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염소 농장에서 / 코샤박

<당선작>
염소 농장에서 / 코샤박
염소 농장에서 밤을 보셨나요?
밤에는 소금처럼 반짝이는 별이 뜨구요,
염소 눈에는 기다란 우주선이 지문처럼 찍혀 있어서요.
메에~메에~ 무전을 쳐요.
소금같이 빛나는 저 행성까지 도착하기는
몸이 너무 무거우니까요.
가끔은 바위에 올라가 뒤꿈치를 들어도,
나무 그늘에 앉아
오후의 한 귀퉁이를 하루 종일 씹어대도
우주선이 뜨지 않아서요.
밤이 오면 여기저기
메에~메에~ 별들이 뜨는 건
소금 행성의 응답일까요?
별똥별의 암호가 머리 위로 떨어지네요.
쉿! 그렇다고 너무 놀라 소리치지 마세요,
별똥별에서 온 상냥한 새끼 염소가 이제 막 태어난 걸요!
소금처럼 반짝이는 하얀 염소였어요.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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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전화를 받은 건 노르웨이 시각으로 새벽 02시 41분이었다. 그 새벽 전화가 올 줄 안 것도 아닌데, 리액션 많은 나답지 않게 덤덤히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따뜻한 꿈을 덮고 다시 잠들었다. 며칠 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당선 소식을 떠올리는 매 순간은 선물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귀중한 선물을 열어보고 혼자 웃어도 소파 위에선 팡파레가 터졌다.
시를 쓰면서 시가 자칫 단순해질 때, 시란 게 심각하고 어려워야 좋은 시일까 반문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나를 웃게 했었던 신선한 시선들이 생각났다. 아이가 시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소금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오늘 밤에도 떠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동시라는 별들이 매일 뜰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별들의 암호를 풀며 즐거이 응답하고 싶다, 아이들이 그 별들을 보며 환해졌으면 좋겠다.
별 같은 이름들 불러봅니다. 사랑하는 엄마, 내 보물 아들 캐빈, 가족들. 늘 따뜻한 안부 김영찬 시인님, 한국 방문 때마다 챙겨주시는 문정영 대표님, 은사 전기철 시인님, 시산맥 문우들, 감사합니다. 친구들- 천사 영수, 정문, 혜숙, 경아, 아렌달 마님들, 그리고 내 친구 근희.
● 코샤박 (본명: 박상은) ● 2023년 제4회 동주해외신인상 수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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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천 편이 넘는 작품이 도착했다. 동시를 쓰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실로 고마운 일이다. 단순하되 단순하지 않고 깊지 않은 듯 속 깊은 동시 세계를 살뜰히 들여다보고 부디 천진과 동심으로 무장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신호였으면 좋겠다. 아시다시피 동시는 한 발 아니 그보다 훨씬 먼 데까지 족적을 남기고 있다. 동심과 동시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문학이라는 자장 안에 존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손에는 세 분의 작품 '흑백사진' '염소 농장에서' '통합 과목 예습'이 놓여 있었다. '흑백사진'과 '통합 과목 예습'은 인상적이었지만 묵직한 한 방이 아쉬웠다. 그 가운데 코샤박님의 작품 '염소 농장에서'는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심사자의 눈길을 끌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농장의 밤, 염소의 눈, 별똥별과 우주선이라는 소재가 아름답게 얽히며,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염소의 눈'을 통해 우주를 보는 시각적 전복이 신선하다. "염소 눈에는 기다란 우주선이 지문처럼 찍혀 있어서요"라는 표현은 염소의 눈을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우주를 비추는 거울'로 바꾸어 놓는다. 이 비유는 자연물과 우주를 가뿐하게 연결하면서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묘사로 구현되어 시적 신뢰성을 확보한다. 작품 후반부에 나타나는 이미지의 전환도 돋보인다. 낮 동안 뒤꿈치를 들고, 나무 그늘에서 "오후의 한 귀퉁이를 하루 종일 씹어대도" 우주선이 뜨지 않던 염소들이 밤이 되자 별똥별의 암호를 받아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장면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자칫 평범하게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솟구치는 힘과 생기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유머를 겸비한 점도 심사자를 흐뭇하게 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동시로 가는 긴 여정의 맨 앞에서 두려움 없이 부딪쳐 깨고 나가는 시인이 되길 바라며, 그 동안 쌓아놓은 작품과 소금처럼 반짝일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심사위원 : 김성민 시인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1) 첫 줄이 만드는 세계: “염소 농장에서 밤을 보셨나요?”
이 질문은 설명이 아니라 초대예요. 독자를 “농장의 밤”으로 데려가면서도, 곧바로 현실적인 밤 묘사(별)로 출발하죠.
- “밤에는 소금처럼 반짝이는 별”
→ 별의 흔한 비유(반짝임)를 **‘소금’**으로 바꿔 촉각·미각까지 붙입니다.
반짝이는 것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손끝에 닿을 것 같은 물질이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 동시는 “우주”를 멀리 두지 않고 생활 속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을 택해요.
2) 핵심 발명: 염소의 눈 = 우주선이 찍힌 “지문”
“염소 눈에는 기다란 우주선이 지문처럼 찍혀 있어서요.”
이 한 줄이 작품의 엔진입니다.
- 염소의 눈(현실·생물학적 기관)을
- 우주선(환상·미래 이미지)로 바꿔치기하는데
- 그 연결 고리를 “지문”으로 둡니다.
지문이란 말이 좋은 이유는:
- “찍혀 있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고(억지 환상 느낌이 덜함)
- 지문은 “존재의 증거/고유성”이라서, 염소가 우주와 연결된 각자의 통로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게 해요.
그 다음 “메에~메에~ 무전을 쳐요”는 울음소리를 통신으로 번역해, 동물의 소리가 곧바로 SF의 언어가 됩니다. 어린 독자에게는 재밌고, 어른 독자에게는 은근히 서늘한 전복(우리가 ‘울음’이라 부르는 게 사실은 ‘메시지’일 수도)으로 남아요.
3) 낮의 장면: 실패의 축적이 밤의 환상을 더 빛나게 한다
중간의 낮 묘사는 아주 중요해요.
- “몸이 너무 무거우니까요.”
- “바위에 올라가 뒤꿈치를 들어도”
- “오후의 한 귀퉁이를 하루 종일 씹어대도”
- “우주선이 뜨지 않아서요.”
여기서 시는 귀엽기만 하지 않고, 간절함의 무게를 넣습니다.
뒤꿈치를 든다는 건 조금이라도 닿고 싶은 몸짓이고, “오후의 한 귀퉁이를 씹어댄다”는 표현은 염소의 반추를 시간을 씹는 행위로 바꿔요. (하루를 씹지만, 어디도 가지 못함)
즉, 밤의 ‘탄생’은 그냥 반짝이는 이벤트가 아니라, 낮의 반복과 좌절을 통과한 결과로 옵니다.
4) 밤의 장면: 별은 “응답”이고, 별똥별은 “암호”
“밤이 오면… 별들이 뜨는 건 / 소금 행성의 응답일까요?”
여기서 별은 배경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가 됩니다.
낮에 보낸 무전(메에~)이 밤에 별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어린이에게는 마법이고, 어른에게는 위로죠.
그리고 “별똥별의 암호”가 떨어지는 순간, 시는 ‘신비’를 공포로 돌리지 않고 다정함으로 수습합니다.
- “쉿! 그렇다고 너무 놀라 소리치지 마세요,”
이 말투가 동시의 톤을 결정해요. 환상을 ‘깜짝’으로 만들지 않고 살살 달래며 안내합니다.
5) 마지막 반전이자 완성: 별똥별 → “상냥한 새끼 염소”
“별똥별에서 온 상냥한 새끼 염소가 이제 막 태어난 걸요!”
별똥별을 “불덩이”나 “소원”으로 굳히지 않고, 생명 탄생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다시 “소금처럼 반짝이는 하얀 염소”로 돌아가며, 처음의 “소금 별”을 순환 고리로 닫아요.
처음: 소금 같은 별
끝: 소금 같은 하얀 염소
이런 닫힘 덕분에 작품이 “예쁜 상상”을 넘어 구조가 있는 동시가 됩니다.
6) 이 동시가 특히 좋은 점 3가지
- 낯익은 것을 낯설게: 염소 눈(현실) → 우주선 지문(환상) 전환이 설득력 있음.
- 낮의 실패가 밤의 기적을 만든다: 동심의 환상에 삶의 리듬(기다림/반복)을 얹음.
- 톤의 일관성: “쉿!”으로 긴장을 부드럽게 제어해 끝까지 따뜻하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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