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감히 - 윤은주
감히 / 윤은주 장미꽃 한 바구니가배달 된 어느 저녁향기에 얹혀있는 이름이 퍽, 낯설다아무리 헤아려 봐도내 몫은 이미 아닌,나 모르게 꽃은 피고나 모르게 가버린 봄한동안 달뜬 나를 단번에 주저앉히는스물 몇, 딸 나이 뒤로내 얼굴이 지고 있다 첫 단추를 채우며…"늘 애만 태워드렸던 이승은 선생님 고맙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아득히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기쁨이기 전에 놀라움이 앞서 목소리가 가라앉았습니다. 제가 감히, 시인의 관문을 통과해도 되는 것인지? 지금도 먹먹합니다. 이 ‘꽃바구니’의 주인공 딸아이가 일곱 살쯤 되었을까.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손잡고 걸어가면서 무섭지도 심심하지도 말라고 흥얼거렸던 ‘하여가’와 '단심가'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때의 율격과 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