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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츠코르까지 가는 길은 힘들어.

(2013년 6월 20일)


택시 예약하기.



 택시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압토바잘(버스터미널)로 가야한다. 우리나라처럼 키르기스스탄도 버스터미널 주변에는 택시들이 늘 많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들을 모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문화다.


 여행 출발 절날부터 압토바잘을 여러 번 오갔다. 위치도 몰라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압토바잘에 무사히 도착했다. 문제는 언어였다. 그나마 1년 살면서, 보고 배운 게 있다고 내가 앞장섰다.


 택시들은 낯선 배낭여행객들의 등장에 기뻐했다. 우리는 목적지를 송쿨이라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표정이 변하는 택시 기사들. 송쿨까지는 도로가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꺼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하라고?...


 그런데 갑자기 택시 기사들이 가격을 높게 부르며 다가왔다. '도라가 도라가 (비싸다 비싸다)'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택시를 구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러다가 만난 한 아저씨. 겨우 택시 가격을 절충했다.  차를 살펴 보았다.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과 우리가 장시간 동안 앉아 가기에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연락처를 받아 적으며, 내일 아침 일찍 전화를 주기로 했다. 대략적인 주소만을 알려준 채, 나는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짜증.


 우리는 아침 일찍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소를 말해줬는데도 길을 잘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집앞까지 택시가 와야 배낭들을 싣고, 즐겁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길을 모른다니... 덜컥 짜증이 밀려왔다. 어제는 분명히 집앞까지 태우러 올거라더니...


 결국 무거운 배낭을 들고 큰 도로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우리는 모두 1인당 2개의 배낭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짐이 상당히 많았다. 나는 택시 기사를 보자마자 화를 냈다. 약속과는 다르지 않냐고. 그러자 택시 기사 아저씨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얼마 걸리냐, 그곳 날씨는 어떻냐 등으로 질문을 함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 아저씨와는 1박 2일을 함께해야 되기 때문에 지나친 트러블은 좋지 않을거란 생각이 우리들의 의견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


 차는 출발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인지, 우리들은 모두 피곤했다.



 수도 비슈케크 지역을 벗어남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쉬움보다는 설레임이 컸다. 내가 꿈에 그리던 송쿨이란 곳을 구경할 생각 때문에.




 비슈케크를 벗어나니, 풍경들은 지나치게 솔직했다. 이런 풍경들을 감추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선택받은 사람들을 위해 숨겨놓았던 것일까.


 설산을 바라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만년설이 보이는 도로는 나를 춤추게 했다.


도로의 무법자.



  얼마쯤 갔을까. 스키장을 홍보하는 간판이 보인다. 키르기스스탄이 겨울스포츠를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단 사실을 잊고 살았다.




 스콜라(초중고등학교) 앞에서 속도를 줄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택시 기사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결국 경찰에게 잡혔다. 나는 차안에서 백미러를 통해, 경찰에게 돈을 건네는 아저씨를 바라봤다. 이곳도 경찰에게 돈을 건네면 되는구나...


 그런데 한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정도 걸렸다. 그때마다 택시는 멈춰섰고, 경찰들에게 돈을 건넸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웃으면서 별일 아니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글쎄...


 차는 다시 출발했다. 안전을 부탁하며.


길 좋고 경치 좋고



 길 곳곳에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이런 풍경들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색적인 게 별거 있냐. 그냥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느낀대로.



 아침부터 설사병 때문에 고생한 친구님. 목베개를 하고 넉살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역시 오랜 이동 시간 동안은 잠이 최고다.



 우리는 휴게소에 들렸다. 옥수수 등을 우리에게 다가와서 파는 현지인들. 먹고 싶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이래봐도 키르기스스탄에서 1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물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간식거리를 사먹으라니...


 시원한 도로



 길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길을 왜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꺼리는 걸까. 물론 아직 코츠코르까지 도착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송쿨. 하지만, 코츠코르에 들려 주유하고,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도로 위로 양떼들이 지나간다. 겁도 없는 양떼들. 



   곳곳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코르코르에 입성하다.



 나는 계속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언제 도착하냐고 물어보았다. 계속되는 풍경이 익숙해졌고, 우리는 조금씩 지쳐갔다. 


 아저씨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호수를 가르키더니, 저곳이 송쿨이라고 했다. 에이... 설마...


 몇 번 되묻자,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농담이라고 했다. 하긴, 저게 호수일리가 절대 없지. 나도 웃고 넘겼다.



코츠코르 지역을 알리는 간판이 보였다. 드디어 코츠코르까지 온 것이다. 



 아저씨가 운전해서 간 곳은 본인의 집이었다. 우리는 빵 한조각을 얻어 먹었다. 그런데 너무 딱딱하다. 이가 아플 정도로 딱딱한 빵을 씹었지만, 딱딱해도 너무 딱딱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소박한 마을이 예쁘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만년설이 쌓은 산은 마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징징거리는 동생을 데리고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들 형제들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이들은 우리를 경계하는 듯 했다. 늘 그렇듯이 시선의 차이는 어디에든 존재하니깐.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제법 낡아보였다. 하지만 차는 잘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 면에서 이 차는 합격이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소개해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도 매우 제한적인 식당에서 우리는 간단한 현지 음식들을 시켰다. 친구들은 1년 동안, 현지에 살은 나에게 음식에 물었지만, 사실 나는 몇몇 음식 빼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자취를 했고, 취사병 출신으로 요리를 아주 잘했기 때문에.^_^


 주유 및 정비를 끝낸 택시 기사 아저씨가 뒤늦게 식당으로 들어와 밥을 먹었다. 이제는 송쿨을 향해 출발이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송쿨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설레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