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08. 초상화.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12.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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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내가 초상화를 그린다. 벤치의자 위에 앉은 소녀의 모습을 그린다. 소녀가 몸을 살짝 비틀자 사내는 그제야 풀려버린 소녀의 미소를 그린다.

 

  나는 한 번도 나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다. 외모보단 흰 공백을 나 혼자만의 표정과 몸짓으로 채우기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초상화는 한 사람의 모델이 주인공이 된다. 모델은 고정된 자세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고, 작은 움직임에도 화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롤 모델로 삼은 사람들이 또는 사회가 규정해놓은 모범에 표준화된 사람들이 긴 초상화에 질리기 시작했다. 사회는 이들을 범죄라 부르지만, 나는 소심하게 일기장에 나는 그들의 초상화를 그린 실력 없는 화가였다고 소심하게 적는다.

 

2013. 어긋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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