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 마지막 교문지도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5. 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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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짐을 내려놓고 늘 가던 곳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기 위해 꼭 거쳐야 되는 곳. 학생들의 발자국 소리가 조용하면서도 씩씩하게 들리는 곳. 교문입니다.

 

교문에는 저보다 일찍 젊은 선생님 한 분이 와 계십니다. 제가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입니다. 그 시간이 되면 교문을 지키던 선생님은 저에게 교문지도를 일임하고 아침종례를 하기위해 학급으로 이동하십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뚜벅뚜벅 걷는 아이들. 모두 등교하는 모습은 마냥 즐겁지는 않아 보입니다. 날씨가 덥다보니 하복을 입는 학생도 많이 보입니다. 큰소리로 인사하는 아이들, 쑥스러운 듯 고개만 숙이는 아이들.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아이들. 모두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내일은 임시교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니, 오늘이 교문지도의 마지막 날입니다. 넥타이, 외투, 실내화 등을 늘 지도했습니다. 춘추복임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학생들, 외투를 걸치고 등교하는 학생들, 슬리퍼를 신고 자신감 있게 등교하는 학생들.

 

오늘도 학생 몇몇을 붙잡고 세워두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크게 야단치기 보다는 타이르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학생들의 등을 토닥거리며 내일부터 제대로 입고, 신고 다니라고 말을 건넵니다.

 

저는 이 교문을 10년 전까지만 해도 늘 걸어 다녔습니다. 지각을 하면, 오리걸음으로 교실까지 걸어가던 추억이 서려있는 그곳. 지금은 후문까지 생겨 교문이라는 사실이 무색해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교문은 학생을 잡는 사람과 학생 간의 치열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