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열쇠 / 강정희
열쇠 / 강정희 “너. 왔구나. 사람들 틈에 섞여있어도 알아보겠다. 내 폐부까지 들여다보는 눈길, 왼 어깨를 살짝 기울인 자태. 그런 너를 나는 알아본다. 좀 더 다가오렴. 이제 눈도 침침하고, 지난날들이 가물가물하다. 처마에 주렴을 드리운 듯, 종종 시야가 흐릿해지곤 한다. 오늘, 번거롭고 경황없는 오늘 같은 날도 아침부터 정신줄을 놓고 까무룩 졸았다. 나 많이 늙어버렸지? 이 몰골 한심하지? 그래도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고 왔니? 그동안 궁금했다. 잊히지 않더라. 너는 여전히 곱구나. 어제 예정이었는데 하루 미뤄져 오늘이란다. 남처럼 그렇게 멀리 서있지 말고 제발 가까이 오렴.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안됐구나. 난 괜찮은데. 앞산에서 솟은 싱싱한 해가 무난하게 운행을 마치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