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의 가을

category 해외여행/12 키르기즈스탄 2012. 11.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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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9월 19일 경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키르기스스탄의 가을은 참 맑다.

하늘만 보면 맑은데, 공기는 글쎄.

한 나라의 수도 답게 차가 많다.

매연... 끝내준다.

이곳은 기름에 등급이 있다.

산유국인 카자흐스탄 주변 국가들은 아마 등급별로 나눠져있는 것 같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키르기스스탄은 등급별)

A+ 급의 기름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휘발유 경유와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가격은?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최고 좋은 기름이 리터당 우리 돈 천원 근처니깐.

하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좋은 기름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눈살 콧살을 찌프리게 만드는 매연.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도 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실잠자리다.

이 귀여운 친구는 내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 날아드러 이렇게 쥐죽은 듯 가만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길을 매일 걷는다.

어학원을 향하는 최고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잎들이 다 말랐다.

바삭바삭 고소한 생각마저 든다.



햇살에 비춰진 그림자마저 바삭하다.

가을은 바삭바삭

익어가는 계절이다.



세상에 먹지 못하는 음식도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발로 먹는다.

바삭바삭

가을이다.



벽에는 덕지덕지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난다.

누구를 구하고, 찾고

무엇을 알리고, 얻는

그런 자리마다 향이 난다.

그 향을 따라가면 늘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톈산이 녹아 흐르는 물.

따뜻한 날씨때문인지 톈산은 녹아 이렇듯 작은 강을 만든다.

강이라고 하기엔 비좁은

하지만 이 강이 이곳 사람들의 식수,

아니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식수다.



소련시대에 지어진 집들로 보이는 건물들은 이렇든 입에 거미줄이다.

거미줄에 걸리는 것들은 모두 따스한 햇살을 기다린다.

가을이라도 바삭거리는 것은

비단 나뭇잎만은 아니다.



그냥 보기에는 깨끗해보이지만,

쓰레기가 엄청 많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

전 세계 사람들은 키르기스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살아본 나로써는

분리수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그런 별명이나 호칭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물줄기가

키르기스스탄의 국민들,

더불어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식수가 될 것이라 생각하면

깨끗하게 이 물들을 보호해야 되지 않을까.



다리에는 매일 작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집안에 있는 것들을 들고나와 이렇게 물건을 판다.

옷, 그릇, 악세사리 등

없는 게 없다.



학교 근처에는 이렇게 차들이 많다.

어설픈 횡단보도도 보이고...



횡단보도.

잘봐야 찾을 수 있다.

한국처럼 흰 줄이 뚜렷하지 않다.



이렇게 신호등만 달랑있다.

신호는 한국만큼 오래걸리지 않는다.

금방 바뀌니깐.



한 아이가 철봉에 매달려 있다.

아래를 보니 돌멩이가 보인다.

옳거니.

나도 그 시절 손이 닿지 않는 철봉때문에

돌위에 올라서서 철봉을 잡곤했는데.

그 모습이 떠올랐다.

몇 번 시도하면 꼭 키보다 높은 철봉을 점령하게 되더라.



이가 빠진 시소는 이곳의 현실이다.

한국은 노년층이 증가한다고 하지만, 이곳은 반대다.

어디서든 아이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키르기스스탄이다.

하지만 이들이 편한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나는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멍하니 이빠진 시소를 바라본다.

양치질하고 싶다.

욕망을 따라가면 하루의 해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