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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지켜보고 있다 / 지윤경

 

  '안개 때문이었구나.'

  이미 일어난 지 오래지만 어두컴컴한 기분에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한참 만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그제야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보았다. 9시 30분, 이미 지각이다. 부재중 전화 10통이 와 있었다.

  엄마 8통, 담임 2통.

  머리카락과 얼굴에 대충 물을 묻히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수업에 접속하면서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늦잠 잤어. 미안.'

  내가 늦잠을 잔 것이 엄마에게 미안할 일인가 잠시 생각했다. 수업에 접속하고 담임선생님께 보내는 채팅창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도윤지 학생,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서 접속하세요."

  담임선생님은 건조하게 대답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모니터에 나와 있는 안내를 보고 국어 49쪽을 폈다. 내 화면은 검정 바탕에 '도윤지 5학년 2반 12번'이라고 떠 있었다. 노트북 카메라를 켰다. 미처 정리 되지 못한 해쓱한 얼굴이 떴다. 나는 얼른 카메라 위치를 바꾸었다. 화면에는 숱이 많고 까만 앞 머리카락만 보였다. 마음이 좀 편했다.

  '위잉' 내 방에 설치된 캠이 움직였다. 먹잇감을 찾는 육식 동물의 움직임 같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지켜보던 엄마가 말을 시작하겠다는 신호다.

"윤지야, 엄마가 몇 번을 전화 했는지 알아?"

  '8번.'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엄마 회의가 있어서 계속 못 깨웠어. 어제 늦게 잤어?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니?"

"안개 때문에."

"어? 뭐라고? 싱겁긴. 윤지야, 당분간은 계속 화상으로 수업할 것 같아. 엄마가 수시로 보고 있는 거 알지? 딴 짓 하지 말고! 점심은 식탁에 차려놨어. 오후에는 영어수업이랑 독서모임 있는 거 알지? 화상수업 주소 너한테 올 거야. 확인하고 제시간에 들어가. 알았지? 아, 엄마 일하러 가봐야겠다. 그럼 이따 보자."

  '이따 보자. 이따 언제 볼 수 있지? 내일? 모레? 매일 내가 잠들면 들어오면서…….'

  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빨간 불은 꺼졌다. '위잉' 캠은 내가 잘 보이도록 방향을 잡았다. 난 잠시 카메라의 중앙을 쳐다보았다. 카메라 안에 깊은 눈동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저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마치 엄마와 눈이 마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 엄마도 나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까.

"도윤지. 지금 어디 보고 있니? 늦게 왔으면 수업에 더 집중해야지. 50쪽 '친구들과의 올바른 대화' 윤지가 읽어 보세요."

  노트북에서 내 이름이 들려왔다. 나는 온기가 없는 카메라 눈동자에서 시선을 거두고 국어 책을 읽었다. 국어 책 단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들과의 올바른 대화'였다.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데 올바른 대화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늘 조용했다. 우리 가족은 말이 별로 없었다. 아빠도, 엄마도 그냥 침묵이 일상이었다. 아빠와 따로 살기 시작하고 우리 집은 더 고요해졌다. 엄마는 고요한 것에 익숙했지만 조용한 나를 보며 걱정을 하곤 했다. 엄마의 걱정대로 학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힘들었고 무슨 말을 걸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까르르 참새들처럼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시끄럽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저 참새들 중 한 마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눈에 별로 띄고 싶지 않았는데 혼자 오도카니 앉아 있는 나는 더 선명해 보이는 것 같았다.

  학교는 미세먼지가 최악이거나, 독감이나 장염 등 어떤 바이러스가 돌거나, 자연재해가 있거나, 학교 공사를 하거나, 대면 수업이 어려운 날에는 화상 수업을 했다. 학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방침에 따라서 그날그날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과 조금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화상 수업으로 대체 되었다.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에 뿌연 안개가 끼어 있는 것처럼 늘 답답했다.

  '위잉' 점심시간에 맞춰서 캠이 움직인다. 눈에 빨간 불빛을 번뜩이며 나를 찾는다. 내 생활에 맞춰서 엄마는 알람을 10개도 넘게 맞춰 놓았다. 아빠도 없이 일과 육아를 혼자서 해내는 엄마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엄마의 고군분투하는 정성에 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따라주기로 한 것이다.

"수업 끝났니? 점심시간이지? 밥솥에 밥 뜨고, 국 1분만 데워서 먹어."

"응."

  '위잉, 위잉, 위잉' 거실과 부엌에 여러 개의 눈동자들이 나를 찾는다. 우리 집 구석구석 모든 곳에 캠이 설치되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엄마의 이유는 그럴듯하다. 혹시 내가 화장실에서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답답하긴 하지만 그 역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띠띠띠' 전자레인지 소리다. 국이 다 데워졌다. 반찬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깔끔하게 차려진 밥상을 바라본다. 아침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팠지만 입맛이 없었다. 밥을 조금씩 입에 넣고 씹다가 국물을 넣어 넘겼다. '위잉' 캠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뭘 봐.'

  캠은 '위잉' 몇 번의 숟가락질을 바라보더니 이내 빨간 불이 켜졌다.

"먹는 게 그게 뭐야. 푹푹 먹어야지. 남기지 말고 다 먹어. 그리고 크게 말해. 잘 안 들리네?"

"응."

  조금 힘찬 척을 하며 몇 숟가락을 더 먹었다. 캠은 그제야 조용했다.

  2시 40분. 길었던 화상 수업이 끝났다.

"종례합니다. 여러분 알다시피 지금 우리 학교 6학년 친구가 원인 모를 고열로 입원했어요. 혹시 모르니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외출하세요. 이상입니다. 내일 화상수업 늦지 마세요."

  늦지 말라는 것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오빠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면 좋겠다. 학교에 가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으니까.

  '윙, 윙, 윙, 윙, 윙…….'

  종례가 끝나자 우리 반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다. 6학년 오빠가 전염병이라더라, 열이 40도가 넘었다더라, 5학년 누가 접촉을 했다더라, 어디 아파트라더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채팅창에 내 이름이 떴다.

  '윤지야, 아침에 왜 지각했어?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단체 채팅방에 수없이 쏟아지던 이야기들은 갑자기 정지되었다. 그리고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갑자기 내 안부를 묻는 것이 이상했다. 그것도 나랑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노정은이었다. 나는 답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나 안개가……'

  대답을 적다가 지웠다.

  '그냥 늦잠 잤……'

  채팅방에 더듬더듬 대답을 쓰고 있는데 '위잉'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윤지야, 수업 끝났니? 수업 끝나자마자 핸드폰만 보고 있네?"

"……."

  별다르게 할 말이 없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길게 설명할 말도 없었지만 길게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까. 묵묵히 있으니 엄마가 다시 입을 뗐다.

"윤지야, 핸드폰 그만하고. 지금 45분이니까, 13분만 쉬고 2분 전에는 영어 수업 접속하도록 해. 화장실 다녀오고. 간식은 영어 끝나고 먹어. 영어 숙제는 다 했지?"

"응."

  그래도 단답형 대답은 잘 할 수 있다. '응, 아니' 둘 중에서도 '응'이 훨씬 편하다. 뒤에 돌아올 '왜' 라는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니 대화가 훨씬 짧아진다.

  핸드폰 채팅방을 다시 켜니 이미 다른 이야기들로 덮여 있었다. 새 알람이 238개.

  '그냥 늦잠 잤……'

  보내지 못한 내 말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학원 수업까지 마치니 벌써 해가 져있었다. 독서 수업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굳어 있는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기계 움직임처럼 삐그덕 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위잉'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제 끝났구나. 고생했어. 저녁은 어떻게 할래? 엄마는 12시는 넘어야할 것 같아. 저녁 혼자 먹어. 밀키트 냉동에 많은데 골라서 먹을래?"

"응. 아니, 잠깐 나갔다 올래. 내가 사 와서 먹을 게."

"그냥 집에 있는 거 먹지. 뭘 나가."

"잠깐 걸을래. 너무 답답해."

"그래. 알았어. 나갈 때 연락하고 나가."

"응."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잠시 밖에 나가고 싶었다. 온통 기계 소음만이 들리는 집에서 이젠 나까지 기계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집 밖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띠링' 핸드폰 소음이 나를 따라 걸었다.

  '나갈 때 연락하라니까. 핸드폰 위치 보니 벌써 나갔네? 조심해서 다녀와.'

  '하여튼 빨라.'

  밖으로 나오니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갑자기 허기가 밀려오면서 매운 것이 먹고 싶어졌다. 지난 번 엄마랑 갔던 간편 요리 전문점에 가서 떡볶이 밀키트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간편 요리 전문점은 직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여기저기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떡볶이는 치즈, 매운 맛, 순한 맛 세 가지가 있었다. 매운 맛은 얼마나 매운지 묻고 싶었지만 물을 사람이 없었다. 물을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물어 볼 수 없었을 것이라 위로하며 무인 계산기 앞에 섰다.

  '물건을 올려 주세요. 카드를 꽂아 주세요. 결제가 완료 되었습니다. 카드를 빼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무인 계산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니 말 잘 듣는 로봇 같기도 했다.

  매콤한 떡볶이를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수순이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들렀다. 이곳도 역시 무인 판매점이다.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담고 계산기 앞에 섰다.

  '아이스크림을 바코드에 찍어주세요.'

"알거든?"

  갑자기 대답이 나왔다. 풉, 갑자기 나온 장난스러운 말투에 나 자신도 웃겼다.

  '아이스크림 개수를 확인하시고 결제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래, 알았다니까!"

  '결제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싫은데?"

  '카드를 뽑아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잘 있어라. 멍청이 로봇아."

  혼자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봉투에 담았다. 뒤를 돌자 내 또래 여자 아이가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한참을 배꼽을 잡으며 웃는 아이를 빨개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도망가 버리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진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하하, 아, 진짜 웃긴다. 아 웃음 참느라고 혼났네. 지켜보는 사람은 이런 기분이구나. 아, 미안. 너무 웃었지? 아니, 널 비웃은 게 아니고 나도 맨날 그러거든. 나도 여기서 대답하면서 아이스크림 산다고."

"아……."

  안심 섞인 대답이 새어 나왔다. 그 아이의 웃는 모습을 한참 보고 있느니 나도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참 오랜만에 사람과 함께 웃었다.

"너무 하루 종일 말을 안 해서 답답했나봐."

  핑계를 대야할 것 같아서 말했다.

"맞아! 나도 그래. 지난주는 미세먼지, 이번 주는 전염병? 아, 진짜 답답해. 근데 학교에서 본 것 같은데, 너도 5학년이야?"

"응. 너도?"

"응! 반가워. 계산하고 같이 나가자. 난 심희윤이야. 넌?"

"난 도윤지."

  우리는 계산을 하며 한 번 더 깔깔깔 웃었다.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나와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놀이터로 향했다. 해가 지고 있었고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었지만 괜찮았다. 엄마에게 오는 메시지 알람이 계속 떴지만 그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하하하"

  희윤이의 따뜻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가슴속에 껴있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당선소감>

 

   -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해째 전염병이 지속되다 보니 아이들의 마스크 벗은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심지어 수업을 시작하고 한 번도 온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수록 희망이 느껴집니다. 마스크 너머로 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가려진 얼굴 사이로 싱그러운 눈웃음과 명랑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 적응하고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의 희망찬 걸음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동화를 시작하면서 어린 시절 웅크리고 있던 '나'에게 잘 했다고, 기특하다고 칭찬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내 글을 읽는 아이들이 주인공을 통해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친구를 얻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열심히 글을 써서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겠습니다.

  늘 나를 지지해주는 우리 남편과 태민, 태현이 정말 사랑합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과 시부모님, 공동육아중인 우리 아가씨 항상 감사합니다. 활력소가 되어주는 우리 독서 논술 학생들 고마워요. 정호준 선생님, 김리리 작가님을 비롯한 미작모 문우 선생님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제가 달릴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막연했던 저의 꿈을 실현시켜 주신 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출발!' 소리는 언제 들어도 떨리고 긴장이 되어 위축되곤 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지금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이제 달리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1986년 충남 서산 출생 
●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심사평>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난 기쁨

  전국에 걸친 지역, 다양한 연령대에서 응모된 작품을 읽고 난 뒤에 온 느낌은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은 동화문학에 대한 기본 인식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동화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재롱을 옮겨 적는 게 아니다. 동화는 문학이 가져야 할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지니고 있을 때 그 존재 가치가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림형제가 첫 작품집에서 붙인 부제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였다. 어린이가 주독자인 것은 맞지만 가족이 함께 읽고 감동을 공유하는 게 동화의 특성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몇 차례 거듭 읽으며 동화문학의 본질에 다가선 작품들을 골라보았다. '머릿속에 내리는 눈', '순이', '은수 이모', '그날 서점에서', '지켜보고 있다', '실내화 도둑 사건', '가만히 젤리' 등이 끝까지 남았다.

  '실내화 도둑 사건'은 인물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이 자칫 평이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말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젤리'는 환경 미화원인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민이의 이야기였는데 아이들의 심리에 따른 3단계 구성법을 차용하였다. 젤리를 매개로 현실과 환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켜보고 있다'는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곳곳에 눈을 두고 사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기계적으로 오가는 담임과의 대화, 일일이 자녀의 일상에 관여하는 어머니, 지시에 길들여진 윤지와 희윤이가 보여주는 마지막 반전은 읽은 이를 통쾌하게 만들었다. 흩어짐과 모아들임이 이어지는 전개 방식과 구성은 글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당선작으로 뽑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앞으로 더 따뜻하고 빛나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 김일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