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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단풍잎 / 이경모 

 

단풍잎 떨어진 길을
맨발로 걸으면
살짝살짝 달라붙는
단풍잎들.

내 발이 아플까 봐
나무들이 신겨주는
가을빛 가득 물든
단풍잎 신발.

걸으면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가 나는
아기 꽃신같이

걸으면 걸을수록
자꾸만 방글방글 웃음이 나는
누구나 딱 맞는 신발.

 

 

  <당선소감>

 

   "누군가의 목마름을 샘물처럼 씻어주고 싶어"


  코로나19와 변이된 오미크론까지... 다 함께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즈음, 코로나 백신같이 치료제같이 들려온 당선 소식에 잠깐일지라도 힘을 얻습니다. 참 오랜 시간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창작의 도전과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10년이 된 듯합니다. 떨어지면 또 작품을 돌아보고, 떨어질 만하니 떨어진 작품을 곱씹으며 언젠가 제 작품을 읽어줄 독자들을 생각하며, 또한 어려운 아동문학의 현실을 이기고 동시를 써오신 분들의 동시를 읽고 배우며, 엉뚱한 상상과 습작, 또 습작, 부지런히 쓸 수밖에는 달리 방법은 없었습니다.

  신춘문예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억지 겸손이 아니라 이제 겨우 걸음마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춘문예 당선이 되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밤하늘 빛나는 별들처럼 더욱 빛을 내는 작품을 빚어 독자들을 만나리라 다짐합니다. 아이들이 읽어도 따뜻함과 감동과 기쁨을 주며, 어른들이 읽어도, 세월에 잊힌 동심을 회복시킬 동시를 쓰도록 힘써 노력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지금 더욱더 그리운 건 언젠가 산촌에서 살던 때, 산 중턱에 있던 맑은 샘물 맛이랍니다. 샘물 맛이 얼마나 상쾌하고 좋던지,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찾는답니다. 앞으로 제가 쓰는 동시가 샘에서 우러나오는 오염 없는 샘물처럼 누군가의 목마름과 답답함을 시원하게 씻어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제가 응모한 작품을 잘 보아주신 이준관 심사위원님과 오랜 세월, 변함없이 신춘문예라는 치열하지만 흥겨운 장(場)을 베풀어주신 조선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은 했지만, 소중한 가족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기특하고 씩씩한 이 땅의 어린이들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 분, 늘 건강하시고, 하루빨리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기쁨이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 1958년 고성 출생
● 동해시설관리공단(망상리조트) 근무


 

  <심사평>

 

  

   신선한 비유·의태어로 자연과의 교감 그려내


  수많은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동시에 대한 뜨거운 열기와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새롭고 참신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신인에게 바라는 것은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함이다. 기존의 소재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롭게 보인다. 동심의 눈으로 관찰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세계를 단순 명쾌하면서도 신선한 시적 표현으로 담아내기를 당부한다.

  ‘꽃바구니 따라간 나비’는 봄날의 정경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그러나 기존 동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익은 비유라서 참신성이 떨어졌다. ‘눈물 한 방울’은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었으나 결말이 밋밋하게 끝난 것이 단점이었다. ‘금속의 몸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금속활자의 탄생을 의인화하여 새롭고 참신하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조금 더 생략되고 함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들꽃 교실’은 시골 학교의 아이들을 들꽃에 비유하여 정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너무 시상이 소박하고 단조로웠다.

  ‘단풍잎’은 소품이지만 빨간 단풍잎처럼 곱고 예쁜 작품이었다. 단풍잎 떨어진 길을 맨발로 걷는 감흥과 설렘을 산뜻한 비유와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하였다. 동심적인 생각을 잘 살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간결하고 단순 명쾌하게 표현한 점이 미덕이었다. 자연과의 교감을 신선한 비유와 의태어의 느낌을 살려 정감 있게 그려냈다. 오롯이 아이의 생각과 느낌으로 쓴 작품이라서 흐뭇하고 아름다운 동심에 젖게 하는 점도 좋았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도 수준작이라서 역량에 신뢰가 갔다.

심사위원 : 이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