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선작>

 

  매미 날리기 / 유인자

 

꼼짝없이 공부를 했더니

귀에서 매미 소리가 난다.

맴맴맴맴맴맴, 맴맴맴맴맴맴,

농구대에 공을 넣으며

매미를 한 마리씩 꺼낸다.

맴,맴,맴,맴,맴,맴. 맴,맴,맴,맴,맴,맴.

귀에서 놀던 매미들이 다 날아간다.

귀가 뻥 뚫렸다.

 

 

  <당선소감>

 

   “생동하는 아이 마음 쉬어갈 수 있게 정진”


  온종일 흐린 날, 소양호수 한적한 벤치에 앉아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저기 흐릿해진 봉의산 능선을 그려보고 있을 때쯤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이 기분을 조금만 더 만끽하려 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 자연변화의 아름다움을 늘 접했습니다. 동심(童心)을 잃지 않고 동시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들과 일상적으로 교감하고 또한 친구들과 정다운 추억을 많이 쌓은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시절의 따뜻했던 기억이 가슴 한편에 불씨로 남아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에 매력을 느낍니다. 제가 아동도서를 늘 끼고 사는 이유 또한 아이들의 해맑은 눈과 순수한 정서에 반해서였습니다. 앞으로도 생동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함께하며 즐겁게 쉬어 갈 수 있는 다정한 동시를 쓸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준 내 친구 하은이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나태해질 때 일어설 수 있게 희망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늘 묵묵히 어떤 일을 해도 지켜봐주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시를 공감해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강원일보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춘천 生 
● 주부


 

  <심사평>

 

  

  “단순 명쾌하며 절묘한 은유·단단한 구조”

 

  코로나로 어려운 때임에도 응모작이 많았다. 아동문학에 대한 열정에 변함이 없어 기쁘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 끝까지 겨룬 작품은 이정희의 ‘손우물', 신영순의 ‘봄비', 이윤정의 ‘뿔', 유인자의 ‘매미 날리기'였다. ‘손우물'은 동심이 담겨 있는 귀엽고 깔끔한 작품이었으나 메시지가 약했고, ‘봄비'는 비슷한 이미지의 동시가 여럿 있어 낯익은 느낌이, ‘뿔'은 주제를 드러내 닫혀 있는 마무리가 아쉬웠다.

  유인자의 ‘매미 날리기'는 청각적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고 시의 구조가 단단해 당선작으로 올리는 데 이견이 없었다. ‘매미 날리기' 외 다른 작품도 빼어나 시인의 역량을 가늠케 했다. 경쟁과 속도의 시대, 공부라는 짐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는 어린이들을 위로하는 시인의 시심을 높이 평가했다. 단순 명쾌하며 절묘한 은유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린이 정서에 밀착한 공감각적인 동시로 많은 생각과 웃음을 준다. 동시 단의 새로운 길을 열어 가리라 믿는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이창건, 이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