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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별 세는 일.
(2013년 6월 20일)


달을 찍다.



 달을 찍고 싶었다.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달, 달은 사진 세계에 입문한 나에겐 어려운 숙제였다. 그래서 더더욱 카메라 속에 달을 담고 싶었다.



송쿨의 달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달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어디까지나 좁게 봤을 때다. 풍경과 함께 본다면 느낌이 완전 다르지만.



 달 사진을 찍겠다고 혼자 카메라를 들고 끙끙거렸다. 그러자 친구가 와서 사진 달 사진 찍는 방법을 알려줬다. 저 멀리 아름답게 보이는 달.




  여러 장을 찍었다. 위 아래 가운데 ... 곳곳에 찍힌 달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풍경을 찍다.




  빛 노출에 따라서도 사진은 차이가 났다. 물론 감상하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유르트와 달빛의 조합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이 호수에 비추면서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보고 싶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환호했고, 친구들도 카메라를 들고 풍경들을 담기 시작했다.



별을 찍다.





  별은 정말 찍기 어려웠다. 그나마 북두칠성이 하늘에 떠있었기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송쿨에서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봤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별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움 이상이었다.




  유르트와 별자리, 그리고 풍경이 모두 나오도록 찍어보았다. 역시 아직 실력이 부족한터라 사진이 조금은 어색하기만 하다.




  조금 더 줌을 당겨 찍었다. 나는 흰색을 가진 유르트가 참 좋다. 어떤 풍경이나 색과도 잘 어울리는 흰색의 유르트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을 닮았다.



별을 세다.





  송쿨의 밤은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었다. 맑은 날씨 속에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일도 내게는 행운이었다.



풍경을 읽다.




  만년설과 달빛이 비춘 호수는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누구의 무대일까? 주인공이 없는 무대였다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고요한 송쿨의 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유르트는 미사일 모양을 닮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갈망했던 하늘로.




  몇몇 친구들은 이 사진을 보고, 게임 문명에 나오는 어느 왕조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나에게는 그저 행복했고 소중했던 추억으로 남은 송쿨의 밤 풍경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친구들은 춥다고 먼저 유르트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내내 사진을 찍었다. 내일이면 송쿨을 떠나야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