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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우산길 / 남열

 

등장 인물

 

남수열(·30) 우우열(·35) 전창수(·20)

남숙희(·5) 대머리소장(·50) 김반장(·50)

박형사(·35) 그 외 노가다들, 인부들, 아가씨들

 

"짭새가 귀찮게 쫓아다녀 어제 해치웠지

유도에 합기도에 뭐라더라

무슨 은메달리스트 특채 막 자랑을 하던데

그래봤자 사람 여럿 죽여 본 놈하고

상대가 되나 어디"

 

 

#1. 프롤로그

 

햇볕 쨍한 오후. 도로에 서 있는 아가씨들 모습 보인다. 하나 같이 짧고 야한 스커트 차림이다. 손에는 밝은 원색의 연두, 주황, 핑크,형광의 양산을 손에 들고 있다. 검은 고급 세단. 자동차 한 대 들어온다. 아가씨들 얼굴 환해진다. '나를 사가세요' 운전자를 향해 미소와 눈빛 보낸다. 그런 아가씨들을 스윽 둘러보는 운전자의 시선. 이윽고 초이스 된 아가씨 앞에 자동차 선다. 문이 열리면 양산 접고 차에 오르는 아가씨. 부웅 출발하고 멀어지는 자동차 위로 타이틀 뜬다.

 

타이틀 '우산길'

 

 

#2. 인력 사무소 앞 - 실외 - 새벽

 

아직 어두운 새벽. 하루 일당을 벌러 온 노가다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쬐거나 한다. 인력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는 남수열 모습 보인다.

 

 

#3. 인력 사무소 안 -실내- 새벽

 

노가다들 모여 있다. 종이컵에 일회용 봉지 커피 타 마시는 남수열의 모습 보인다. 소장실 문 열린다. 누군가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대머리 소장.

 

대머리 남수열이, 남수열이 어딨어.

 

 

#4. 소장실 - 실내 - 새벽

 

대머리 얼굴 찡그린다. 그가 바라보는 곳. 남수열 양말 벗으면 왼쪽 발가락. 발톱 모두 깨지고 피 검게 응고되어 시퍼렇게 부어있다.대머리 소장.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인서트. 공사현장. 작업복 차림의 남수열과 인부 1,2,3 끙끙거리며 무거운 철근 옮기고 있다. 철근 놓친 듯 아차 하는 인부1의 표정.이어서 으아악 비명 지르는 남수열의 얼굴. 무거운 철근 남수열의 발등을 찧고, 남수열 고통에 부르르 몸을 떤다. 의식 잃는다.)

 

 

#5. 복도 - 실외 - 아침

 

인력사무소 2층 복도. (1층에는 인력사무소가 2층에는 간이숙소가 있다.) 창가에 기대 쓸쓸히 밖을 내다보는 남수열의 모습 보인다.저만치 아래 일감을 잡은 노가다들 몇몇이 줄줄이 승합차에 올라탄다. 씁쓸한 남수열의 얼굴.

 

숙희(소리) 아빠.

 

남수열의 어린 딸 숙희 잠옷 차림으로 눈 부비며 안아 달라고 두 팔 벌린다.

 

남수열 (번쩍 안아들며) 우리 숙희 깼구나. 추운데 왜 나왔어.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숙희 (콜록콜록 기침)

 

남수열 (손으로 콧물 닦아주는) 춥다. 들어가서 밥 먹자. 배 고프지.

 

숙희 아빠.

 

남수열 (웃는) 왜 우리 공주님? 아빠한테 또 비밀 얘기 해줄 거야?

 

숙희 (고개 끄덕끄덕)

 

남수열 (궁금하다는 듯 숙희의 입에 바싹 귀를 대며) 뭘까? 비밀얘기가.

 

숙희 남수열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비밀 얘기한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듣고 있는 남수열의 표정. 서서히 미소가 줄어든다. 표정 굳는다.

 

 

#6. 소장실 - 실내 - 아침

 

대머리 소장과 노가다1,2 (소장의 따까리)

 

컵라면에 김밥 몇 줄 놓고 대충 아침 때운다.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남수열.

 

남수열 이 짐승새끼.

 

남수열 그대로 대머리에게 달려든다. 주먹으로 수차례 대머리의 얼굴 가격하면 놀란 노가다 1,2가 뜯어 말린다. 컵라면 뒤집어쓰고 엉망이 된 대머리의 얼굴. 이성 잃고 악을 쓰며 달려드는 남수열. 그만하라며 막아서는 노가다 1,2. 남수열 복받쳐 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으아아아악!!! 괴성을 지른다.

 

 

#7. 인력사무소 앞 - 실외 - 아침

 

숙희 엉엉엉 울고 있다. 노가다 1,2에게 얻어맞고 있는 남수열의 모습 보인다. 대머리 소장 남수열의 짐을 (옷가지며, 동화책, 인형,후라이팬 등등) 거리에 내던지며 꺼지라고 소리친다.

 

 

#8. 여관 방- 실내 - 오후

 

치킨 살 뜯어 숙희의 입에 넣어 주는 남수열. 햇반의 쌀밥도 조금씩 떠 숙희의 입에 넣어준다. 두 손으로 컵 쥐고 우유도 꿀떡꿀떡 잘 마시는 숙희. 그 모습 바라보는 남수열의 따듯한 시선. 순간 핑 눈물이 난다.

 

숙희 아빠?

 

남수열 응?

 

숙희 울어?

 

남수열 (화들짝 놀라 고개 돌리는) 울긴. 아빠 안 울어.

 

(사이) 숙희 잠들었다. 남수열 상처 입은 왼발에 붕대 칭칭 감는다. 외출 준비 한다. 지갑 안. 천원 권 몇 장 뿐 현금 얼마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

 

 

#9. 우산 길 - 실외 - 오후

 

연두, 주황, 핑크 등등 형광 양산을 든 아가씨들 한쪽을 보고 힐끔 거린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 검은 우산을 든 남수열의 모습 보인다. "뭐니 짼?" 서로 쑥덕거리는 아가씨들.

 

(사이) 검은 고급 승용차 다가온다. 환해지는 아가씨들의 얼굴. 섹시하게 혀를 내밀고, 큰 가슴을 자랑하고, 엉덩이를 실룩인다. 차량은 하나 둘 아가씨들을 지나친다. 남수열 앞에 승용차 멈춰 선다. 긴장한 표정의 남수열. 검게 썬팅 된 조수석 차창문 스르륵 내려간다. 운전석 우우열

 

우우열 How Much?

 

남수열(긴장한) ?

 

우우열 (웃는) 영어 몰라? 얼마냐고?

 

긴장한 남수열의 얼굴. 그런 남수열이 재밌다는 듯

 

우우열 타.

 

남수열 ?

 

우우열 타라고.

 

남수열 차에 올라탄다. 부웅 출발하는 검은 세단 승용차.

 

 

#10. 달리는 우우열의 차 안 - 실외 - 오후

 

우우열 여기 애들 보통 이십이야. ...

 

우우열 오른손 뻗어 남수열의 턱 잡는다. 대충 얼굴 생김새 훑어보고.

 

우우열 삼십 줄게. 어때?

 

남수열 (고개 끄덕)

 

우우열 입으로만 해주면 돼. 쌀 때까지. 콘돔은 안 써.

 

(사이)

 

우우열 처음이야?

 

남수열 (고개 끄덕)

 

우우열 (미소만) 좋네.

 

(사이) 차량은 계속해 달리고 두 사람은 말이 없다.

 

남수열 운전하는 우우열을 힐끔 거린다. 앞만 보고 운전하는 우우열의 모습. 살짝 올라간 입고리. 선해 보이는 미소가 인상적이다.

 

우우열 더워?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우우열 히터 저단으로 조작한다. 남수열 이마에 땀 닦으며 침을 꿀떡 삼킨다. 품안에서 서서히 꺼내드는 것. 날카로운 칼이다.

 

남수열 차 세워 개새끼야!

 

 

#11. 도로 - 실외 - 오후 (남수열의 상상)

 

끼익 멈춰서는 우우열의 검은 승용차. 차량 안. 겁에 질린 우우열 양손 들고 벌벌 떤다.

 

우우열 사..살려주세요.

 

남수열 돈 내놔. 가진 거 다 내놔! 새끼야. 빨리.

 

우우열 지갑 꺼내면, 남수열 거칠게 낚아 채 안의 현금 빼낸다.

 

남수열 시계.

 

우우열 시계 푼다. 남수열 차량 선반 열어 돈 될 만한 물건 모두 찾는다.

 

남수열 반지 빼.

 

우우열 반지 빼고. 남수열 우우열의 목덜미 손으로 더듬으며 차고 있는 금목걸이도 거칠게 잡아챈다.

 

남수열 머리 숙여.

 

우우열 네?

 

남수열 대가리 박으라고 새끼야!

 

고개 숙인 채 벌벌벌 떨고 있는 우우열. 남수열 조수석 문 열고 내린다. 좌측 사이드 미러로 뜀박질하며 멀어지는 남수열의 뒷모습 보인다.

 

 

#12. 달리는 우우열의 승용차 안 - 실외 - 오후

 

운전석의 우우열 시선 앞으로 향한 채 미동 없다. 조수석의 남수열 심장박동소리 점점 커진다. 품안의 칼자루 꽉 움켜쥔다. 후우 숨을 고른다. 그 때, 남수열을 향해 스윽 고개 돌리는 우우열.

 

우우열 너

 

남수열 !!!

 

우우열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

 

남수열 (호흡 거칠어진다. 칼자루 꺼낼 준비 한다.)

 

우우열 음악 들을래?

 

우우열, 차량 내 뮤직플레이어 버튼 꾹 누르는 순간. ! 차량 유리창에 부딪히는 남자. 전창수(20). 차량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선다.뮤직플레이 된다. 바바바밤. 베토벤 운명 교향곡. 핸들에 이마 부딪히고, 그 충격으로 인상 잔뜩 찌푸린 우우열. 남수열 역시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했다.

 

 

#13. 도로 - 실외 - 오후

 

멈춰선 우우열의 차량. 비상깜빡이 틱톡. 틱톡. 우우열 차에서 내린다. 바닥에 웅크리고 누운 전창수. 몸에 통증이 있는지 우-- 신음 소리 낸다. 조수석에 앉은 남수열을 향해 나오라고 손짓하는 우우열. (사이) 전창수 일으켜 양 옆으로 부축해 뒷좌석에 태우는 남수열과 우우열.

 

 

#14. 우우열의 집 - 실외 - 

 

주택 한쪽에 딸려있는 전용주차장. 셔터 열리고 우우열의 차량 들어온다.

 

 

#15. 주차장 내부 (혹은 창고) - 실내 - 

 

뒷좌석에서 전창수를 끌어내는 남수열과 우우열의 모습 보인다.

 

남수열 여긴 왜?

 

우우열 왜라니.

 

남수열 병원으로 가야.

 

우우열 (웃는) 병원엘 왜가.

 

남수열 기분이 이상하다. 주변을 둘러본다.

 

남수열 그럼 어쩌려고.

 

우우열 죽여야지.

 

남수열 !!!

 

콰콰쾅 요란한 소리 난다. 의식 없이 앓던 전창수 벌떡 일어나 물러선다. 세워둔 자전거에 걸려 뒤로 넘어진다.

 

전창수 뭐. 뭐야 너희들. .. 경찰! 경찰 부르겠어.

 

전창수 겁에 질려 부르르 손을 떨며 핸드폰 꺼내 버튼 누른다. 순식간에 다가온 우우열이 해머를 들어 내려친다. 전창수의 손에 든 핸드폰 액정 펑 소리나며 깨진다.

 

전창수 (물러서며) 으아악!

 

우우열 (남수열보며) 뭐지 그 표정은? 난 니가 나랑 같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남수열 품안에서 칼자루 꺼내든다.

 

우우열 그렇지. 좋아. (턱짓으로 전창수 가리키며) 니가 해. 죽여 버려.

 

남수열 조까!

 

남수열 우우열 향해 칼자루 휘두르면 주춤 물러서는 우우열.

 

우우열 이것 봐라.

 

우우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손에 잡히는 톱자루 전창수에게 던져준다.

 

우우열 니가 해. (남수열 가리키며) 저 새끼 죽이면 넌 산다.

 

전창수 덜덜덜 떨며 톱자루 손에 잡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부러진 자전거페달 우우열 향해 집어던진다.

 

우우열 이것들 봐라.

 

남수열 (전창수에게) 이쪽으로 와요.

 

전창수 (보면)

 

우우열 (웃는) 이대일로 하시겠다. 그 전에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까.

 

우우열 한쪽으로 가 상자하나 들고 온다. , 바닥 중앙에 던져 놓는다.

 

우우열 열어 봐.

 

전창수 다가가 조심조심 열어보면, 사람 얼굴, 시체다!

 

전창수 으아악!

 

우우열 짭새 하나가 귀찮게 쫓아다녀서 어제 해치웠지. 유도에 합기도에 뭐라더라. 무슨 은메달리스트 특채 막 자랑을 하던데. 그래봤자 사람 여럿 죽여 본 놈하고 상대가 되나 어디.

 

전창수 (겁에 질려 비명 지른다) 으아아악!

 

남수열 이쪽으로 와 빨리! 둘이 덤비면 이길 수 있어.

 

전창수 당신을 어떻게 믿어.

 

남수열 씨발.

 

우우열 재밌다는 듯 크큭 거린다.

 

우우열 결국 일대, 일대, 일이네. 그럼 내가 쪼금 유리하겠구만.

 

화면 삼등분 된다. 남수열, 전창수 그리고 우우열의 얼굴에서. 우우열 크아악 유쾌한 얼굴로 달려들고, 남수열 어금니 깨물고 눈에 힘 꽉 주고, 전창수 겁에 질려 으아악 비명 지른다. 화면 암전 된다. 세 남자의 목소리 계속된다.누군가는 공격하고 누군가는 공격당한다.웃음소리, 울음소리 뒤섞여 괴기스러움을 연출한다.

 

 

 

#16. 에필로그

 

//경찰서 취조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은 김반장(50)과 남수열의 모습 보인다. 남수열 얼굴 여기저기 찢겨 엉망이다. 입고 있는 상의 셔츠에는 핏물이 흥건하다. 테이블 위에는 피 묻은 칼자루. 그리고 주사기. 그리고 백색 필로폰 가루 놓여있다. 김반장. 표정 없이 서류 몇 장 넘겨보고, 남수열의 몽롱한 얼굴 표정 살핀다. 박형사(35) 들어온다. 손에 약물검사용 기구(머리카락, 소변 담긴 병, 리튬종이, 주사기 등등)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박형사 양성 맞아요. 반장님. 제가 백프로 약쟁이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딱보면 딱이지.

 

김반장 애는?

 

박형사 확인해 봤는데, 이 새끼 총각이에요. 이혼했다는 애 엄마, 다섯 살인가 하는 여자애, 다 유령이에요, 유령.

 

김반장 여관방이랑 그 모야 직업 소개해주는데...

 

박형사 반장님. 이 새끼 이거 뽕 맞고 정신 뽀로로해서 사람하나 잡은 거에요. 뺑소니에 시체유기.

 

김반장 (버럭) 씨발 꼭 두 번 말하게 해. 여관방하고 직업소개소 확인 했어 안했어!

 

박형사 (한숨) , 확인해봤는데요. 없어요 그런 거... 다 지어 낸 거에요. 구라요. (남수열보며) 어떡할까요 이 새끼.

 

김반장 남수열을 바라본다. 남수열 지칠대로 지쳤는지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 떨군 채 잠들었다. (사이)

 

 

// (남수열이 말한) 우산 길.

 

어둡고 인적 없다. 김반장 주변을 둘러본다. 남수열이 말한 우산 쓴 아가씨들은 보이지 않는다. 김반장 문득 손에 든 검은 우산을 펼쳐본다.

 

그때! 저만치서 남자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남자 김반장의 손에 무언가 쥐어준다. 보면 비닐봉투 안에든 백색의 가루. 필로폰이다. 남자 미동 없다. 김반장 그제서야 생각난 듯 지갑 꺼내면, 남자 능숙하게 현금 얼마 꺼내간다. 남자 사라지면 김반장 깊은 상념에 빠진다.

 

(/인서트. 취조실 안. 생생하게 있었던 일을 진술하는 남수열. 대머리 소장과 싸운 얘기. 딸아이 숙희 얘기. 우산 길 아가씨들 얘기. 교통사고. 살인범과의 대결. 등등)

 

김반장 손에 쥔 필로폰 가루 한참을 바라본다. 걸음 옮긴다. 그 때 저 멀리서 자동차 라이트 불빛 김반장을 향해 다가온다. 빵빵 하는 크락션 소리. 자동차 서고, 검게 썬팅 된 유리문 내려가면 운전석 우우열의 모습. 그가 씩 웃으며 말한다.

 

우우열 How Much?

 

혼란스러운 듯, 경직된 김반장의 얼굴에서. 엔딩. 자막 오른다. --




<당선소감>

 

 "한 발짝 다가 선 단편영화 꿈 무척 행복"

 

  춥고 배고픕니다. 그래도 꿈이 있어 행복합니다.

  방을 빼달라는 집주인의 전화에 울적해 있을 때, 당선전화를 받았습니다. 봄처럼 내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글을 열심히 쓸수록 더 가난해집니다. 눈 내리는 밖보다 더 추운 방 안에서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글을 씁니다.

  혈변을 볼 때마다 두렵습니다. 시작도 못했는데 그냥 끝일까봐.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 밀리고 밀려, 멀리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일자리를 찾아 떠돌았습니다. 그러다 우프(WWOOF)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루 3시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신에 잘 곳과 먹을 것을 무료로 제공받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게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나는 농부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개인 카라반 안에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렇게 4년입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15년 동안 장편 시나리오를 30개나 썼는데 극장 상영에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넌 재능이 없는 거다. 그 말이 사실일까 또 겁이 납니다.

  내 큰 즐거움은 단편영화입니다. 우리는 치열하게 영화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포기 하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31번째 시나리오를 씁니다. 이번에는 꼭 영화관 개봉하고 싶습니다. 늘 그리운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열/1981년 울산 출생. 2000년 서울예술대학 입학. 극 단 연희단거리패 배우

 


<심사평>

 

삶의 진창 관통하는 힘 느껴지는 수작

 

  올해 희곡/시나리오 부문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희곡 4, 시나리오 4편이었다.

  심사 대상이 된 희곡 '맨홀' '오늘, 여기에서' '여름의 초상' '노가 없는 마을'은 모두 당선작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구성력과 문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맨홀'은 빼어난 수작이다. 그러나 네 작품 모두 '극적' 구성을 잘 알고 있기에 기존 극적 문법에서 맴돌았다. 신선함과 모험을 택하지 않고, 당선 안정권을 노린 신춘문예용 웰 메이드 희곡 같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공모한 지난해에는 거론할 심사 대상작이 없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최종심에 오른 4편의 시나리오는 나름대로 개성이 있었다. '' '이태원(梨泰院)의 옛 지명은 이태원(異胎院)이었다'는 기존 스토리텔링을 착실하게 답습한 장편 시나리오이다.

  곧바로 영화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문학적 글쓰기로서의 작품성은 거칠었다.

  결국 '한양빌라 401' '우산길'이 최종 심사 대상이 되었다.

  평자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 '한양빌라 401'보다, 삶의 진창을 관통하는 힘이 느껴지는 '우산길'을 선택한다. 희곡 '맨홀'과 시나리오'우산길'중에서도 파격적인 삶의 영상 '우산길'을 당선작으로 선택한다.

  도전적인 영화제작팀을 만나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같은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 이윤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