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 평사리의 아침은 아름답다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 15. 06:25
728x90

 

마지막 문학캠프 장소인 하동에 온지도 어느덧 이틀이 되었습니다. 잠을 깨우는 스승님을 따라 해보다 일찍 아침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악양 마을 전체가 훤히 보이는 평사리 문학관의 기온은 유독 낮아보였습니다. 찬바람은 무심하게도 이른 아침 해를 찾는 사람들을 억압하지만, 해를 보겠다는 그 일념하나만은 바람도 막지 못했습니다.

푹 눌러쓴 털모자와 바람을 막기에 안성맞춤인 야상을 입고 나섰습니다. 고개를 껍데기 속으로 넣는 거북이같이 제 목은 자꾸 옷에 기대려고 했습니다. 몇 번의 걸음은 옷껍데기 속에 묻힌 저의 목을 길게 내밀게 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악양 마을의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집집마다 작게 켜진 불빛들은 시골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말해주듯 초롱초롱합니다.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달은 페르시안 고양이의 눈빛만큼이나 뚜렷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달빛에 비췬 구름들은 마치 고양이의 회색빛 털과 같이 우아해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산 위에는 붉은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둡던 길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의 떠오르는 해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핑계로 뜨는 해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본 2012년의 해는 뚜렷하면서도 힘이 있어보였습니다. 한 바퀴를 돌던 스승님과 저, 그리고 동기들은 마을을 한 바퀴 돌고서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이 왜 부지런해야하는지를 백 번의 말보다는 한 번의 떠오르는 해를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생에 무기력해질 때, 가끔은 해보다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해를 보아야겠습니다.

아침 길 위에는 저보다 키가 조금 큰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새삼스레 혼자가 아니란 생각에 마음은 가볍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