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비행하는 역사-쓰기, 미지의 ‘너’들에게로 / 강도희
비행하는 역사-쓰기, 미지의 ‘너’들에게로 / 강도희 “그녀는 언어 속에 날아 들어가 언어를 날게 한다.” -엘렌 식수, ‘출구’1) 1. 기억을 돌보는 일 죽은 이의 삶을 기억하는 일은 언제나 위태롭다. 기록이나 기억에는 언제나 절단된 곳이 있다. 이를 채우고 꿰매는 역사가는 오랫동안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객관과 이성의 소유자로 여겨졌다. 18세기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죽음은 작은 무언가를, 기억을 남기며, 그에 대한 돌봄을 요구한다. 친구가 없는 이에게는 치안관이 돌봄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빨리 말라버리는 우리의 눈물보다, 빨리 잊혀버리는 우리의 그리움보다 법과 정의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 치안관이 역사이다.”2) 그러나 법과 정의가 과연 눈물과 그리움보다 더..