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 김순호

<당선작>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 김순호
가면을 앞세우고 표정을 갈아 끼워요
고객님 만족도 조사 무겁게 깔린 하루
한 끼의 오늘 앞에선
웃음이 최선책이죠
가짜로 살다 보면 진짜도 가짜 같아
눈웃음 속에는 씁쓸함도 피고 지죠
실적을 향해 달리는
무리의 무리수들
뾰족한 갑의 말도, 을을을 받아주고
반색은 여기까지 웃거나 삼키고 난
모래알 굵게 씹히는
하루치 감정의 바닥
<당선소감>
“좌절·절망의 반복 작업…영혼의 피와 땀 바칠 터”
12월도 중순이 지나고 이쯤이면 모든 게 다 끝났겠구나 싶었습니다. 초조함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꿈과 현실은 더 멀게 느껴졌습니다. 오래전 경주문예대학을 수료하고 동리목월문학관에서 시 강의를 듣던 중 접한, 시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맞춤한 시어들을 찾고 골라서 시조 3장에 가지런히 앉히는 작업은 수없는 좌절과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걸려 온 전화에 당선작이 뭔지도 물어보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종재기만 한 가슴이 뛰는 것도 잠시, 기쁨보다 두려움과 책임감이 온몸을 짓눌렀습니다. 지금부터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될지 겁부터 났습니다. 하지만 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출발선에서 기꺼이 앞으로 달려가려고 합니다. 비유와 상징의 압축미를 정형의 틀에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 따뜻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여기에 기꺼이 제 영혼의 피와 땀을 바치고 싶습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에 큰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 두분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제게 꿈같은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신 농민신문사에도 마음 담아 감사드립니다.
외롭고 힘든 시조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을 해주신 소중한 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말수는 적어도 끝까지 해보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등댓불 삼부자, 우리 가족들 감사하고 앞으로 더 믿고 사랑하면서 글쓰기에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경주문예대학·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수료
<심사평>
감정노동의 실체, 감각적 비유로 보편적 공감 이끌어
현대시조의 본질은 현대성이 기법적으로 구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현실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의미화하느냐에 있다. 무엇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언어의 운용과 의미의 형상화·구조화에 달려 있다. 형식을 앞세워 내용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통해 형식을 빚어내는 작업이 시조를 현대적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중요한 요청이다.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는 시조의 형식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고정되고 상투적인 어조와 표현에 머문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시조가 ‘지금 여기’의 언어로 새롭게 발화하기 위해서는 언어 구사와 의미의 형상화에 대한 쇄신이 요구된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늘 웃음을 요구받는 노동의 현장을 배경으로, 감정을 감춘 채 하루를 버텨내는 화자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서비스 노동과 성과 중심 사회의 압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웃음이 생존 전략이자 강요된 의무가 되는 현실을 핍진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일상적인 노동 언어를 시적 이미지로 전환해 감정노동의 실체를 선명하게 포착한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감각적 비유와 절제된 감정의 전개를 통해 보편적 공감의 자리로 확장하는 힘은 함께 응모한 ‘구두, 나가다’ ‘탁상달력의 좌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종심에서 함께 논의된 ‘눈사람 DNA’ ‘플라스틱 빨대는 싱싱하다’ ‘접속사의 운행 기법’ 역시 주제를 형상화하는 감각과 표현의 탁월함이 돋보였으나, 다소 익숙한 비유와 상징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언어의 밀도와 여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요청된다. 등단의 기쁨을 안은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며, 아쉽게 이번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께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앞으로의 창작 여정에서 반갑게 만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서숙희, 이송희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1) 제목이 먼저 만드는 ‘현대성’
-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실제로 흔히 쓰이는 표현(감정을 숨기고 웃는 상태/서비스 노동의 감정노동)을 끌어와, 시조의 정형 안에 현대의 노동 언어를 그대로 앉힙니다.
- 핵심은 “웃는다”가 아니라 웃음을 ‘가면’으로 착용한다는 점.
시조가 전통적 정서(한, 서정) 대신 성과·고객·갑을 관계라는 ‘지금 여기’를 정조로 삼습니다.
2) 초장: “웃음”은 성격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 된다
가면을 앞세우고 표정을 갈아 끼워요
고객님 만족도 조사 무겁게 깔린 하루
한 끼의 오늘 앞에선 / 웃음이 최선책이죠
핵심 장치
- 가면 / 표정을 갈아 끼운다
→ 감정이 ‘내면’이 아니라 교체 가능한 부품처럼 다뤄집니다.
‘갈아 끼우다’는 말이 특히 차갑죠. 사람이 아니라 **직무 수행자(기계)**로 변환되는 느낌. - 고객님 만족도 조사
→ 평가가 하루의 바닥에 “무겁게 깔린다”.
웃음은 자발적 표현이 아니라 점수(지표)를 위한 수행으로 위치가 바뀝니다. - 한 끼의 오늘
→ “오늘”이 하루 전체가 아니라 간신히 버티는 최소 단위로 축소됩니다.
생존의 스케일이 작아지니, “웃음” 역시 윤리나 미덕이 아니라 **최선책(전략)**이 됩니다.
초장은 요약하면 이거예요:
“웃는 사람”이 아니라 “웃음을 써야 사는 사람”.
3) 중장: “진짜/가짜”가 무너지는 지점—정체성의 붕괴
가짜로 살다 보면 진짜도 가짜 같아
눈웃음 속에는 씁쓸함도 피고 지죠
실적을 향해 달리는 / 무리의 무리수들
핵심 장치
- 가짜로 살다 보면 진짜도 가짜 같아
→ 감정노동의 가장 무서운 지점입니다.
‘연기’가 오래되면, 어느 순간 진짜 감정의 감별 능력이 망가져요.
여기서 화자는 “속이 상하다” 정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는 단계에 도달합니다. - 눈웃음 속에 씁쓸함도 피고 진다
→ “피고 지다”는 보통 꽃의 이미지인데, 씁쓸함에 붙입니다.
‘씁쓸함’이 단발 감정이 아니라 계절처럼 반복되는 생리가 된다는 뜻.
웃음은 겉에, 씁쓸함은 속에서 번성했다가 지는, 이중 생태. - 실적 + 무리의 무리수
→ 개인의 무너짐이 개인 탓이 아니라 **구조(성과체제)**의 결과임을 콕 찍습니다.
“무리의 무리수”는 말장난 같지만 날카로워요:
무리(집단)가 살아남기 위해 저지르는 무리수(과잉·억지)가 또 다른 무리를 만들죠.
감정노동이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과잉 시스템이라는 폭로입니다.
4) 종장: ‘갑-을’의 발음 놀이가 만들어내는 압박의 질감
뾰족한 갑의 말도, 을을을 받아주고
반색은 여기까지 웃거나 삼키고 난
모래알 굵게 씹히는 / 하루치 감정의 바닥
핵심 장치 1: “을을을”
- 을을을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말소리 자체로 ‘눌림’을 재현합니다.
‘을’이 길게 미끄러지며 연장될수록, 화자는 더 작아지고 더 낮아져요.
이건 내용이 아니라 리듬(율격)으로 구현한 폭력입니다.
핵심 장치 2: “반색은 여기까지”
- “여기까지”는 서비스의 선이자 감정의 선입니다.
웃음이 계속될 것 같지만, 사실 화자는 내부에서 이미 선을 긋고 있어요.
더 웃는 건 ‘나’가 아니라 ‘역할’이라는 뜻.
핵심 장치 3: “웃거나 삼키고”
- 웃음은 밖으로 내보내는 것인데, “삼키다”는 안으로 넘기는 거죠.
같은 행위(웃음)가- 밖으로 나가면 서비스
- 안으로 삼키면 자기검열/억압
로 갈라집니다.
화자의 하루는 계속 이 양방향을 오갑니다.
결정타 이미지: “모래알 굵게 씹히는”
- 감정이 “가슴이 먹먹하다” 같은 추상이 아니라
치아로 씹히는 촉감으로 내려옵니다. - ‘바닥’은 원래 맨 아래/근원인데, 여기에 “하루치”가 붙으면서
감정이 매일 새로 쌓이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은 바닥을 다시 씹는 느낌이 돼요.
오늘의 바닥은 어제의 바닥과 닮아 있고, 그 반복이 모래처럼 거칠고 건조합니다.
5) 이 작품의 미덕을 한 문장으로
이 시조는 감정노동을 “힘들다”로 말하지 않고,
가면-실적-갑을-씹힘의 언어로 바꿔서 몸의 감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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