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 평사리 문학과의 평사리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 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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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문학관에는 평사리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가 있습니다. 평사리 문학관에서라기 보단 평사리 문학관 위 한옥마을이라 함이 옳을 것 같습니다.

평사리는 이제 평사리 문학관의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에도 사진이 등장하고, ‘평사리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보니 평사리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재롱을 피우며, 사람 손에 많이 익숙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평사리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옥 체험을 하기 위해, 방문한 초등학생들의 장난으로 평사리는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듣고 나니, ‘평사리가 측은하게 보였습니다.

늦은 새벽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교수님들도 다 주무시는데, 눈을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존재는 평사리 뿐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마을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역시 악양 마을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평사리가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기분이 좋아져서 평사리에게 목줄을 걸고, 산책을 했습니다.

암컷인 녀석이 얼마나 힘이 쌔던지, 등치가 있는 저도 질질 끌려다닙니다. 마을 이곳저곳에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고, 신이 나는지 뛰기 시작합니다.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릴 길을 평사리때문에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과 뛰면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은 달랐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 것도 좋았지만, 뛰면서 바라보는 마을도 너무 좋았습니다. 흔들리는 눈빛들은 가장 중요한 것들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도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평사리 문학관에서 문학과 함께한 시간들이 금방 지나가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평사리도 그립지만, 늘 챙겨주시는 성자 이모님의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먼 길 떠나는 저를 쓰다듬어 주시며. 건강하라고 하시는 말씀에 이모님의 손을 꼭 붙잡아 드렸습니다. 따뜻한 체온에 차가운 겨울은 양파 껍질처럼 벗겨져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