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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엄마가 돌아오게 하는 방법 / 현정아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택배 기사가 수레를 끌고 내렸다. 지우는 설레는 마음으로 10층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현관 앞에는 택배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택배를 발로 밀어 신발장까지 옮겼지만 오늘은 하나하나 손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그때 거실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지우야. 학교 잘 다녀왔어? 얼른 손부터 씻고 와. 물로만 대충 씻지 말고 비누칠해서 꼼꼼히! 그리고 냉장고에 과일 깎아 놓은 거 있어. 꺼내 먹고 영어 학원 숙제하고 있어.”

“알겠어 알겠어. 잠깐만. 나 택배 좀 뜯어 보고. 내 잠옷 왔어?”

금요일인 내일은 같은 반 친구 승희의 아홉 번째 생일이다. 생일 기념으로 승희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지우는 입고 갈 만한 잠옷이 없었다. 온통 소매가 짧아진 것뿐이었다.

지우의 물음에도 엄마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지우는 급한 마음에 가위도 없이 택배 상자와 비닐을 있는 힘껏 찢었다.

“없어! 없다고! 왜 내 것만 안 온 거야! 내일 그 잠옷 꼭 입어야 한단 말이야!”

지우는 엄마가 들으라는 듯 짜증을 냈다.

“지우야. 엄마 좀 이따 회의 들어가야 해. 손 씻고 과일 꼭 챙겨 먹고 가. 알겠지?”

거실 TV 아래에 놓인 작은 CCTV에서 더이상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칫, 맨날 자기 할 말만 하고….”

두 달 전 엄마 아빠는 거실에 처음 CCTV를 설치했다. 교대 근무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뒤죽박죽인 아빠와 다시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엄마 때문에 지우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섯 살 동생 정우는 눈사람처럼 생긴 CCTV를 장난감인 줄 알고 좋아했다. 사람 움직임에 따라 머리도 움직일 수 있고 엄마 아빠 목소리도 나오니 비싼 로봇 장난감이라도 생긴 줄 알았나 보다. 지우도 정우처럼 처음엔 CCTV가 마음에 들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마다 CCTV로 엄마 아빠가 지켜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냉장고에는 아침에 깎아 놔서 갈색이 되어 버린 사과 다섯 조각과 귤 두 개가 반찬통에 담겨 있었다. 지우는 냉장고 문을 열고 선 채로 엄마가 껍질까지 까 놓은 귤 하나를 집어서 입에 통째로 넣었다. 그때 CCTV에서 또다시 엄마 목소리가 들려 왔다.

“김지우!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서서 먹으면 어떡해! 문 닫고 식탁에 제대로 앉아서 먹어!”

“으윽. 잔소리. 엄마 회의 간다며! 안 가?”

지우 말에 이번에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지우는 익숙한 듯 한숨을 내쉬고 냉장고 문을 쾅 닫았다. 엄마는 바빠 죽겠다면서 꼭 이런 순간에만 귀신같이 나타났다 사라져 버렸다. 지우에게 CCTV는 이제 더이상 자신을 지켜 주는 친구가 아니라 지우를 감시하고 귀찮게 하는 기계일 뿐이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정우와 놀이터에 나가 있던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

“오! 내 택배인가?”

지우는 아빠가 가지고 들어온 택배부터 허겁지겁 뜯었다. 비닐을 뜯자마자 지우가 가장 좋아하는 강아지 캐릭터가 그려진 보드라운 수면 잠옷이 나타났다. 입자마자 잠이 들 것 같은 부드럽고 포근한 잠옷이었다.

“아빠! 내일 내 잠옷이 제일 귀엽겠지? 응?”

“내 꺼는! 내 것도 사 줘! 나도 누나처럼 저런 잠옷 사 달라고! 으아아앙.”

아빠는 정우를 달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곧 출근해야 되는데 언제 와?”

엄마는 오늘도 야근이었다. 할 수 없이 아빠는 오늘도 지우에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출근을 했다.

“지우 너만 믿는다! CCTV로 보고 있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엄마 올 때까지 정우랑 잘 있어. 알겠지?”

벌써 며칠째 반복되는 일이었다. 정우는 오늘도 엄마 아빠 없이 울다 지쳐 잠들고 말았다. 이런 날은 지우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걱정 없었다. 입자마자 스르르 잠이 올 것 같은 포근한 새 잠옷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새 잠옷도 소용이 없었다. 잠이 오지 않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일이 더 느리게 오는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우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오늘은 무조건 아빠 출근하기 전에 와야 해! 나 오늘 학교 끝나고 바로 승희네 집 가는 거 알지?”

엄마는 아침 식사와 출근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알겠어, 알겠어.”

지우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생일 주인공인 승희는 레이스가 잔뜩 달린 공주 드레스 잠옷을 꺼냈다.

“예쁘지? 우리 아빠가 유럽 출장 갔다가 사 온 거다? 엄청 비싼 거래.”

모두 승희의 잠옷을 부러운 듯 쳐다봤다. 하지만 지우의 취향은 아니었다. 지우는 예쁜 것보다 귀여운 게 더 좋았다. 지우는 자기 잠옷보다 더 귀여운 잠옷을 가지고 온 친구는 없을 거라 확신했다. 드디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방 속에 있는 잠옷을 집는 순간, 방문을 열고 승희 엄마가 들어왔다.

“지우야 어쩌지? 오늘 엄마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지우가 집에 와야 할 거 같다는데? 안 그럼 동생이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면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CCTV 위에 잠옷을 세게 집어 던졌다.

“지우야….”

두꺼운 잠옷에 가려진 CCTV에서 엄마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아무 말도 하지 마! 듣기 싫어!”

“지우야. 알겠어. 일단 잠옷 좀 치워 봐. 하나도 안 보여.”

“보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나도 엄마 못 보잖아. 내 말도 안 들어 주잖아! 약속도 지키지도 않고! 계속 그 안에서 혼자 보고 혼자만 말할 거면 평생 거기서 살아!”

지우는 홧김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지우가 울자 정우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잠옷에 덮여 엄마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작아졌다.

“지우야…. 지우야….”

지우는 이 모든 게 저 CCTV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CCTV가 없을 때는 이렇게 지우와 정우만 집에 두고 엄마 아빠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우야! 우리 저 CCTV를 부숴 버리자! 그럼 엄마도 예전처럼 빨리 올 거야!”

정우는 지우 말을 듣자마자 방에서 커다란 카봇 로봇을 가지고 왔다.

“얘가 내 장난감 중에 제일 힘 센 애야! 얘는 뭐든지 다 무찌를 수 있어!”

정우는 CCTV를 덮고 있던 잠옷 위로 로봇 다리를 내리찍었다.

“이야아아아아압!!! 퍽! 푹! 퍽! 퍼억!”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지우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빠가 정우에게 선물한 장난감 자동차를 발견했다. 정우 옆에 지우까지 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자동차였다.

“정우야! 얼른 타!”

운전대를 잡은 지우 옆에 정우가 앉았다. 이제 바닥에 내려놓은 CCTV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

“자! 간다! 출바아아알!”

그때였다.

“잠깐! 잠깐만!”

CCTV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런데 엄마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였다. 여자 같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하고 어릴 적 엄마가 읽어 주던 동화책 속 호랑이 목소리 같기도 했다.

“지금 날 밟고 지나가면!”

3초 정도 시간이 지나고 CCTV가 이어서 말했다.

“그럼 너희 엄마는 영원히 이 안에 갇히게 될 거다! 혹시라도 내가 부서지면 너희 엄마도 같이 부서지는 거야! 알겠니?”

지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장난감 자동차의 액셀에서 발을 뗐다.

“뭐, 뭐라고? 역시 네가 범인이었구나? 우리 엄마를 뺏어간 게. 당장 우리 엄마 돌려줘! 돌려주란 말이야!”

“무슨 소리야! 난 너희들의 안전을 위해 잠도 못 자고 일해 왔다고! 그리고 이건 네가 바라던 거 아니었어? 아까 전에 분명히 그랬잖아. 엄마보고 평생 이 안에서 살라고.”

“그, 그건, 화가 나서 했던 말이고! 우리 엄마 어딨어! 당장 우리 엄마를 돌려줘! 당장!”

지우는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진짜 CCTV에 갇힌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통화 연결음만 계속 나올 뿐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진짜 저기 갇힌 거야?”

지우가 울먹거리자 정우가 CCTV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아아아! 엄마아아아아!”

그때 지우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CCTV에서 다시 엄마 목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 말이다.

“김정우! 너는 화장실 불이랑 안방 불이랑 작은 방 불 다 켜고 와! 얼른!”

“응? 그럼 엄마한테 혼나는데….”

“바보야. 엄마가 다시 나타나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고! 얼른!”

정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신나게 불을 켜고 다녔다. 지우는 냉장고 앞에 서서 침을 꼴깍 삼켰다. 잠시 후 숨을 깊게 내쉬고 비장한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것만큼은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지우는 냉동실 문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정우와 지우가 이런 행동을 할 때면 엄마는 셋을 세기도 전에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하나, 둘….”

지우는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숫자를 셌다. 이렇게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진 적은 처음이었다.

“셋!”

그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엄마가 들어왔다.

“김지우! 김정우! 지금 방마다 불 다 켜놓고 뭐 하는 거야! 지우 너는 냉장고 냉동실 문까지 열어젖히고 거기서 뭐 해! 빨리 안 닫아?”

“엄마!”

지우와 정우는 단숨에 엄마 품으로 뛰어가 안겼다.

“내가 빨리 오라고 했지! 이제 오면 어떡해!”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지우는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엄마. 저 CCTV 그냥 없애면 안 돼? 나 쟤 너무 무서워.”

방금 전까지 지우와 정우를 협박하던 CCTV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실 바닥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이게 왜 여기 이렇게 놓여 있어? 아니, 그리고 밖에서 타는 정우 자동차를 거실로 가져오면 어떡해! 바닥에 바퀴 자국 좀 봐! 어휴. 정말 엄마 없으니 집 꼴이 말이 아니네.”

엄마는 CCTV의 전원 코드를 빼며 말했다.

“당분간 엄마 휴가 냈으니까 이건 어차피 필요 없어.”

엄마가 CCTV를 상자에 넣었다.

“정말? 그럼 이제 정우랑 나만 두고 사라지는 거 아니지?”

“사라지긴 누가 사라져. 이번 달만 지나면 아빠 새벽 근무도 끝나니까 그때까지만 엄마가 휴가 내기로 한 거야. 이제 오늘 같은 일 절대 없을 거야.”

며칠 뒤 지우는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잠옷을 입고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지우 옆에는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잠옷을 입은 정우도 서 있었다.

“어서 와!”

지우 집에서 열리는 첫 파자마 파티였다. 엄마는 지우 방으로 과일과 간식들을 건네 주었다. 그때 호랑이 내복을 입은 정우가 호랑이 흉내를 내며 지우 방으로 들어왔다.

“젤리 하나만 주면 안 잡아먹지!”

정우가 귀엽게 얘기하자 승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야! 무슨 호랑이가 그러냐?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정우야! 호랑이는 이렇게 말해야지!” 하며 시범을 보였다.

“어! 이 목소리!”

지우와 정우의 눈이 마주쳤다. 분명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였다. 지우와 정우는 엄마를 바라보며 동시에 소리쳤다.

“뭐야! 엄마였잖아!”

 

 

  <당선소감>

 

   동화 통해 제 마음 깊은 곳 어린아이 달래고 싶어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 쯤입니다. 아이가 두 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동안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이 앞에 다시 앉기까지 6년 정도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전원을 켜자 검은 모니터 속 지쳐 보이던 제 얼굴에 환하게 불이 켜졌습니다. 잠시 후 저와 비슷한 표정을 한 얼굴 여럿이 화면을 통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화상 수업을 진행하게 된 동화 수업 모임에서였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왜 동화를 쓰고 싶은지 어떤 동화를 쓰고 싶은지 말했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사실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아마도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말 뒤에 숨어 저는 아직도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달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동화를 통해 오로지 나를 달래고 싶다는 말을 그때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동화를 썼습니다. 그동안 제가 썼던 동화 속에 등장한 지우, 재희, 호서, 이수, 호준, 준희, 지운, 동희, 지호, 예지, 주아, 아진은 저를 한없이 따뜻하게 달래 주던 친구들입니다. 저와 함께 울고 웃어 주던 이 친구들이 앞으로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글을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양가 부모님과 언제나 든든한 제 편인 남편, 저에게 무한한 힘을 주는 우진과 유나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뚜벅뚜벅 외로운 길을 동행해 준 다정한 저의 문우들인 김경은, 박윤영, 박은정, 이지은, 김현주, 임수빈, 임혜진님 그리고 한겨레 아동문학작가 교실 선생님들과 ‘동화주민’ 동기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을 뽑아 주신 황선미, 송미경 작가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심사평>

  

  불안과 외로움… 설득력 있게 어린이 고민 풀어내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은 응모 편수는 소폭 늘었으나, 지난해에 비해 작품들의 완성도와 밀도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데 심사위원의 의견이 모아졌다.

올해 응모작들은 조부모 돌봄, 부모의 이혼, 경제적 문제, 반려동물, 사라져 가는 정취에 대한 향수 등 비교적 익숙한 서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윤리 문제나 어린이의 외모 강박을 다룬 시도도 있었으나, 문제의식이 서사로 충분히 전환된 경우는 드물었다.

기본적인 문장력과 원고지 사용법 및 기본 형식을 갖추지 못한 원고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원고들도 보였다. 이 작품들은 서사와 문체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였는데 대부분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수식이 화려한 판타지 동화였다. 세계관마저 동화의 형식에 맞지 않았다. 기존 신춘문예 작품을 변형해서 쓴 작품들도 있었다.

작가의 심장을 거치지 않은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앙상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창작자의 사유는 물론 문학적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작품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괴물놀이’는 흥미로운 설정이 보였지만, 주인공이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이 너무 쉽게 그려져 아쉬웠다. ‘그림을 그려 드립니다’는 루게릭병에 걸린 아버지의 등장이 앞의 서사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게 작용한 듯했다. ‘날아라 웹툰왕’은 아이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안정적이었으나 서사적 긴장이 다소 부족했다.

‘엄마가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감시와 돌봄이라는 이중적 장치를 통해 어린이의 불안과 외로움을 밀착해서 표현했고 동시대 어린이의 삶에 현실적으로 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응모작 중 가장 분명한 이야기의 골격을 갖추고 있으며, 어린이의 고민을 설득력 있고 긴장감 있게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심사위원 : 황선미, 송미경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동화 **「엄마가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맞벌이/교대근무 가정에서 아이가 혼자 남겨질 때 생기는 불안”을 **CCTV(돌봄+감시)**라는 동시대 장치로 붙잡아, 어린이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가는 작품이에요. 표면은 유쾌한 사건극인데, 핵심은 “엄마가 ‘보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것’”을 아이가 얼마나 갈망하는가에 있어요.

아래에 줄거리 구조, 장치(상징), 인물, 엔딩의 의미까지 촘촘히 정리해볼게요.


1) 한 줄 핵심

아이에게 CCTV는 ‘지켜주는 눈’에서 ‘감시하는 입’으로 변하고, 아이는 그 기계를 부수려다 오히려 “엄마의 잔소리(=엄마의 존재감)”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엄마를 되찾는다.

제목이 정말 정확하죠. ‘엄마가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란, 사실 엄마가 “소리치며 돌아오는” 상황을 만드는 방법이고, 그 안에 아이의 역설적 진심이 숨어 있습니다.


2) 서사 구조가 탄탄한 이유 (도입–상승–절정–해결)

(1) 도입: “기대”로 시작해 “결핍”을 드러냄

  • 지우의 관심사는 파자마 파티, 새 잠옷(설렘)
  • 동시에 엄마는 CCTV로 “손 씻어/문 닫아/식탁에 앉아” 같은 지시를 던짐
    → 설렘과 통제가 같은 장면에 겹치면서, 아이의 하루가 어떤 리듬인지 바로 보여줘요.

(2) 상승: CCTV가 ‘보호자’에서 ‘감시자’로 변하는 순간

  • 처음엔 “지켜주는 친구”였는데,
  • 이제는 “귀신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잔소리 기계”가 됨
    → 아이가 느끼는 핵심 불안이 여기서 명료해집니다.
    **엄마가 필요한 건 ‘감시’가 아니라 ‘반응(함께 있음)’**이라는 것.

(3) 절정: “CCTV를 부숴버리면 엄마가 예전처럼 빨리 올 거야”

지우의 논리는 어린이답지만 매우 날카로워요.

  • CCTV가 생긴 이후 부모가 더 오래 집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러니 CCTV를 없애면 “엄마가 돌아온다”
    → 사실 이건 ‘원인-결과’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적 인과예요.
    “기계가 나를 대신 봐주니까, 엄마는 더 멀어졌어.”

(4) 해결: ‘엄마 소환’ 트리거의 발견

  • 불을 다 켜기
  • 냉장고/냉동실 문을 열어두기
    → 이건 현실적으로도 CCTV 알림·사고 위험을 크게 올리는 행동이라, 부모가 즉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경보”예요.

여기서 작품이 대단한 점은, 아이의 욕망이 “엄마” 자체라기보다 **‘엄마의 반응’**이라는 걸 정확히 찍는다는 거예요.
아이에게 잔소리는 괴롭지만, 동시에 “엄마가 나를 지금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3) 가장 강력한 장치: CCTV의 이중성 (돌봄과 감시)

이 작품의 정서는 CCTV를 둘러싼 감정의 뒤집힘으로 만들어집니다.

  • 초반: “혼자 있어도 엄마아빠가 지켜봐” → 안정
  • 중반: “엄마는 바쁘다면서 꼭 이런 순간에만” → 분노
  • 후반: “엄마 목소리가 그리워” → 그리움

즉 CCTV는 기능적으로는 같지만, 아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 보호 장치
  • 통제 장치
  • 그리움의 호출기
    로 계속 변신합니다.

4) 소품과 반복이 만드는 ‘감정의 설득력’

이 동화는 어린이가 실제로 “부딪히는 생활 디테일”이 촘촘해요.

① 잠옷(포근함) vs 혼자 있는 밤(불안)

  • 새 잠옷은 “입자마자 잠이 올 것 같은” 포근함의 상징인데,
  • 정우가 울고, 엄마가 늦고, 집이 텅 빈 밤은 그 포근함을 무력화해요.
    → 물건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결핍(엄마의 부재)을 보여줍니다.

② 냉장고 속 “갈색 사과”

아침에 깎아둔 사과가 갈색이 됐다는 디테일은,

  • 엄마의 돌봄이 마음은 있지만 시간에 의해 변질되는 현실을 상징해요.
    돌봄이 ‘없다’기보다, 늦고 말라버리는 형태로 남아 있는 것.

③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누르기”

지우의 급한 마음(내일, 파자마 파티, 내 잠옷)이 바로 행동으로 드러나죠.
아이 감정이 생각이 아니라 몸짓으로 표현돼서 자연스러워요.


5) 인물 해석: 아이들은 ‘엄마를 이기려는’ 게 아니라 ‘엄마를 붙잡으려는’ 중

지우

  • 표면: 짜증, 반항, “평생 거기서 살아!” 같은 말
  • 핵심: **약속을 지켜줄 “어른의 안정감”**을 요구함
  • 결정적 장면: CCTV가 덮이자 “나도 엄마 못 보잖아”
    → 화를 내며 하는 말이지만 실은 고백이에요.
    ‘나는 엄마를 보고 싶다’

정우

  • 울음, 장난감(로봇, 자동차), “엄마아아!”
    → 정우는 논리가 아니라 정서의 증폭 장치입니다.
    지우의 불안이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으로 커지는 걸 보여줘요.

엄마

  • 잔소리만 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휴가를 냅니다.
    → 결론이 “아이도 잘못했어”가 아니라 “어른이 책임을 조정한다”로 가요.
    동화로서 건강한 마무리예요.

아빠

  • “지우 너만 믿는다”
    → 칭찬처럼 들리지만, 아이에게는 역할 전가이기도 하죠.
    이 한 문장이 ‘지우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핵심 대사예요.

6) ‘판타지’처럼 보이는 장면의 진짜 의미

CCTV의 낯선 목소리(호랑이 같기도 한)는 사실,

  • 기계가 말을 한다는 판타지라기보다,
  • 아이가 느끼는 “감시의 권력”이 의인화된 모습으로 읽혀요.

그리고 마지막에 “그 목소리 = 엄마”로 뒤집히면서,
이 판타지는 결국 아이가 바라던 진실로 착지합니다.

무섭게 들리던 통제의 목소리조차, 사실은 엄마였다.
아이에게 엄마는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존재’다.


7) 엔딩의 ‘웃긴 반전’이 주는 따뜻함

마지막 파자마 파티에서 정우가 “호랑이 흉내”를 내고,
엄마가 “호랑이는 이렇게 말해야지!” 하며 그 목소리를 재현하죠.

여기엔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1. 아이들의 트라우마(무서웠던 목소리)가 놀이로 재전환
  2. 엄마가 더 이상 CCTV 뒤에 있지 않고 아이들 곁(같은 방/같은 파티 준비)에 있음

즉 결말은 “CCTV 제거”가 핵심이 아니라,
**엄마가 ‘돌아오는 방식’을 바꾸는 것(존재/시간)**이 핵심이에요.


8) 이 동화가 잘한 점 (심사평과도 연결)

  • 동시대 소재(CCTV, 맞벌이, 돌봄 공백)를 아이의 생활감정으로 번역함
  • ‘교훈’보다 사건과 대사로 설득함
  • 아이의 속상함이 “엄마 미워!”로 끝나지 않고
    “엄마의 목소리라도 필요했어”까지 내려감 → 감정선이 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