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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롤러코스터가 멈춘 날 / 최재민

 

롤러코스터가 느릿하게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드디어 복수의 시작.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지혜는 예상대로 비명을 질러댔다. 깔끔했던 녀석의 얼굴이 콧물과 눈물로 엉망이 되어갔다. 손거울이라도 하나 가져다주고 싶었다.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밉기만 한 지혜와 단짝처럼 붙어 앉아 롤러코스터를 탄 나다. 남들은 같은 집에서 사는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만난 지 고작 팔 개월 된 동생인 지혜가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다. 

“조아야. 동생이 생기니까 좋지?”

엄마는 동생을 새로 산 학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느닷없이 생긴 열한 살 짜리 동생이 금방 좋아질 리 없다. 싫었던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별다른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쿨한 편이다. 남편이 필요하다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했고, 그렇게 엄마의 고향 친구였던 아저씨를 새아빠로 인정하려고 했다. 당연히 아저씨의 딸인 지혜도 편견 없이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미움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혜야. 이번 과학 경시대회에서 일 등 한 거야?”

“운이 좋았어요.”

“운이 좋긴, 다 실력이지. 대단하다. 조아는 공부랑은 아예 담을 쌓고 사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지혜는 정말 운이 좋을 뿐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혜는 과학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과학 경시대회를 앞두고는 특별반 과정까지 들었다. 이게 다 돈 많은 아저씨 밑에서 자랄 수 있었던 지혜의 운이다. 지혜에 비하면 나는 운이 없는 아이다. 학교 방과후 수업 말고는 따로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마트 판매원으로 일하던 엄마는‘생활비가 모자란다’는 주문을 외워 내가 해달라고 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시켜 왔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공부랑 내가 쌓은 담은 나 혼자 쌓은 게 아니라, 엄마랑 같이 쌓은 것이다. 물론 아저씨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뭐든지 이야기만 하라고 했다. 램프의 요정 지니보다 더 친절한 말투였다. 그러나 나는 현실감각마저 탁월한 5학년이다. 갑자기 학원에 다닌다고 꼴찌 수준인 내 성적이 오를 리 없다. 학원에 다니고도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내게는 분명 아저씨의 무시라는 혹이 붙을 게 뻔했다. 엄마한테 당하는 무시를 아저씨한테까지 당할 순 없었다.  

아저씨 집으로 들어와 산 지 육 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지혜의 생일을 맞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혜는 엄마를 새엄마라고 불렀고, 나는 아저씨를 그냥 아저씨라고 불렀다. 엄마는 아저씨를 새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나는 딱 이 정도 경계가 적당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자신의 생일날. 지혜가 그 선을 넘었다.  

“새엄마, 그냥‘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엄마는 안 된다고 말해야 했었다. 무려 십이 년을 함께 살아온 친딸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엄마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엄마는 기대했던 표정 대신 ‘장한 어머니상’이라도 받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영악한 지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지혜는 영악한 여우 같았고, 엄마는 자기 욕심에만 겨운 곰같았다. 화가 나서 엄마가 잘라둔 케이크를 놔두고 굳이 반쪽이 그대로 남아있는 케이크에 포크를 찔러넣어 푹 퍼냈다. 그 바람에 견고하게 서 있던 케이크가 내 맘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우악스럽게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단맛만이 나를 구제하리라. 

“우리 조아도‘아빠’라고 한번 불러볼래?”

“…….”

갑자기 툭 치고 들어온 아저씨의 말에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공부 머리는 없어도,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 나다. 이럴 때는 대꾸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답이다. 나는 케이크만 계속 먹었다.  

“안 뺏어 먹을 테니 천천히 먹으렴. 그러다 탈 날라.”   

나는 아저씨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혜의 생일 케이크라도 다 먹어버려야 눈앞에서 엄마를 빼앗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아저씨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저주의 주문이었다. 다음날 나는 설사에 시달리다 병원까지 다녀와야 했다. 전날 케이크를 많이 먹었다는 엄마의 말에 의사 선생님은 당분과 지방 섭취가 과해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순 엉터리 선생님이다. 내 속을 뒤집어놓은 건 케이크가 아니라 친딸의 분노 지수를 높인 엄마의 무신경함이었으니까. 

그날부터 나는 내가 언젠가는 이 집을 떠날 손님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얼마나 불쌍한 인생인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릴 때 아빠를 잃고, 이제는 하나뿐인 엄마마저 빼앗긴 열두 살의 아이.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더는 마음을 표 내지 않기로 했다. 불쌍한 아이보다는 인생을 알아버린 조숙한 아이가 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감정 따위는 얼마든지 숨길 수 있을 것 같은 조숙한 아이도 가끔은 그냥 아이가 되는 순간이 온다. 

“엄마, 강아지 키워도 돼요?”

지혜가 강아지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속으로 “야호”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3학년 때였나,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우리 집 형편과 실제 돌봄의 어려움을 들어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이 내 입에서 쏙 들어가게 했다. 그때만큼 엄마가 미웠던 적도 없다. 그러나 다 맞는 말이라서 도무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제 지혜도 엄마가 언제나 말랑말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배움의 끝은 물론 상처로 남으리라.  

“그래, 한번 생각해 보자.” 

생각해 보자니! 강아지 키우기에 결사반대의 입장을 보이던 엄마 입에서 나온 말 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혜가 친딸이 아니라서 물렁하게 대하는 걸까. 그렇다면 엄마의 진심을 위해 내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불리한 타이밍에서는 적절한 선수교체가 답이 되기도 하니까. 

“이지혜.”

나는 성까지 붙여 선전포고하듯 불렀다. 지혜는 의심 없는 말간 눈으로 나를 보았다. 

“언니, 언니도 강아지 키우고 싶지?”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그렇다고 대답할 뻔했다. 이래서 언제나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강아지는 안돼. 사료에 병원비에 미용비까지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게다가 매일 냄새나는 똥하고 오줌을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산책은 또 누가 시킬 건데. 그러니까 포기해. 엄마도 같은 생각이지?”

엄마가 날 말리며 늘어놓았던 말들을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쩌면 난 잔머리가 아닌 머리가 좋은 아이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세 개의‘안 돼’공을 강아지 양육 금지라는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엄마가 공평한 심판을 자처하며 내릴 마지막‘아웃’선언이다. 결국 지혜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꿈을 버리는 동시에 함께 사는 엄마가 누구의 진짜 엄마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엄마라고 부른다고 다 진짜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니까. 

“근데, 강아지 키우면 지혜가 똥하고 오줌 치울 자신 있어?”

“네.”

“산책도 시킬 수 있고?”

“네.”

예상치 못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나는 다급해졌다. 

“엄마, 사료에 병원비에 미용비는 어떻게 감당하고?” “상황이 달라졌잖아. 이제 아빠도 계시고.”

“그런 게 어딨어. 내가 키우고 싶다고 할 때는 절대 안 된다며.”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지혜랑 같이 키우면 좋잖아.”

“왜 말이 달라지는데? 왜 지혜만 특별대우 하냐고?”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맑은 날인데 뛰어가는 내 눈에 담기는 풍경은 꼭 수영장 물속에서 보는 것처럼 흐렸다. 숨이 차서 더는 못 뛰겠다 싶을 때쯤 놀이터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에 쪼그려 앉아 숨을 고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마음 여기저기가 찌릿하면서 아팠다. 그사이 크고 작은 고양이 몇 마리가 다녀가더니 어느새 밤이 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 긴 그림자 하나가 내 몸 위로 쓱 내렸다.  

“여기 있었어?”

아저씨가 손을 내밀었다. 망설이다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아저씨는 입고 있던 외투를 말없이 입혀주었다. 아저씨는 앞에서, 나는 뒤에서 걸었다. 아저씨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저씨는 조아랑 많이 친해지고 싶어.”

밤중의 설교는 듣기 싫다. 그러려면 아저씨 입을 막을만한 뾰족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저씬 지혜를 더 사랑하죠? 아저씨 진짜 딸은 지혜니까.”

“…….”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저씨가 걸음을 멈추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진짜 딸, 가짜 딸이 어딨어? 엄마랑 나한테는 우리 딸들만 있어. 그게 진짜야.”

“우리 딸들요?”

“그래 조아하고 지혜, 우리 딸들!”

방심한 사이‘우리’라는 말이 내 심장을 야릇하게 간지럽혔다.‘넘어가면 안 돼’하며 마음을 다지는 순간 내 등짝에 갑자기‘빡’하는 소리가 났다. 이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전매특허‘등짝 스매싱’이다.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부러 화내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울었는지 엄마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순간 아무것도 따지지 못한 채 엄마를 안고 말았다. 만나자마자 엄마가 밉다고 말하려 했는데, 왜 맘대로 되는 게 없는 걸까. 

나의 가출 아닌 가출 사건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우리 가족은 모두 놀이공원을 찾았다. 가족애를 다져야 한다는 아저씨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자마자 함께 피자를 먹은 후 엄마와 아저씨는 둘만의 데이트를 갖겠다며 우리끼리 원하는 놀이기구를 타다가 다섯 시에 회전목마 앞으로 오라고 했다. 이런 게 혹 고양이한테 쥐를 맡기는 꼴이 아닐까? 표 내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지혜가 미웠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계획이 필요하다. 아니, 이런 건 계략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무서워서 롤러코스터를 한 번도 못 타봤다는 지혜를 살살 꼬드겼다.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지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의 명물‘스카이데빌’은 무려 70미터 높이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는 롤러코스터였다. 계획은 그대로 적중했다. 겁에 질린 지혜를 지켜보는 일은 즐거웠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거짓말처럼 롤러코스터가 고장을 일으키며 갑자기 멈춰 섰다. 이대로 열차가 밑으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높이였다. 함께 매달린 사람들이 울기 시작했다. 마음을 나쁘게 써서 하늘이 내게 벌을 주는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언니, 미안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지혜가 말했다. 그제야 지혜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네가 뭐가 미안해?”

“나, 언니 일기장 봤어. 그래서 지금 벌받나 봐.”

“일기장?”

나는 일기장 표지에‘이 일기를 보는 사람은 하늘이 꼭 벌을 줍니다. 그러니 절대 촉수 금지.’라는 경고문을 써두었다.  

“언니 마음을 알면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그래서 강아지도 키우고 싶다고 한 거야. 사실 난 강아지 무서워.”

이상하긴 했었다. 엄마가 몇 번이나 강아지를 보러 가자고 했는데, 지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고 있었다. 

“왜 내 맘에 들고 싶은 건데?”

“언니가 내 언니니까.”

 아저씨와 지혜가 부녀라서 그런가. 말로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언니, 정말 미안해. 내가 일기만 안 봤어도.”

“안 미안해도 돼. 내 일기장 봐도 벌 안 받아.”

“진짜?”

“엄마도 맨날 내 일기장 몰래 보거든. 근데 아무 일 없더라.”

지혜의 얼굴이 좀 편해졌다. 이상한 일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는데, 지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별로 무섭지 않다.  

“우리 여기서 무사히 나가면 강아지 보러 갈래.”

“응. 언니가 옆에 있으면 안 무서울 것 같아.”

지혜가 나를 보고 웃는다. 밉게만 보이던 그 얼굴이 귀엽게 보인다. 그때 사람들이 밝아진 목소리로 웅성거린다. 롤러코스터 레일을 따라 형광색 점퍼를 입은 안전요원 아저씨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는 손을 뻗어 지혜의 손을 잡았다. 지혜가 웃는다. 이쁘다, 내 동생.  

 

 

  <당선소감>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의 희망을 찾아

당선 소감은 꼭 처음 하는 고백 같습니다. 어떻게 써도 어설플 것 같고, 어떻게 써도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애써 치우며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책상에 앉습니다. 몇 달간 쉬지 않고 일한 노트북이 보입니다. 참 많이 썼습니다.

색색의 필기구는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생각이 막힐 때는 흰 종이에 아무 단어나 쓰곤 했습니다. 제목도, 장르도 다양한 책이 쌓여있습니다. 틈틈이 읽었습니다, 충전식 블루투스 스피커도 여러 개 있습니다. 상상이 멈출 때는 크게 음악을 들었습니다.

미리 올려두었던 새해의 탁상달력도 보입니다. 이제껏 제대로 펼쳐보지 않았던 열두 개의 장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눈이 곱게 내려앉은 나무, 엇갈려 선 펭귄, 아빠를 보고 웃는 아이. 활짝 핀 흰 꽃, 매달린 채 흔들리는 조등, 해 질 무렵의 차밭, 흰 파도가 밀려오는 청록색 바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붙어 있는 두 사람, 달 속에 든 드라마 속 오래된 연인, 정갈하게 붙들린 채 곶감이 되어가고 있는 단감, 바람을 맞고 있는 오름길의 억새, 깊은 호수에 잠긴 듯 비치는 설산, 그렇게 계절을 담아낸 열두 개의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특별함과 평범함, 따뜻함과 슬픔, 반가움과 두려움,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그 안에 다 모여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쓰게 될 동화에도 그렇게 많은 마음이 들어설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마음이 모여져 드러나는 것은 이왕이면 비겁함보다는 용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아픔보다는 희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차는 식지 않았습니다. 찻잔 모퉁이에 닿은 손가락에 온기가 느껴집니다. 따뜻한 힘을 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내. 딸. 형제, 친구, 선배, 후배, 사랑합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 곁을 지켜주고 계신 부모님, 그립습니다. 뽑아주신 전북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선 소감을 쓰고 있는 오늘의 시간이 좋습니다. 좋은 일이니까요. 내일은 좀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습니다. 제게도, 여러분께도.

최재민 씨는 1970년 전북 군산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TV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심사평>

  

  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길

본심에 오른 13편을 꼼꼼히 읽었다. 먼저 소재의 다양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AI를 다룬 글이 많아 우리가 AI 시대를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심에 오른 모든 응모작이 우열을 쉽게 가리지 못할 만큼 우수했다.

작가는 참신한 소재를 찾았더라도 모름지기 하고 싶은 말을 설득력 있게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을 지녀야 한다. 그 기준으로 ‘거짓말 영수증’ 과 ‘롤러코스트가 멈춘 날’이 마지막까지 내 손에 남았다.

‘거짓말 영수증’ 은 재기발랄하며 통통 튀는 글이다. AI시대에 등장한 피노키오를 떠오르게 한다. 거짓말이 불러오는 더 큰 거짓말. 그리고 홍수처럼 쌓이는 주인공의 중압감을 잘 표현했다.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높였지만 중간중간 다듬어지지 않는 문장이 있어 아쉬웠다. 적합한 어휘를 사용하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

‘롤러코스트가 멈춘 날’은 재혼 가정의 화학적 결합의 어려움을 5학년 소녀의 눈높이에서 잘 그려냈다. 소재는 좀 진부할 수 있으나 시기와 질투라는 사람의 본성을 잘 짚어냈다.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고 문장이 탄탄하여 오랜 습작 기간을 믿게 했다. 잔 글이 유행하는 시대인데 뚝심 있게 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길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올린다.

좋은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는다. 어린 독자는 더 그렇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예비동화작가들의 문운을 빈다.

심사위원 : 김종필 작가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1) 한 문장 핵심

‘진짜 가족’은 피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손을 잡는 순간에 생긴다.


2) 이야기 구조: “복수의 쾌감”이 “공포의 연대”로 바뀌는 롤러코스터

(1) 시작: 복수의 서사로 독자를 태운다

  • 화자는 지혜를 ‘밉기만 한 동생’으로 규정하고, **롤러코스터를 ‘복수의 무대’**로 삼아요.
  • 독자도 “그래, 한 번 혼나봐라” 같은 감정을 잠깐 공유하게끔 유도합니다.

(2) 갈등의 뿌리: 지혜가 미운 게 아니라 “엄마의 선택”이 아프다

  • 과학경시대회/학원/경제력 격차로 드러나는 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예요.
  • 화자가 진짜로 못 견디는 건 지혜 자체가 아니라,
    엄마가 ‘지혜에게는’ 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엄마’ 호칭 허락, 강아지 “한번 생각해보자”, “아빠도 계시고” 같은 말)입니다.

(3) 폭발: 강아지 사건 = “특별대우”의 결정타

  • 화자는 논리(돈/돌봄/산책)를 총동원해 지혜의 바람을 꺾으려 하지만,
  • 엄마는 “상황이 달라졌잖아”로 태도를 바꾸죠.
    이때 화자는 사랑이 ‘공평하지 않다’는 감각을 처음 뼈아프게 겪습니다.
  • 그래서 ‘가출 아닌 가출’ → 밤의 놀이터. 여기서 아저씨가 “우리 딸들”을 말하고, 엄마의 눈은 퉁퉁 부어 있어요.
    즉, 어른들도 완벽하지 않고, 이 결합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4) 클라이맥스: 롤러코스터가 멈춤(진짜 위기)

  • 복수하려던 장치가 진짜 공포로 변하면서, 감정의 질서가 뒤집혀요.
  • 그때 지혜가 **‘고백’**을 합니다: 일기장을 봤고, 언니 마음을 알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 그리고 강아지 고백까지: 사실 무서운데 언니 마음 얻으려 한 거라고.
  • 이 순간부터 화자는 “미움의 명분”을 잃고, 함께 살아야 하는 감정의 현실과 마주하죠.

(5) 결말: 손잡기(새 가족의 첫 ‘행동’)

  • 안전요원이 올라오고, 화자는 지혜 손을 잡아요.
  • 마지막 문장 “이쁘다, 내 동생.”은 단순 화해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 선언입니다.

3) 상징 장치 3개가 아주 정확하게 맞물려요

① 케이크: ‘엄마를 빼앗긴’ 분노의 먹기

  • 케이크를 부수듯 먹는 장면은 화자의 감정이 “말”이 아니라 으로 터져 나오는 첫 순간.
  • 다음날 설사 = 동화답게 유머로 처리했지만, 사실은 속이 뒤집힌 마음의 물리적 은유죠.

② 일기장: “마음의 사유지”

  • 화자가 써둔 경고문은 웃기지만, 동시에 “여기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계선이에요.
  • 지혜가 그걸 넘어선 순간, 화자는 분노할 수 있는데… 지혜의 이유가 “언니 마음을 알고 싶어서”라서 독자도 흔들립니다.
  • 결국 일기장은 “벌의 장치”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 문이 됩니다.

③ 롤러코스터: 관계의 은유(올라감/떨어짐/멈춤)

  • 처음엔 “복수”라는 통제의 환상.
  • 멈추는 순간, 통제가 사라지고 진짜 감정만 남아요.
  • 그래서 롤러코스터는 가족의 과정 자체(설렘→추락→정지→다시 움직임)를 닮습니다.

4) 인물 읽기: ‘나쁜 사람’이 아니라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

  • 조아(화자): 잔머리/방어/쿨한 척하지만, 실은 버려질까 두려운 아이.
  • 지혜: 영악한 듯 보이지만 핵심은 “잘하고 싶다”는 욕망. 다만 방법이 서툼(일기장).
  • 엄마: 사랑이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말과 행동이 엇갈리는 사람.
  • 아저씨: “우리 딸들”이라는 문장을 말로만이 아니라, 밤에 직접 찾으러 와서 외투를 입혀주는 행동으로 증명.

5) 이 동화의 미덕: “화해”가 아니라 “관계의 첫 증거”를 남긴다

마지막이 “이제 우리 가족 행복!”이 아니라,
‘위기에서 손을 잡았다’는 아주 작은 사실로 끝나요.
동화에서 이 정도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요. 앞으로도 싸울 수 있지만, 함께 통과한 경험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