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실크로드 / 이미영
실크로드 / 이미영 가끔씩 산길을 오른다. 그 길은 봄이어도 좋고 겨울이어도 상관이 없다. 그저 참고 숨이 턱에 차오르는 것을 즐기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정상에 다다르기까지 쉬는 일도 거의 없다. 신체의 한계를 알고 싶은 것인지 목적은 오직 꼭대기 그곳이다.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들의 변화도, 산새의 지저귐도 귓전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오는 다리를 당겨놓으며 인내하는 스스로를 대견해 한다. 함께하는 동행들은 한마디 건네지도 않고 걷기만 하는 내 모습이 비구니 같다고 놀려댄다.드디어 견디어낸 이유를 찾는다. 더 오를 곳 없음이 정상이 아니라 시선 닿는 전부가 발 아래인 지점이다. 멀리, 더 멀리 겹겹이 싸인 산들 저 너머가 보고 싶다. 사방 어디에도 솟은 봉우리와 골짜기뿐이다. 가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