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볼트 / 지혜
볼트 / 지혜 공장은 산을 가로지르는 국도 근처에 있었다. 오래된 도로 끝에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회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는 팔차선에서 사차선으로, 사차선에서 이차선으로 점점 좁아졌다. 이윽고 나타난 컴컴한 숲의 초입에는 인적 하나 없었다. 샛길에는 커다란 활엽수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입구에 놓인 표지판은 녹슨 귀퉁이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슬아슬했다. 얇은 철판 위에 급하게 갈겨쓴 것처럼 보이는 표지판의 글씨는 획과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보였다. 나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삼촌의 말대로라면 여기 어디쯤 아니 바로 그곳에 공장이 있어야 했다. 주변에는 건물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