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 눈 위를 걷다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3. 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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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는 해발 800m나 되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습니다.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길게 뻗은 톈산 산맥이 만년설을 간직한 채,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남쪽 지방에 살다보니, 눈을 보기가 싶지 않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밟았을 때, 느껴지는 소리는 한국의 눈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한국의 눈과 같이 뽀드득소리가 나길,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귀를 의심하고 다시 모래처럼 쌓은 눈을 밟았을 때, 비로소 고개를 들어보니, 이국땅임을 새삼 느낍니다.

키르기스스탄의 눈은 잘 뭉쳐지지도 않습니다. 모래처럼 부드러워 눈싸움을 해도 아프지 않습니다. 마치 차가운 손길이 닿듯 신선하기만 합니다.

설국에서 겪는 하루는 길거리 탐방으로 시작해서 끝이 났습니다. 한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기는 했지만, 이 또한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하니 즐겁기만 합니다. 식당에 들릴 때마다, 좀 더 신경을 쓰시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출발할 때와 같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발에 눈이 밟힙니다. 낯선 이들의 방문을 축하하든 덕지덕지 붙은 눈들을 떼어내기 아쉬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