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끈 / 정영희
끈 / 정영희 쇠죽 쑤는 저녁이었다집집마다 장작불이 타오르고쌀 앉히는 소리로 마을이 저물면밤이 이슥하도록 두런두런 눈이 내렸다국화송이 같은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혈족들 하나둘 모여 들고풀 먹인 밤을 와시락와시락 눈이 내려창호지 밖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했다시릉 위에 얹혀 있던 해묵은 이야기로할머니 장죽에 불을 붙이시면오촌 당숙은 18대조 할아버지 이야기로눈 내리는 장백산맥을 한 달음에 뛰어 넘고엄마와 숙모는 치맛자락도 펄럭이지 않고광으로 부엌으로 걸음이 분주했다작은 아버지는 밤을 치시고흰두루마기 입으신 아버지먹을 갈아 지방을 쓰셨는데타닥타닥 발간 화롯불 온기 속으로한번도 보지 못한 고조 할배 다녀 가시고슬하에 자식없던 증조 할매눈물바람으로 다녀 가시고나이 열여섯에 절손된 집안에 양자로 오신 할아버지그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