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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짐을 챙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씩 생각나는 버릇 때문일까요. 늘 시간이 쫓겨 짐을 챙겼으나, 이번 여행만큼은 시간은 제 등 뒤에 서있었습니다.

인천공항까지는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일행 중,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해 팀과 합류했습니다. 다들 쉬고 있었지만, 눈과 귀는 이미 공항의 빠른 움직임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8월 캄보디아 이후, 5개월만입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은 안전벨트처럼 조여 옵니다. 그러나 면세점만 보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6시쯤 비행기를 탔습니다. 도착지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입니다. 속도는 내는 비행기 안에서 귀가 멍해집니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제 이름도 멀어져가는 인천공항의 모습과 같이 희미해져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건너, 대륙이 보였습니다. 중국의 땅이 넓다는 건, 직접 영해나 영공을 지나야 알 수 있으리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둠은 살며시 빛을 가리고, 하늘은 검은 잉크를 칠한 듯 어두워졌습니다. 내려다보이는 건, 마치 개미들이 빛을 등에 이고 가듯, 촘촘히 박힌 불빛들이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의 식사도 맛있었습니다. 물과 음료를 시켜 먹으며, 알마티에 도착했습니다. 살벌한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하고,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슈케크 공항에 마중 나온 분들의 차를 타고, 우리 일행은 교수님과 친분이 있는 목사님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눈 쌓인 풍경이 익숙한,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도착과 함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