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 오랜만에 찾은 산소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3. 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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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 이후, 1년 만에 산소를 찾아갔습니다. 반가운 마음보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선 길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산소를 가기로 아버지와 약속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두통약을 두 개나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니, 두통이 마법처럼 사라졌습니다.

아버지를 옆 좌석에 태우고, 소주와 말린 오징어 한 봉지를 들고, 안동시 북후면으로 향했습니다. 명절 연휴에도 불구하고, 길은 조용했습니다. 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큰아버지께서 아버지와 제가 찾아가는 걸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고개를 두 번이나 넘었습니다. 과수원이 아름다운 마을을 따라 걸으니, 어느덧 눈에 익숙한 산소가 보였습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작은 돗자리를 들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산소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산소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고개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잡초마저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길 같았습니다. 혹여나 아카시아 가시에 조상의 영혼이 다칠까 가지를 잘라냈습니다.

마른 오징어와 소주. 보잘 것 없는 초라한 음식에 바람이 스쳤습니다. 바람에 앞머리가 정신없이 휘날렸으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