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영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기화(奇話) / 김경숙

<당선작>
기화(奇話) / 김경숙
가을비엔 오래전 가뭄의 얼룩이 숨어 있습니다
달빛은 달그림자라는 얼룩
햇빛은 해그늘이라는 얼룩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얼룩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총성은 피냄새라는 얼룩
타향은 고향이란 얼룩
찬란한 도시에는 소음 빈곤이란 얼룩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모든 열매에는 꽃냄새라는 얼룩이 있어
어떤 강한 세척제로 빨아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얼룩만큼 자유로운 존재도 드물지만
얼룩만큼 저의 모양에 딱 맞게
들어앉아 둘레를 치고 있는 존재도 드물 것입니다
일정한 얼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마음속 지문이나
얼룩말 얼룩소 얼룩동사리의 얼룩무늬처럼
신분의 한 종류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금 울적할 때면 마음속 얼룩을 뒤적거려 봅니다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만
얼룩이 자란다는 것은
번진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게 번지는 얼룩은
드넓은 초원을 태우며 지나가기도 하고
파란 사과에 들어가 조금씩 빨간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가끔 만나는 얼룩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해 얼룩무늬로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가을비 오는 날 귀뚜리가 입을 뻐끔거리며 얼룩을 토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매일 매일
서로서로 더 성숙해가는 배열일 뿐이니까요
웃음속에 울음이란 그늘을 만들고 울음속에 웃음이란 물체주머니를 사용해
자신의 체액으로 집중하며 진화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당선소감>
추운 기다림 끝에 꽃이 피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큰 상금을 걸고 신춘문예를 모집해 주신 영주신문사에 머리를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은 나무를 심는 일과
그 들뜬 나무가 제자리를 찾는 동안
기다려 주는 일입니다.
기다려 주는 일,
그런 일엔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나를 참고 기다려 주는 일은 지루하고 힘겨웠습니다.
모든 기다림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길이는 모두
정해진 바 없는 제각각입니다.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흙투성이 삽과 호미는 낡아갈수록 반질반질 윤이 납니다만 거칠어진 손등은 점점 굴피나무 껍질을 닮아갑니다. 손가락이 굽는 동안 돋보기를 써야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운 기다림 끝에는 꽃이 피어났고 더운 기다림 끝엔 나무들이 묵묵히 문 닫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엔 옹이처럼 펜 혹이 생겼고 혹은 함께 기다려 준 존재 중 하나입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말을 듣고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송이가 두 눈 속으로 차갑게 들어와 뜨겁게 흘러넘쳤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눈발을 뒤집어쓰고도 참 따뜻했습니다.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박영교 선생님 이서빈 선생님 이옥 선생님 정구민 선생님 글빛나 선생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 사랑합니다. 마감 시간이 지난 응모작을 들고 우편집중국까지 달려가 아슬아슬하게 발송해주신 김해대동 공지홍우체국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나무를 심었고 묵묵히 꽃을 기다리겠습니다.
숲을 가꾸듯 시를 가꾸겠습니다.
시를 가꾸듯 마음도 가꾸겠습니다.
2026. 새해 아침 카페 대동숲에서
●
<심사평>
-
영주신문 제3회 신춘문예 응모작품은 2회 때보다 더 많은 문인들이 응모하였다. 지역별 응모편수는 서울 · 인천 · 경기지역 927편, 강원지역 238편, 충북지역 277편, 충남지역 304편, 대구 · 경북지역 672편, 부산 · 경남지역 525편, 전주 · 전북지역 358편, 광주 · 전남지역 461편, 제주지역 221편 등 이다. 전체 응모편수는 총 3983편으로 지난해보다 1958편 증가하였다.
심사위원 다섯 명은 우선 예심을 거친 작품을 또 다시 읽어서 참신한 작품을 찾아내려고 전력을 다했다. 심사위원들은 3회 작품이 2회 때보다 더 좋은 작품이기를 기대하면서 찬찬히 읽으면서 심사를 하였다. 심사에서 통과한 작품들 중에서 AI에서 얻어진 작품도 있어서 검색하고 확인하였다.
예심에서 통과한 작품 전부를 심사위원들 전원이 윤독하면서 찾아낸 작품은 3명의 작품, 즉 「솔이는 소리없이」 외 4편, 「바람은 찢어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한다」 외 4편, 그리고 「기화奇話」 외 4편 모두 15편의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한 명의 시인이 응모한 작품 다섯 편이 똑 고른 수준에 오른 시인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거기에 해당되는 작품은 김경숙 님의 「기화奇話」 외 4편의 작품이었다.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 전원이 윤독을 하고 난 후 한결같이 고른 수준의 작품이라고 하였다.
작품 「기화奇話」는 ‘가을비엔 오래전 가뭄의 얼룩이 숨어 있습니다’라는 시의 첫 행으로 시작한 얼룩에 대한 언어를 잘 풀어내고 있다. 가뭄의 얼룩, 달과 해의 얼룩, 총성은 피 냄새의 얼룩, 타향은 고향의 얼룩, 도시는 빈곤의 얼룩 등의 얼룩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좁게는 한 개인의 역사의식의 얼룩인 동시에 넓게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역사의 얼룩을 얘기하면서 그 흔적을 말끔히 지울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그 얼룩의 흔적을 보면서 그리워하고 아픔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흔적의 얼룩이 인간 자신의 마음속에 안착이 되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면 뒤적거려 본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우리들의 역사의식으로 번져가지만 나쁜 얼룩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다. 칭찬하고 싶은 얼룩은 언제나 활짝 열어놓고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가을비 맞는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울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스스로 말도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사람은 살아있어야 사람이라는 명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가 남기는 그늘 즉 얼룩은 항상 그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못된 삶을 스로에게 짙은 얼룩으로 남겨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좋은 얼룩은 항시 이야기 하며 보내는 그 사람 개인의 역사, 그것이 쌓여져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늘 얼룩이 드리워져서 따라 다닌다. 좋은 이미지의 그늘 즉 얼룩은 후세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는 긍정적인 성장과 발전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뒷받침하는 작품들도 대체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도 만족하였다. 작품 「풀 숲」은 먼 곳에서 보기 좋은 풀숲도 가까이 가면 온갖 더러운 것들이 우글거리지만 그곳에서도 날아오르는 새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 보관법」, 「가난을 말리다」, 「동물성 부정의 힘」 등 중에는 가난을 살아가는 방법과 미역을 말리는 법, 앙상하게 말라가는 마른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햇볕에 말리는 미역에 비유했다.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정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끝으로 제3회 영주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며 문운이 함께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또 문인을 키워가는 영주신문이 더욱 더 번창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서빈, 이 옥, 정구민, 글빛나, 박영교(글)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1) 한 줄 요약
이 시는 **‘얼룩’**을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시간·관계·역사·감정의 잔류물로 설정하고, 그 잔류물이 번지며(=기화/변환) 삶을 성숙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2) 제목 「기화(奇話)」의 이중 장치
- 奇話(기이한 이야기): 얼룩을 둘러싼 “이상한” 논리(가뭄이 비에 숨어 있다, 총성이 피 냄새로 남는다 등)로 세계를 읽겠다는 선언.
- **기화(氣化/汽化, 상태변화)**의 그림자: 얼룩은 보통 “남아 붙는 것”인데, 시는 그 얼룩이 번지고 이동하고 변형된다고 말함. ‘얼룩’의 물질성과 ‘기화’의 비물질성이 충돌하면서, 기억과 상처가 고정된 흔적이면서도 계속 형태를 바꾸는 것임을 암시해요.
→ 제목 하나로 “붙어 남음(얼룩)”과 “변형·확산(기화)”을 함께 묶습니다.
3) 1연: “가을비 속 가뭄의 얼룩” — 시간의 역설로 시작
가을비엔 오래전 가뭄의 얼룩이 숨어 있습니다
- 역설(contradiction): 비(풍요) 안에 가뭄(결핍)이 숨어 있다.
- 여기서 얼룩은 단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는 성분이에요. “숨어 있다”는 말이 중요합니다. 과거는 사라진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꿔 잠복해 있음.
- 가을비는 계절적으로 “수확·정리·감사”의 정서도 있는데, 그 안에 ‘가뭄’이 붙어 있으니 풍요의 순간에도 결핍의 기억이 섞여 있다는 출발점이 됩니다.
4) 2연: “달그림자/해그늘” — 세계의 모든 빛에는 얼룩이 있다
달빛은 달그림자라는 얼룩
햇빛은 해그늘이라는 얼룩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얼룩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얼룩’으로 재명명해요.
즉, 밝음은 순수하지 않다. 밝음은 늘 “그늘”을 동반한다. -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흔한 격언(시간이 해결한다)을 가져와 부분 부정합니다.
시간은 지울 수 있지만, 얼룩은 완전 소거되지 않는다.
→ 여기서 얼룩은 곧 윤리적/역사적 잔흔의 성격을 획득해요. “완전히”라는 부사가 핵심. 지워졌다고 믿는 게 문제라는 암시죠.
5) 3연: 총성·타향·도시 — 얼룩의 스케일이 ‘개인→사회’로 확대
총성은 피냄새라는 얼룩
타향은 고향이란 얼룩
찬란한 도시에는 소음 빈곤이란 얼룩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 감각 전이: 총성(청각)이 피냄새(후각)로 남는다. 폭력은 단발의 사건이 아니라 감각에 들러붙는 잔상.
- 타향에 고향이 달라붙는다: 이주/이동의 정서(그리움, 상실, 정체성)가 ‘얼룩’으로 표현됨.
- “찬란한 도시”에 “소음 빈곤” 얼룩:
- 찬란함(성장/풍요) 뒤의 비용이 ‘빈곤’으로 표기됨.
- “소음 빈곤”은 흥미로운 결합인데, 소음이 넘치는데도(과잉) 왜 빈곤인가?
→ 소음은 많지만 ‘살 수 있는’ 조용함, 사유, 관계의 여백이 빈곤하다는 역설로 읽힐 수 있어요.
- 이 연에서 얼룩은 개인의 심리를 넘어 사회 구조의 그늘이 됩니다.
6) 4연: 열매 속 꽃냄새 — ‘기원’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감각
모든 열매에는 꽃냄새라는 얼룩이 있어
어떤 강한 세척제로 빨아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 열매(결과) 속 꽃냄새(원인/기원).
얼룩은 “실패/오염”만이 아니라 기원과 흔적의 잔향이기도 해요. - 강한 세척제: 현대의 “정리/치유/삭제”의 욕망을 상징.
그런데 지워지지 않는다. 즉, 인간이 완전한 정리를 꿈꾸는 순간, 시는 “그건 불가능하다”로 응답합니다. - 그래서 이 시의 태도는 ‘치유=완전 삭제’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성숙에 가까워요.
7) 5~6연: 얼룩의 양면성 — 자유와 구속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
얼룩만큼 자유로운 존재도 드물지만
얼룩만큼 저의 모양에 딱 맞게
들어앉아 둘레를 치고 있는 존재도 드물 것입니다
- 핵심 역설: 얼룩은 자유롭다(번진다) / 동시에 딱 맞게 들어앉아 둘레를 친다(구속한다).
- 여기서 얼룩은 거의 “운명” 혹은 “정체성”이에요.
내 모양에 딱 맞다 = 그 얼룩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내게 최적화된 흔적. - “둘레를 치고”: 얼룩이 나를 보호하기도 하고 가두기도 한다는 뉘앙스.
상처·기억·습관·신념 같은 것이 사람을 버티게 하지만 동시에 갇히게 하는 방식과 닮습니다.
8) 7연: 얼룩=지문=신분? — 흔적을 ‘정체성의 표식’으로 격상
일정한 얼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마음속 지문이나
… 얼룩무늬처럼
신분의 한 종류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 “일정한 얼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얼룩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사실은 개체 고유성을 가진다(지문).
- 얼룩말/얼룩소/얼룩동사리: 동물의 얼룩무늬는 종/개체의 특징이자 보호색이기도 하죠.
- “신분의 한 종류”: 강하게 사회적 언어로 점프합니다.
얼룩이 개인의 사적인 상처를 넘어 사람이 어떤 자리(계급/역사/관계)에서 왔는지 드러내는 표식이 될 수 있다는 것.
→ 얼룩은 곧 사회적 흔적의 몸입니다.
9) 8~10연: 마음속 얼룩을 뒤적임 — 성장=번짐이라는 냉정한 정의
조금 울적할 때면 마음속 얼룩을 뒤적거려 봅니다
…
얼룩이 자란다는 것은
번진다는 뜻일 것입니다
- “울적할 때” 얼룩을 뒤적거린다:
기억/상처/후회/그리움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올라오죠.
시는 그 심리적 사실을 “얼룩”으로 정확히 잡습니다. - “자란다”를 “번진다”로 번역:
성장의 낙관을 걷어냅니다. 성숙도 종종 더 넓게 퍼지는 상처/기억일 수 있다는 것.
이 대목이 이 시의 윤리적 태도(가볍지 않음)를 만들어줘요.
10) 11~12연: 번짐의 이미지들 — 파괴와 변색, 세계-내-변환
드넓은 초원을 태우며 지나가기도 하고
파란 사과에 들어가 조금씩 빨간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 얼룩의 번짐이 **재난(초원을 태움)**처럼 그려져요.
상처가 사회로 번지면 폭력·혐오·불신 같은 ‘화재’가 될 수 있죠. - 동시에 **변환(파란 사과→빨간색)**이기도 해요.
이건 성장/숙성의 이미지(덜 익은 것의 익음)로도 읽힙니다. - 즉 번짐은 파괴일 수도, 변화일 수도. 시는 얼룩을 단선적으로 규정하지 않아요.
11) 13~14연: 착각의 미학 — 얼룩과 무늬의 경계가 흐려진다
가끔 만나는 얼룩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해 얼룩무늬로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 익숙해짐의 위험: 얼룩을 너무 오래 보면 그게 원래 무늬였던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폭력/가난/소외/불평등이 “원래 그런 것”으로 자연화되는 순간이죠. - 이 한 줄은 사회비판으로도, 개인 심리(트라우마의 둔감화)로도 읽힙니다.
12) 15~마지막: 귀뚜라미, 토하는 얼룩, 그리고 ‘진화’
가을비 오는 날 귀뚜리가 … 얼룩을 토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 성숙해가는 배열일 뿐
… 자신의 체액으로 집중하며 진화하는 것일 뿐
- 귀뚜라미는 보통 ‘가을’과 ‘소리’의 상징인데, 여기선 얼룩을 토한다고 해요.
노래가 아니라 배출(토함)입니다.
→ 아름다움의 계절에도 몸은 흔적을 배출한다는 사실, 혹은 말해지지 못한 것들이 ‘토해져 나오는’ 장면으로 볼 수 있어요. - “걱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이 시는 끝까지 치유의 낙관으로 가지 않아요. 대신 수용의 태도로 갑니다.
- 마지막 두 문장(웃음/울음, 그늘/물체주머니, 체액, 집중, 진화)은 생물학적 느낌이 강해요.
감정이 단지 정서가 아니라 몸의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얼룩(흔적/그늘/잔여)이 진화의 재료가 된다는 결론입니다.
13) 이 시의 핵심 장치 4가지
- 연쇄 은유(=얼룩 사전 만들기)
가뭄/그림자/총성/타향/도시/열매…를 전부 얼룩으로 묶어, 세계를 하나의 어휘로 재조직. - 역설(빛=그늘, 성장=번짐)
낙관을 부수는 대신, 현실을 더 정확하게 만듦. - 감각의 전이(총성→피냄새)
사건이 끝나도 감각으로 남는 잔상(트라우마/역사)을 설득력 있게 표현. - 자연화 비판(얼룩을 무늬로 착각)
익숙함이 폭력을 “원래 그러함”으로 바꾸는 위험을 짧게 찌름.
14) 정서의 결론: “지우기”가 아니라 “가꾸기”
이 시는 “얼룩을 지우자”가 아니라,
- 얼룩은 남고,
- 번지고,
- 때로 태우기도 하지만,
- 그 과정이 결국 “성숙”과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어조가 단정(…일 뿐이니까요)으로 닫히는 게 중요해요.
위로라기보다 관찰자가 얻은 태도에 가깝거든요.
'좋은 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인> 광명기업 / 김용희 (0) | 2026.01.22 |
|---|---|
| [2025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산리 보물선 / 이수하 (0) | 2026.01.22 |
|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묘사의 밀도 / 김유진 (0) | 2026.01.19 |
| [2026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크린토피아 / 강하라 (0) | 2026.01.19 |
| [2026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백지와 백기 / 김미희 (0) | 2026.01.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