챘지문장의 바깥에 서서당신은 긴 시간동안 사람이었지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언젠가 손을 맞잡았던 적이 있지, 짧게우리라고 불릴 시간은 딱 그만큼이어서나에겐 기도가 세수야당신을 미워하는 건 참 쉬운 일이지오래 마주보고 있기엔 당신의 눈동자는 너무나 투명해표정은 쉽게 미끄러지고벽을 등지고 걸으면 내 등이 보이는 오늘누구랄 것 없이 녹아 흘러내리지만언제나 당신은 젖지 않지내가 살아 있는 것이 당신의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