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 부처님 오신 날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5. 3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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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인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곳곳에 소나기와 천둥이 지속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 밭에 일을 한다며 나가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일찍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을 믿는 어머니 입장에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에 가야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아버지는 날이 저물어야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체념한 듯 고구마와 호박전을 구으며 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친구를 만나러 커피숍으로 이동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수십 번,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위해 길거리 퍼레이드를 곳곳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퍼레이드를 구경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불꽃놀이가 한창인 오늘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웃으며 스님들이 요즘 도박하고, 문란하니깐 부처님이 노하셔서 오늘 날씨가 좋지 않다고 얘기를 드렸습니다. 수십 년째 절을 다니시던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거리시며 조용히 응답해 주셨습니다.

 

비록 절은 가보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굳게 믿은 부처님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절에서 본인의 건강보다는 남편과 자식의 건강과 앞날을 위해 비셨던 분이기에 오늘 모은 두 손이 유독 슬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