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07. 숲의 변명.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12.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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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에게 너희들은 왜 하늘 높이 자라 가지를 뻗으며, 수많은 가지에서 난 잎들로 하늘을 가리냐고 물었다. 나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용히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하늘은 부끄러웠던 것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맨몸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나무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나무는 손이 많았고, 순수했고, 착했다. 그리고 뻗고자 하는 본능이 있었다.

 

  나는 맨몸을 부끄러워하는 하늘과 하늘의 맨몸을 가리겠다는 나무의 변명을 들으며, 한없이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무엇이 부끄러워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자라다가 멈춘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의 잎을 애써 주워 모으며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 하늘의 맨몸보다 사나운 부끄러움에 글썽이는 나를 만난다.

 

2012. 나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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